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삶의 가치를 여과 없이 담다..국내 단독주택 프로젝트 사례
취재 / 원선영
당신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인가. 집이라는 것은 단순히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넘어, 서로가 소통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장소이다.
언젠가부터 집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아파트를 떠올리게 되었다. 처음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등장한 것은 1950년대부터인데, 이때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아파트는 어느새 우리 주거의 대표적 위치를 차지하며, 단독주택이 주는 편안한 안식처에 대한 감성을 잊게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한옥의 가치가 새롭게 재조명되고, 단독주택에서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의 폭이 아파트보다 훨씬 넓어서인지 점점 많은 건축가들이 단독주택을 하나의 작품처럼 설계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흐름에 비춰볼 때, 디자인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단독주택은 건축가의 철학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써, 새로운 주거문화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집, 가족의 문화를 담다
이태원 주택(非家然家)
설 계 /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시건축・류재은(597-9705)
위 치 /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108-6
대지면적 / 603㎡
건축면적 / 203㎡
연 면 적 / 414㎡
규 모 / 지하 2층~지상 2층
구 조 / 철근콘크리트조

지역적 색깔을 명확히 띠고 있는 이태원에, 획일적인 아파트에서 벗어나 주택만이 가질 수 있는 공간의 다양함과 독립성을 담은 아담한 주택 한채가 들어섰다. 이곳은 건축주의 의도대로 집이 줄 수 있는 편안함은 반영하되, 흔히 볼 수 없는 조금은 색다른 집으로 완성되었다.
이에 건물은 사적영역 보호를 위해 높게 세워지는 옹벽의 일부를 잘라내고, 그 사이로 비워진 틈을 만들었다. 그리고 비워진 중정에는 공간적으로 나누어진 실들을 시각적으로 연결해 집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안과 밖이 내다보이며, 하나로 연결되어져 있음을 느끼게 만들었다. 또한 외부의 블랙 목재패널과 지붕의 징크는 땅에서 솟아오른 경사진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단단하게 땅에 박힌 듯한 인상을 준다. 더불어, 연결된 평지붕의 복도는 유리로 마감을 해 블랙 목재패널을 강조하고 있으며, 남쪽으로 면한 경사의 지붕에는 일체화된 태양광전지판을 설치하여 에너지 절감 효과와 단일화된 매스를 유지했다.

한편, 깔끔한 건물 외관과 마찬가지로 내부도 같은 맥락에서 화이트 마감처리를 했으며, 각각의 나눠진 매스와 경사진 지붕이 만들어내는 입체감이 내부의 실을 각기 다른 형태로 만들어 준다. 아울러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은 모든 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남쪽의 침실에서 복도를 지나면 북쪽의 외부공간으로 이어지고, 유리복도로 연결된 서재는 외부 정원을 전면창으로 모두 담아 일반적인 집에서 보기 힘든 안과 밖의 소통이 자연스럽다.
이처럼 이태원 주택은 일련의 단독주택지와는 다른 조금 낯선 모습일지 모르나, 이태원이라는 지역적 색깔 자체가 다양한 문화와 삶이 공존하듯이, 이 집 또한 여러 개의 건물 매스로 이루어졌지만 결국에는 하나의 건물로 이어지며, 다양한 내외부의 인상을 담고 있다는 점이 닮아 있다.


집, 흐르는 자연이 머물다 가는 곳
LATTICE HOUSE

설 계 /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연미건축 · 인의식+장명희(525-6325)
시 공 / (주)제효
위 치 /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
대지면적 / 368㎡
건축면적 / 156.8㎡
연 면 적 / 295.5㎡
규 모 / 지하 1층~지상 2층
구 조 / 철근콘크리트조
마 감 / 외부-스터코플렉스
내부-천연페인트
사 진 / 남궁선

‘격자’를 뜻하는 ‘Lattice’에서 이름을 따온 LATTICE HOUSE는 이름에서부터 집의 방향성을 확실히 하고 있다. 건축가는 전통가구의 격자무늬에서 모티브를 얻어 집의 형태에서부터 네모반듯함을 표현해내고 있다. 이에 커다란 직육면체가 그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듯해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거주자와 자연과의 교감을 최대로 이끌어내기 위한 건축가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평소 전통가구와 미술작품 애호가인 거주자는 이러한 것들이 서로 집 안에서 조화를 이루기를 바랐고, 건축가는 이러한 거주자의 요구대로 전체적인 컬러 선택에 있어서도 화이트를 적용해, LATTICE HOUSE는 배경이 되고, 전통가구와 미술작품이 주인공이 되는 집을 완성했다. 이에 현관 왼편에 갤러리를 두어 틈틈이 수집한 거주자의 미술작품들을 전시해놓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LATTICE HOUSE는 자연과의 교감을 추구하고자 다양한 요소가 설계에 반영되었다. 먼저 주택의 남쪽 정원에는 집주인이 배추와 고구마를 직접 재배할 수 있도록 크고 작은 정사각형 텃밭을 마련했다. 삭막한 도시, 아파트에서는 이뤄내기 힘든 소박한 꿈이 이곳에서 실현된 것이다. 아울러, 거주자들은 건물 내부의 현관문 위로 난 유리창을 통해서 마을풍경을 바라다볼 수 있으며, 각 방이나 화장실의 창을 통해서도 외부와의 소통을 이룰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소통은 집안과 자연과의 소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실, 건축주, 부부침실에 이르기까지 통유리를 부분적으로 적용해 가족간의 움직임을 확인함으로써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구실을 한다.
이렇듯, LATTICE HOUSE가 전하는 반듯해 보이는 딱딱한 첫인상과는 다르게, 내 외부 곳곳에 자리한 크고 작은 정원들과 창은 끊임없이 외부 자연과의 소통을 이끌어내며, 거주자와 집이 얼마나 친밀하게 교감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집, 틈새에 자연을 채우다
MAISON 404

디 자 인 / 르씨지엠 · 구만재, 김선국(583-7024)
디자인팀 / 정소영, 홍준의, 박기범, 이은희, 양호순
시 공 / 르씨지엠
위 치 /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신복리 404-14
면 적 / 146.8㎡
마 감 / 외부-노출콘크리트, 목재
내부-원목마루, 수성도장

계곡을 낀 산자락의 작은 주택인 MAISON 404는 무게감 있는 외관, 사적공간과 공적공간을 연결하는 계단, 그리고 대비감을 표현하고 있는 컬러를 통해 디자인을 완성해냈다. 디자이너는 공간을 계획한다는 것, 그 자체가 무언가 실체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기보다는 외부환경, 내부조건, 사물, 건축주와 시공자 등 다양한 요구조건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일이라고 보았다. 이에 ‘무엇과 무엇’ 그 사이에 있는 ‘과’라는 여백은 디자이너들이 흥미를 느끼는 단순한 여백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사고방식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번 프로젝트에 있어서도, 꽉 찬 구조가 아닌, 디자이너가 부여한 의미와 더불어 거주자 스스로 채워나갈 수 있는 여백을 남겨 두었다.


한편, 건물은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한다는 장점을 살려, 직육면체의 매스를 어긋나게 쌓아올렸고, 이는 각각의 내부에서 바라볼 때, 조망권이 더 좋은 곳을 향하도록 자리하고 있다. 이때 생기는 두 매스간의 틈새를 이용해, 자연과 맞닿을 수 있는 면적을 넓혔으며, 이는 보다 밀접한 자연과의 소통을 이뤄냈다.
아울러 세컨드 하우스의 개념으로 설계된 주택의 내부는 가장 기본적인 실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주방과 거실로 구성된 1층 역시 전망이 좋은 위치에 들어서 있다는 주택의 특성을 살려서, 한쪽 벽면을 모두 창으로 구성, 1층 어디에서나 바깥 풍경을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1층 중심부에 계단을 두어 거실에서 바라다 보이는 주방에 대한 시선을 차단하고, 거실과 주방을 자연스럽게 구분지었다.
이처럼, 디자이너는 주택이 단지 거주자를 위한 곳이라는 개념에서 더 나아가 주변 이웃들과도 관계성을 갖고 있다는 철학을 말하며, 이에 공적공간과 사적공간을 조화롭게 연계시켜, 주변 이들에게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사용자들에게는 진정한 쉼이 있는 세컨드 하우스로 기억되도록 했다.
현대와 전통 사이, 여유를 품다
JINO HAUS

설 계 / (주)필립종합건축사사무소 ․ 이기옥(2203-6167)
위 치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577-6
대지면적 / 330.9㎡
건축면적 / 161.6㎡
연 면 적 / 500.5㎡
규 모 / 지하 1층~지상 3층
구 조 / 철근콘크리트조
마 감 / 외부-노출콘크리트, 코르텐강판
내부-석고보드위 실크벽지
판교신도시 카페골목에 자리한 점포주택 JINO HAUS. 건물의 서쪽은 단독주택지와 경계를 이루고, 동쪽으로는 20m의 보행자 전용도로와 접해 있는 이곳은 지구단위계획으로 인해 모두 비슷한 면적과 겉모습을 가진 일반적인 건물들 사이에 유일하게 개성있는 외관을 뽐내고 있다. 이곳은 근린생활시설의 면적 일부를 지하로 분사시켜,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는 2개 층의 근린생활시설을, 2층의 반절은 임대 1세대를 구성, 또 다른 반절과 3층은 복층형 주인세대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건물을 구성했다.

한편, 건물 외관을 살펴보면,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된 둥근 박스형태가 공중에 떠 있고, 그 박스에 크기가 작은 붉은 박스 3개가 수평과 수직으로 끼어들어 가 입체감 있는 조형성을 보인다. 이는 내부의 공간 개념이 외부로도 적극적으로 표출되며, 만들어낸 모습이다. 그리고 1층 근린생활시설은 원형기둥만으로 상부 매스를 지지하여 보행통로와 남쪽의 옥외데크가 서로 연결됨으로써 개방감을 살렸다. 아울러, 측면의 외부계단을 통해 2층에 오르는 수직동선은 자연스럽게 건물내부로 이어져, 단면의 변화가 주는 새로운 건축공간으로 안내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던한 외관과는 다르게, JINO HAUS의 내부는 지극히 한국적이다. 이에 한옥에서 볼법한 마당, 튓마루, 사랑채 등 한옥의 공간개념을 적용해, 고즈넉한 분위기의 편안한 인상을 전한다. 특히 2층 주인세대에 진입하면, 정면에 상대적으로 높은 층고로 이루어지는 툇마루와 작은 마당이 나오고, 툇마루에 올라서서 좌측의 중문을 열면, 좌측으로는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우측으로는 사랑방과 마루방으로 구성된 사랑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 공간은 마당과 시각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공간에 깊이감을 더해주며, 문들을 열고 닫음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공간을 연출해내기에, 제사를 지낸다거나 손님이 오셨을 때마다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 된다.


아울러, 3층에 오르면 주방까지 이어지는 넓은 거실이 등장하는데, 이곳은 안채의 개념으로서 2층보다는 모던하게 디자인을 풀었다. 거실의 한쪽에는 시골 한옥집에서나 볼법한 툇마루를 연상시키는 공간구조를 볼 수 있다. 이는 TV를 놓는 선반대로 쓰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먼 경치를 바라보며, 등을 기대쉴 수 있는 쉼이 있는 공간으로 사용되어도 무방할 듯 하다.
이렇듯, JINO HAUS는 주변환경과의 조화를 꾀하면서도 그 안에 자기만의 정체성을 조용히 드러낼 줄 아는 건물이다. 또한 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한 외관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담긴 공간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조금은 천천히 흘러가도 좋을 여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COPYRIGHT 2011.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내 삶의 가치를 여과 없이 담다..국내 단독주택 프로젝트 사례
취재 / 원선영
당신에게 집이란 어떤 의미인가. 집이라는 것은 단순히 사람들이 거주하는 곳이라는 의미를 넘어, 서로가 소통하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장소이다.
언젠가부터 집이라고 하면 자연스럽게 아파트를 떠올리게 되었다. 처음 우리나라에 아파트가 등장한 것은 1950년대부터인데, 이때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아파트는 어느새 우리 주거의 대표적 위치를 차지하며, 단독주택이 주는 편안한 안식처에 대한 감성을 잊게 만들었다.
그러나 최근 한옥의 가치가 새롭게 재조명되고, 단독주택에서 표현할 수 있는 디자인의 폭이 아파트보다 훨씬 넓어서인지 점점 많은 건축가들이 단독주택을 하나의 작품처럼 설계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흐름에 비춰볼 때, 디자인의 다양성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단독주택은 건축가의 철학을 담아내는 그릇으로써, 새로운 주거문화의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집, 가족의 문화를 담다
이태원 주택(非家然家)
설 계 /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시건축・류재은(597-9705)
위 치 / 서울특별시 용산구 이태원동 108-6
대지면적 / 603㎡
건축면적 / 203㎡
연 면 적 / 414㎡
규 모 / 지하 2층~지상 2층
구 조 / 철근콘크리트조
지역적 색깔을 명확히 띠고 있는 이태원에, 획일적인 아파트에서 벗어나 주택만이 가질 수 있는 공간의 다양함과 독립성을 담은 아담한 주택 한채가 들어섰다. 이곳은 건축주의 의도대로 집이 줄 수 있는 편안함은 반영하되, 흔히 볼 수 없는 조금은 색다른 집으로 완성되었다.
이에 건물은 사적영역 보호를 위해 높게 세워지는 옹벽의 일부를 잘라내고, 그 사이로 비워진 틈을 만들었다. 그리고 비워진 중정에는 공간적으로 나누어진 실들을 시각적으로 연결해 집 내부에서 자연스럽게 안과 밖이 내다보이며, 하나로 연결되어져 있음을 느끼게 만들었다. 또한 외부의 블랙 목재패널과 지붕의 징크는 땅에서 솟아오른 경사진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단단하게 땅에 박힌 듯한 인상을 준다. 더불어, 연결된 평지붕의 복도는 유리로 마감을 해 블랙 목재패널을 강조하고 있으며, 남쪽으로 면한 경사의 지붕에는 일체화된 태양광전지판을 설치하여 에너지 절감 효과와 단일화된 매스를 유지했다.
한편, 깔끔한 건물 외관과 마찬가지로 내부도 같은 맥락에서 화이트 마감처리를 했으며, 각각의 나눠진 매스와 경사진 지붕이 만들어내는 입체감이 내부의 실을 각기 다른 형태로 만들어 준다. 아울러 이 집의 가장 큰 매력은 모든 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특히 남쪽의 침실에서 복도를 지나면 북쪽의 외부공간으로 이어지고, 유리복도로 연결된 서재는 외부 정원을 전면창으로 모두 담아 일반적인 집에서 보기 힘든 안과 밖의 소통이 자연스럽다.
이처럼 이태원 주택은 일련의 단독주택지와는 다른 조금 낯선 모습일지 모르나, 이태원이라는 지역적 색깔 자체가 다양한 문화와 삶이 공존하듯이, 이 집 또한 여러 개의 건물 매스로 이루어졌지만 결국에는 하나의 건물로 이어지며, 다양한 내외부의 인상을 담고 있다는 점이 닮아 있다.
집, 흐르는 자연이 머물다 가는 곳
LATTICE HOUSE
설 계 /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연미건축 · 인의식+장명희(525-6325)
시 공 / (주)제효
위 치 / 서울시 서초구 내곡동
대지면적 / 368㎡
건축면적 / 156.8㎡
연 면 적 / 295.5㎡
규 모 / 지하 1층~지상 2층
구 조 / 철근콘크리트조
마 감 / 외부-스터코플렉스
내부-천연페인트
사 진 / 남궁선
‘격자’를 뜻하는 ‘Lattice’에서 이름을 따온 LATTICE HOUSE는 이름에서부터 집의 방향성을 확실히 하고 있다. 건축가는 전통가구의 격자무늬에서 모티브를 얻어 집의 형태에서부터 네모반듯함을 표현해내고 있다. 이에 커다란 직육면체가 그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듯해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거주자와 자연과의 교감을 최대로 이끌어내기 위한 건축가의 노력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평소 전통가구와 미술작품 애호가인 거주자는 이러한 것들이 서로 집 안에서 조화를 이루기를 바랐고, 건축가는 이러한 거주자의 요구대로 전체적인 컬러 선택에 있어서도 화이트를 적용해, LATTICE HOUSE는 배경이 되고, 전통가구와 미술작품이 주인공이 되는 집을 완성했다. 이에 현관 왼편에 갤러리를 두어 틈틈이 수집한 거주자의 미술작품들을 전시해놓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LATTICE HOUSE는 자연과의 교감을 추구하고자 다양한 요소가 설계에 반영되었다. 먼저 주택의 남쪽 정원에는 집주인이 배추와 고구마를 직접 재배할 수 있도록 크고 작은 정사각형 텃밭을 마련했다. 삭막한 도시, 아파트에서는 이뤄내기 힘든 소박한 꿈이 이곳에서 실현된 것이다. 아울러, 거주자들은 건물 내부의 현관문 위로 난 유리창을 통해서 마을풍경을 바라다볼 수 있으며, 각 방이나 화장실의 창을 통해서도 외부와의 소통을 이룰 수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소통은 집안과 자연과의 소통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거실, 건축주, 부부침실에 이르기까지 통유리를 부분적으로 적용해 가족간의 움직임을 확인함으로써 더욱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가는 구실을 한다.
이렇듯, LATTICE HOUSE가 전하는 반듯해 보이는 딱딱한 첫인상과는 다르게, 내 외부 곳곳에 자리한 크고 작은 정원들과 창은 끊임없이 외부 자연과의 소통을 이끌어내며, 거주자와 집이 얼마나 친밀하게 교감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집, 틈새에 자연을 채우다
MAISON 404
디 자 인 / 르씨지엠 · 구만재, 김선국(583-7024)
디자인팀 / 정소영, 홍준의, 박기범, 이은희, 양호순
시 공 / 르씨지엠
위 치 / 경기도 양평군 옥천면 신복리 404-14
면 적 / 146.8㎡
마 감 / 외부-노출콘크리트, 목재
내부-원목마루, 수성도장
계곡을 낀 산자락의 작은 주택인 MAISON 404는 무게감 있는 외관, 사적공간과 공적공간을 연결하는 계단, 그리고 대비감을 표현하고 있는 컬러를 통해 디자인을 완성해냈다. 디자이너는 공간을 계획한다는 것, 그 자체가 무언가 실체를 만들어내는 일이라기보다는 외부환경, 내부조건, 사물, 건축주와 시공자 등 다양한 요구조건들 사이의 관계를 맺는 일이라고 보았다. 이에 ‘무엇과 무엇’ 그 사이에 있는 ‘과’라는 여백은 디자이너들이 흥미를 느끼는 단순한 여백이 아니라 디자이너의 사고방식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따라서 이번 프로젝트에 있어서도, 꽉 찬 구조가 아닌, 디자이너가 부여한 의미와 더불어 거주자 스스로 채워나갈 수 있는 여백을 남겨 두었다.
한편, 건물은 지대가 높은 곳에 위치한다는 장점을 살려, 직육면체의 매스를 어긋나게 쌓아올렸고, 이는 각각의 내부에서 바라볼 때, 조망권이 더 좋은 곳을 향하도록 자리하고 있다. 이때 생기는 두 매스간의 틈새를 이용해, 자연과 맞닿을 수 있는 면적을 넓혔으며, 이는 보다 밀접한 자연과의 소통을 이뤄냈다.
아울러 세컨드 하우스의 개념으로 설계된 주택의 내부는 가장 기본적인 실들로 구성이 되어 있다. 주방과 거실로 구성된 1층 역시 전망이 좋은 위치에 들어서 있다는 주택의 특성을 살려서, 한쪽 벽면을 모두 창으로 구성, 1층 어디에서나 바깥 풍경을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1층 중심부에 계단을 두어 거실에서 바라다 보이는 주방에 대한 시선을 차단하고, 거실과 주방을 자연스럽게 구분지었다.
이처럼, 디자이너는 주택이 단지 거주자를 위한 곳이라는 개념에서 더 나아가 주변 이웃들과도 관계성을 갖고 있다는 철학을 말하며, 이에 공적공간과 사적공간을 조화롭게 연계시켜, 주변 이들에게는 아름다운 건축물로, 사용자들에게는 진정한 쉼이 있는 세컨드 하우스로 기억되도록 했다.
현대와 전통 사이, 여유를 품다
JINO HAUS
설 계 / (주)필립종합건축사사무소 ․ 이기옥(2203-6167)
위 치 /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백현동 577-6
대지면적 / 330.9㎡
건축면적 / 161.6㎡
연 면 적 / 500.5㎡
규 모 / 지하 1층~지상 3층
구 조 / 철근콘크리트조
마 감 / 외부-노출콘크리트, 코르텐강판
내부-석고보드위 실크벽지
판교신도시 카페골목에 자리한 점포주택 JINO HAUS. 건물의 서쪽은 단독주택지와 경계를 이루고, 동쪽으로는 20m의 보행자 전용도로와 접해 있는 이곳은 지구단위계획으로 인해 모두 비슷한 면적과 겉모습을 가진 일반적인 건물들 사이에 유일하게 개성있는 외관을 뽐내고 있다. 이곳은 근린생활시설의 면적 일부를 지하로 분사시켜, 지하 1층과 지상 1층에는 2개 층의 근린생활시설을, 2층의 반절은 임대 1세대를 구성, 또 다른 반절과 3층은 복층형 주인세대라는 새로운 프로그램으로 건물을 구성했다.
한편, 건물 외관을 살펴보면, 노출콘크리트로 마감된 둥근 박스형태가 공중에 떠 있고, 그 박스에 크기가 작은 붉은 박스 3개가 수평과 수직으로 끼어들어 가 입체감 있는 조형성을 보인다. 이는 내부의 공간 개념이 외부로도 적극적으로 표출되며, 만들어낸 모습이다. 그리고 1층 근린생활시설은 원형기둥만으로 상부 매스를 지지하여 보행통로와 남쪽의 옥외데크가 서로 연결됨으로써 개방감을 살렸다. 아울러, 측면의 외부계단을 통해 2층에 오르는 수직동선은 자연스럽게 건물내부로 이어져, 단면의 변화가 주는 새로운 건축공간으로 안내한다.
그러나 이러한 모던한 외관과는 다르게, JINO HAUS의 내부는 지극히 한국적이다. 이에 한옥에서 볼법한 마당, 튓마루, 사랑채 등 한옥의 공간개념을 적용해, 고즈넉한 분위기의 편안한 인상을 전한다. 특히 2층 주인세대에 진입하면, 정면에 상대적으로 높은 층고로 이루어지는 툇마루와 작은 마당이 나오고, 툇마루에 올라서서 좌측의 중문을 열면, 좌측으로는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우측으로는 사랑방과 마루방으로 구성된 사랑채가 모습을 드러낸다. 이 공간은 마당과 시각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공간에 깊이감을 더해주며, 문들을 열고 닫음의 조합에 따라 다양한 공간을 연출해내기에, 제사를 지낸다거나 손님이 오셨을 때마다 다양하게 쓰일 수 있는 다목적 공간이 된다.
아울러, 3층에 오르면 주방까지 이어지는 넓은 거실이 등장하는데, 이곳은 안채의 개념으로서 2층보다는 모던하게 디자인을 풀었다. 거실의 한쪽에는 시골 한옥집에서나 볼법한 툇마루를 연상시키는 공간구조를 볼 수 있다. 이는 TV를 놓는 선반대로 쓰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먼 경치를 바라보며, 등을 기대쉴 수 있는 쉼이 있는 공간으로 사용되어도 무방할 듯 하다.
이렇듯, JINO HAUS는 주변환경과의 조화를 꾀하면서도 그 안에 자기만의 정체성을 조용히 드러낼 줄 아는 건물이다. 또한 겉으로 보여지는 화려한 외관도 중요하지만, 그 안에 담긴 공간은 급변하는 현대사회에서 조금은 천천히 흘러가도 좋을 여유 있는 모습을 담고 있다.
COPYRIGHT 2011.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