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 녹아든 디자인, 그 숨결을 느끼다 - Residence Project (2013.01)

일상에 녹아든 디자인, 그 숨결을 느끼다
- Residence Project

취재 / 허혜림

최근 폭발적으로 늘어난 소평형대 아파트는 1인 가구라는 작아진 단위 세대에 적합할지는 몰라도 활동적인 현대인들의 라이프스타일과는 그리 맞지 않는 주거 형태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문제에 대한 인테리어적 해결책은 무엇일까.


협소한 면적 대비 높은 인구를 지닌 대한민국 대부분의 사람들은 네모난 아파트 속에서 가정을 꾸리고 꿈을 키우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근래 들어 이러한 성냥갑 같은 아파트에서 벗어나 작지만 자유로운 일상을 꾸릴 수 있는 땅콩 주택, 쉐어 하우스 등과 같은 새로운 주거의 개념이 등장하고 있지만, 여전히 절반 이상은 도심에 위치한 이 아파트라는 공간을 벗어나길 원치 않는다. 이에 인테리어를 통해 현대인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을 해결해 줄 필요가 있다. 특히, 정형화된 아파트의 이미지를 가진 우리와 달리 해외의 경우 이미 오래전부터 다양한 방법이 시도되어 왔다. 이번 기사에서 소개될 타이완, 포르투갈 등 세계 각지에서 펼쳐진 주거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영감을 얻길 바란다.


Resident TSAO
Interior / KC design studio·Chun-ta, Tsao(+88 6916 25 1571)
Location / Taipei, Taiwan
Area / 79㎡

소평형대의 스튜디오형 주거가 등장함으로써, 한정된 공간 속에서 각 활동 간의 충돌을 방
지할 인테리어적인 해결책이 강구되고 있다. 이에 대만 디자이너 Chun-ta, Tsao가 디자인한 타이페이 아파트는 일반적인 벽으로 구분되지 않는 오픈 플랜 공간으로서, 두 개의 이동 파티션을 사용해 거실과 주방, 방 등의 네 개 영역을 구분 짓는 것이 특징이다.
먼저, 거실과 주방을 구분 짓는 TV 파티션은 하나의 축을 중심으로 여러 각도로 회전 가능
하다. 이 기능은 거주자가 상황에 따라 좀 더 넒은 다이닝 공간을 필요로 하거나, 거실이 필요할 때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고안한 것인데, 공중에 부유해 있는 듯 위아래가 오픈된 형태로 심미성 또한 뛰어나다. 이렇듯 탁 트인 뷰를 자랑하는 거실은 소프트한 카펫을 매치해 가정적인 따스함을 가미했으며, 짙은 플로어와 어우러져 세련된 컬러 배색을 이룬다.


다음으로 침실과 서재 중심에 자리한 파티션의 한 면은 책장으로 다른 한 면은 심플한 TV장으로 디자인 되었다. 이 역시 앞의 거실 & 주방 파티션처럼, 고정된 축을 중심으로 180° 회전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상황에 따라 두 공간을 개방하거나 구분 지을 수 있다. 아울러 이 두 개의 파티션은 공간 구획이라는 기능적인 면뿐만 아니라 디자인적인 요소 또한 반영되었는데, 사선으로 처리된 파티션 측면은 복도에서 봤을 때 얇고 가벼워 보이는 효과를 준다. 특히, 서재로 이어진 복도 모서리를 파티션의 사선과 평행하도록 처리해 동선이 부드럽게 이어지고, 공간이 한층 역동적으로 느껴지게 한다.
이렇듯 타이페이 아파트 프로젝트는 두 개의 가변형 파티션을 사용하여 하나이면서 네 개로 분리될 수 있는 높은 응용력을 갖춘 차세대 주택이라 할 수 있다.


Closet House
Architecture / consexto lda(+351 222 022 106)
Location / Matosinhos, Portugal
Area / 44㎡
Photography / Amândio Neto

이번에 소개할 프로젝트는 포르투갈의 건축가 consexto lda가 디자인한 공간으로 44㎡ 규모 소형 주택을 리모델링 한 것이다. 이에 특징은 국내 원룸처럼 협소한 주거에 서 인기가 높은 가변형 가구를 중심으로 집안을 디자인 했다는 것이다. 거실과 침실을 구분짓는 벽체이자 공간 중심부에 위치한 가변형 구조체는 나뭇결을 그대로 살린 목재로 마감하여 강한 개성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이 주위로는 인공적인 순수의 이미지를 반영한 화이트 폴리싱 마감재를 사용해, 공간에서 유일하게 목재라는 자연 소재를 사용한 캐비닛이 두드러지도록 만들었다. 캐비닛의 거실 면에는 미니 바와 TV, 스테레오 시스템 등이 빌트인 되어 있으며, 짙은 옹이결과 블랙의 스피커가 멋스럽게 어우러진다.


그리고 침실 면은 옷장이자 벽으로써의 역할을 담당하고, 이곳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일조한다. 침실의 캐비닛 맞은편으로는 계단형태의 침대가 큰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 침대헤드가 생략되어 자칫 허전한 느낌을 줄 수 있기에 벽체 부착형 조명으로 포인트를 주고, 매트 아래로는 다양한 수납공간을 짜 넣어 안 쓰는 공간까지 활용도를 높인 것이 특징이다. 그리고 여기서 디자이너는 침대 수납장을 비롯한 옷장, 미니바, 주방장 등 모든 도어에 거추장스러운 핸들 대신 하이테크 하드웨어를 적용해 외관을 깔끔하게 정리했다.
한편, 거실과 작은 서재 측면으로 이어진 주방의 경우, 책장과 주방장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고안해 통일감을 부여하고, 투명한 옐로 컬러 슬라이딩 도어로 포인트를 주었다. 끝으로 화장실의 경우, 기존의 모던한 스타일에 내추럴리즘을 믹스 앤 매치하여 변화를 시도 했다. 실제 나뭇가지를 그대로 사용한 오브제는 화장실의 어두운 조명 속에서 주위를 둘러싼 거울에 무한으로 투영되며, 끝없이 이어지는 듯한 신비한 분위기를 전달한다.


R1T Apartment
Interior / Paritzki & Liani Architects(+972 35101134)
Location / Tel Aviv, Israel
Area / 168m²
Photography / Amit Geron

이번 R1T Apartment는 텔아이브 남쪽에 위치해 자파 항구의 구불구불한 해안선을 내려다보는 환상적인 전경을 지니고 있다. 이에서 영감을 받은 디자이너는 자연의 부가물이 창조되고 다시금 도시 속 작은 공간 속에 조화되는 콘셉트를 설정하게 된다. 사방이 오픈된 구조의 거실은, 전망 좋은 곳의 장점을 살리기 위해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전창과 더불어 또 다른 요소를 하나 더 찾을 수 있다. 바로 거실 천장으로 얇은 반사막을 마감해 도시경관이 다시 한 번 내부에 반영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이러한 반사는 해가 지고 저녁이 되면 절정에 달하는데, 블랙 프레임의 TV와 조명은 투명한 유리 및 도시 반사면에 직접적으로 접해 있어, 마치 도시 중앙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게 된다. 그리고 화이트 천장은 짙은 목재 바닥과 대비를 이루고, 스타일리쉬한 가구 및 조명, 카펫은 각각 여유 있게 배치되어 하나하나 돋보인다.


침실과 욕실 인테리어에서도 전망에 대한 디자이너의 고집이 고스란히 반영되었다. 침실은 깔끔한 화이트 컬러로 모던한 분위기를 전달하고, 침대를 창을 향하게 배치하여 누워서 잠들기 직전까지 외부의 모습을 평화롭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리고 침실과 맞붙은 욕실은 유리문을 사용한 오픈형 구조로 계획되었으며, 기존 공간에서 볼 수 없던 거친 스톤
느낌 타일을 마감해 원초적인 자연의 멋을 그려 넣었다. 아울러 이곳에서 역시 도시를 환히 내려다 볼 수 있도록 유리창으로 마감해 완전히 공개된 장소에서 샤워를 즐기는 듯한 이색적인 느낌을 경험할 수 있다.


A two storey detached house with a view to the Acropolis
Architecture & Design / MINAS KOSMIDIS(+30 2310 344651)
Lighting Design / Minas Kosmidis
Location / Thisio, Athens, Greece
Area / 100㎡
Photography / Ioanna Roufopoulou

그리스 아테네에 위치한 2층 규모의 단독주택을 리모델링하는 프로젝트를 맡은 디자이너 MINAS KOSMIDIS는 먼저, 수도 아크로폴리스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건물의 위치적 이점에 큰 매력을 느끼게 된다. 기존 내부 공간은 전형적인 50년대 건축 구조로 설계되어 있었기에, 주위 경관을 내부로 받아들일 수 있는 오픈된 구조로의 리뉴얼이 불가피 했다.
이에 1층으로는 메인 침실과 프라이빗한 욕실, 상황에 따라 게스트룸으로 활용할 수 있는 작은 리빙룸, 창고와 작은 WC 등이 구성되어 있다. 여기서 눈여겨 볼 점은 벽과 문을 이동 가능한 거대한 월넷 목재 패널로 교체한 것이다. 이 패널을 완전히 닫아 공간을 분리시키면, 손님이 방문했을 때 머물 수 있는 게스트 룸이 되고, 평소에는 오픈하여 두 개의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을 공간 깊숙이 받아들이는 밝은 분위기의 거실을 연출하게 된다. 그리고 입구 맞은편으로는 월넛 패널을 한 계단 한 계단 벽에 고정한 미니멀한 형태의 계단이 자리잡고 있는데, 이에 대해 디자이너는 ‘나무를 심다’라는 재미난 표현을 사용했을 정도로 오브제적인 감수성이 묻어난다.


이러한 계단을 따라 이어진 2층으로는 메인 리빙룸과 주방 및 다이닝룸, 베란다가 자리 잡고 있다. 심플한 프레임으로 고정된 글라스월은 아크로폴리스의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게 하며, 마치 이곳이 도시 관측소와 같은 상징적인 장소 마냥 특별한 느낌을 전달한다.
이번 프로젝트의 의뢰인은 뛰어난 미적 감각을 지니고 있었기에 디자인 과정에서 자신의 의견을 적극 주장했다. 이에 내추럴한 소재를 지향하고 편안 느낌을 주는 흙색과 푹신한 패브릭 소파, 빈티지한 아이템 등이 과장 없이 조화된, 노스텔지어적인 감성을 자극하는 인테리어 스타일을 완성하게 된다. 특히, 욕실 세면대와 욕조, 수납장의 경우 투박하지만 단단한 느낌을 주는 소재의 물성을 잘 살려, 마치 각 제품들이 하나의 조형 작품처럼 돋보이도록 만들었고, 곳곳에 블랙을 포인트 요소로 사용해 컬러 대비를 통한 세련된 분위기를 살렸다.
이렇듯 이번 프로젝트는 그리스 특유의 우아한 분위기를 살려내면서 거주자의 감각까지 조화시킨, 세상에 하나뿐인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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