익숙한 형식 너머, 브랜드가 머무는 방식(3) 새로운 럭셔리 : 조용한 건축 - Progress Brand Showroom (2026.04)

새로운 럭셔리 : 조용한 건축

Progress Brand Showroom


프로그레스 브랜드 쇼룸은 흐르는 선, 차분한 도시 안팎의 태도, 절제된 재료 팔레트를 통해 세라믹 산업의 럭셔리를 새롭게 정의한다.

d09c4ac02d2fb.jpeg

Design / Lingjie AR. Design

Design Director / Chen Lingjie

Location / 저장성, 중국

Area / 220㎡

Photograph / Yunmian Photography


프로그레스 브랜드 쇼룸은 세라믹 브랜드 ‘프로그레스(Progress)’를 중심으로 여러 제조사의 제품을 함께 선보이는 플래그십 멀티 브랜드 쇼룸이다. 링지에 AR.디자인(Lingjie AR.Design)은 프로젝트에서 화려한 상업 건축의 전형을 일부러 비켜가며, ‘조용한 건축(Quiet Architecture)’을 새로운 럭셔리의 언어로 제안했다. a6fc3c2fe3ef3.jpeg외관은 과장된 상징성을 피한 채 섬세하게 조율한 자유곡선과 간결한 기하가 겹쳐진 형태로 다듬어졌다. 눈을 사로잡는 아이코닉한 오브제 대신 조금 늦게 눈에 들어오는 유연한 선과 부피감으로 시선을 붙잡는다. 인공적인 마감재나 과도한 반사를 유도하는 재료를 배제하고, 자연광과 함께 호흡하는 차분한 표면을 선택해 파빌리온은 도시 풍경 속에서 하나의 ‘조용한 문장’처럼 자리 잡는다.

ec223aac2a28f.jpeg공간에서 브랜드는 전면으로 나서기보다 도시 안에 조용히 스며드는 쪽을 택한다. 방문자는 정직한 재료와 부드러운 빛, 여유 있는 동선이 만들어 내는 공간 안에서 세라믹과 마주한다. 면적으로는 약 220㎡ 규모의 비교적 작은 쇼룸이지만 프로그램 구성은 명확하다. 1층은 프로그레스 세라믹 제품을 전시·체험하는 공간, 2층은 브랜드와 유통사들의 업무·관리 기능을 수용하는 층으로 나뉜다.

25c46085c3c5e.jpeg실내로 들어서면 공간은 직선적인 구획이 아닌 하나의 제스처처럼 풀려나간다. 어느 지점에서는 날카롭게 꺾이는 벽면이 방향을 바꾸고, 또 다른 지점에서는 모서리가 둥글게 말리며 잔잔한 표면으로 이어진다. 설계팀은 이 흐름을 ‘봄물처럼 부드럽게, 때로는 거울처럼 고요하게 이어지는 동선’에 비유한다. 방문자는 어느 순간에도 동선 안내를 확인할 필요 없이 직관적으로 발길이 향하는 대로 움직일 수 있고, 전통적인 하이엔드 매장에서 느껴지는 압박감 대신 예상 밖의 편안함을 경험하게 된다.

eab47dbe7cd84.jpeg1층 전시 공간에는 위계적인 중심축이 없다. 모든 영역이 동등한 밀도로 이어지는 배치를 택함으로써 방문자는 자신만의 경로를 그리며 제품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일반적인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중앙 메인 존–주변 서브 존’ 구조와는 다른 방식이다. 대신 동선 중간중간 배치된 벤치와 작은 앉을 곳이 시선을 잠시 멈추게 만들고, 재료의 질감과 조명의 농도 차이가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는 자연스러운 전환점 역할을 한다.

788c200a4e1ae.jpeg프로그레스 브랜드의 본질은 세라믹 그 자체다. 따라서 쇼룸 내부에서 세라믹 이외의 재료들은 한 발 물러선 태도를 취한다. 벽과 바닥, 천장의 마감은 제품보다 앞서 나가지 않는, 소위 ‘배경의 미학’을 따른다. 미세한 질감과 톤 차이는 공간에 리듬을 만들되 제품과 시선을 다투지 않는다. 형태와 재료의 조합으로 만들어낸 리듬은 겉으로는 조용하지만 층층이 쌓인 공간의 깊이를 만들어 주는 기초가 된다.

1dc900a8fb11c.jpeg3e672d57c941b.jpeg제품을 감싸는 디스플레이 시스템 역시 프로젝트를 위해 새로 설계됐다. 링지에 AR.디자인은 프로그레스 쇼룸을 위해 모듈형 맞춤 진열 시스템을 개발했다. 목재 구조체 위에 세라믹 패널을 결합한 기본 유닛은 재료가 가진 차가운 질감과 따뜻한 촉감을 동시에 품게 한다. 이 목재-세라믹 조합은 선반이나 박스 이상의 ‘표면과 구조가 대화를 나누는’ 프레임으로 작동한다. 모듈 시스템은 수납과 전시를 유연하게 넘나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진열대의 높이·폭·깊이가 서로 호환되도록 표준화되어 있어 수년 후 브랜드의 제품 구성이나 전시 전략이 바뀌더라도 큰 공사 없이 레이아웃을 재구성할 수 있다.

b9dcaae53f04c.jpeg쇼룸이 보여주는 것은 럭셔리가 꼭 눈에 띄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브랜드의 존재감이 낮은 음으로 유지될 때 오히려 제품과 경험이 더 또렷하게 드러난다. 프로그레스 브랜드 쇼룸은 세라믹이라는 물성이 가진 가능성을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드러내고 있다.


COPYRIGHT 2026.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인테르니앤데코 - www.internidecor.com 저작권법에 의거, 모든 콘텐츠의 무단전재, 복사, 배포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