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CE THE DIVERSITY OF TIMBER
목재를 활용한 주거공간 프로젝트
취재 유승현
KINFOLK를 시작으로 지난 몇 년간 소소하지만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인테리어 분야에서도 큰 흐름을 형성한 내추럴리즘은 단순히 화분을 실내에 들이는 것을 넘어 공간 전체를 자연물로 아우르는 풍경을 만든다. 석재와 더불어, 자연 소재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목재는 수종과 결, 톤에 따라 무한히 다른 얼굴을 지녀 디자이너의 영감을 간질인다. 최근에는 가구나 구조재뿐만 아니라, 바닥재를 비롯한 마감재, 창호, 몰딩까지 더욱 다양한 제품에 목재를 적용해 자연의 섬세하고도 따뜻한 면면을 공간에 더한다. 이에 공간 디자이너 역시 빈티지나 러프한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에 국한하지 않고 목재가 지닌 실용성, 따뜻함, 강인함 등 폭넓은 감성을 공간에 펼치고 있다. 또한 상업공간에 한정되었던 목재를 활용한 인테리어를 주거공간으로까지 넓혀 사람들의 일상의 배경을 자연의 결로 물들이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목재의 다각적인 면모를 인테리어의 요소로 풀어낸 주거공간 프로젝트를 소개해 소재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전하고자 한다.
이성과 감성, 모두를 일깨우다
Chamfer House
Architect / Mihaly Slocombe·Warwick Mihaly, Erica Slocombe, Jake Taylor
Builder / Basis Builders
Structural Engineer / ZS Consulting
Location / Mornington Peninsula, Victoria, Australia
Area / 270㎡
Photography / Andrew Latreille
소재가 지닌 따뜻한 분위기와 무른 질감 때문인지, 목재는 흔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이나 빈티지 무드를 대변해왔다. 하지만 일면 목재는 강인하고 날렵하며, 생동감 있는 소재로, Chamfer House는 예각과 직선을 통해 목재의 두 얼굴을 한 공간에 담아낸다.
선과 각이 살아있어 입체미가 돋보이는 언덕 위의 작은 집 Chamfer House는 오랜 시간 제 자리에서 여러 주인을 만나며 끊임없이 다듬어진 집이다. 건축 초기에는 1960년대 오스트레일리아의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주름잡던 Graham Kennedy가 머물렀으나, 1977년에 모던한 건축으로 정평이 난 Kevin Borland가 매입했다. 이후 건축가는 목재로 골조를 빚고 천장과 벽체에 비스듬한 각을 더해 낭만과 이성이 교차하는 집을 만들었는데, 지난 2011년 현재의 주인을 만나면서 Chamfer House는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이했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두 딸과 부부, 정원을 뛰노는 강아지 Ruby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면서, 가족들은 기존의 골조를 유지하되 안락함이 느껴지는 집을 갖길 원해 건축 스튜디오 Mihaly Slocombe와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리노베이션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 이에 날렵한 선으로 빚어낸 삼각형의 공간이 탁 트인 정방형의 공간보다 구성원을 부딪히며 가까이 어울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착안해 골조에 각을 더 주어 공간의 조형성을 강조했다. 반면 내부는 기존의 1970년대 사이키델릭한 무드를 지워내고 각각의 방을 깔끔하게 매만져 사선으로 충돌하는 목재 골조만이 돋보이도록 했다. 더불어 인위적이고 도드라진 컬러나 소재를 선택하기보다 석재 타일, 목재 계단, 화이트 패브릭을 적용해 자연소재와 콘크리트를 주자재로 사용한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힘주었다.
언덕의 능선을 따라 완성한 공간은 두 개의 층으로 이뤄지는데, 외부에는 정원과 함께, 수영장을 마련해 자연과 벗하는 삶을 지향한다. 침실이 배치된 1층은 통창과 유리 도어를 적용해 언제나 정원의 녹음을 만끽할 수 있으며, 거실과 다이닝룸, 아이들 공간이 마련된 2층은 각각의 공간을 화이트 우드 패널로 구획하여 부드럽게 연결했다. 또한 사선으로 창을 내거나, 가구, 패널 등을 비스듬히 배치해 파사드와 골조가 지닌 역동성을 인테리어에 접목했으나 이를 목재가 지닌 따뜻한 물성이 중화시켜 야누스적인 매력을 지닌다.
이처럼 Chamfer House 프로젝트는 날렵하게 뻗은 골조와 사선으로 배치된 벽체를 통해 이지한 분위기를 구축하고 목조가 머금은 오랜 시간을 계승해 가족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선사한다.
사려 깊이 빚은 정갈함
House of Holly Osmanthus
Architect / Takashi Okuno
Location / Matsuyama, Shikoku, Japan
Area / 314.79㎡
Photography / Shigeo Ogawa
오랜 시간 건축자재로 사랑 받아온 목재는 기둥과 골조로 그 단단함을 겸허히 내비친다. 반듯한 기둥선 하나와 매끈하게 다듬은 바닥에서 느껴지는 정성은 목재가 지닌 말쑥함을 여실히 드러낸다.
건물이 중정을 U자 형태로 두르고 있는 House of Holly Osmanthus 프로젝트는 일본 건축 특유의 반듯함이 느껴진다. 특히 정원 한가운데 놓인 꽝꽝나무를 집의 어느 공간에서나 바라볼 수 있도록 창을 내 정원과 실내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은 한적한 여유가 전해진다.
입구를 지나면, 손님을 맞이하는 다다미룸이 우측에 자리하는데, 공간은 옅은 녹색을 주조색으로 삼아 차분하게 꾸몄다. 일본 전통 건축 방식의 낮은 천장이나 비례를 접목한 다다미룸은 곱게 다듬은 목재를 바닥과 기둥으로 사용하고, 꽃이나 그림을 장식할 수 있는 도코노마를 마련해 예스러움을 부각했다. 다다미보다 한 단 높여 지은 도코노마뿐만 아니라, 목재 선반이나 기둥, 바닥의 단차를 통해 입체감을 발한다. 또한 건축가는 공간이 지닌 정갈함을 강조하기 위해 전자기기나 전선 등을 매립해 깔끔하게 마감했다.
다다미룸을 지나 이어지는 공간은 가족의 일상이 이뤄지는 거실로, 모던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부드러운 텍스처의 패브릭과 밝은 톤의 우드 바닥재를 사용해 따뜻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높은 천장으로 탁 트인 공간감을 발하는 거실은 다다미룸의 옅은 녹색의 컬러 스키마를 이어받아 미색과 짙은 파랑으로 안정감 있게 연출했으며, 가족의 체온과 이야기로 풍성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했다. 또한 그 위로 이어지는 공부방이나 침실의 면적을 최소화해 가족이 거실로 모이기를 힘쓰고, 공간에 목재와 함께 규조토나 일본 고유의 제조법으로 만든 종이 와시를 마감재로 사용하고 셀룰로오스 섬유를 단열재로 채택해 가족의 건강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House of Holly Osmanthus 프로젝트는 하나부터 열까지 성심을 다하는 일본 전통 건축의 정신을 계승한 공간으로, 머무는 사람의 작은 움직임이나 시야까지 세심히 고려해 완성도를 높였다.
건실한 디자인을 일구다
하남 가로수집
설계 / 공간공방 미용실·김원일
시공 / 공간공방 미용실
위치 /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
면적 / 151㎡ (다락 제외)
사진 / 조재무
유리나 석재, 스테인리스 스틸, 그 어떤 소재보다 가공이 쉬운 목재는 우리 생활에 아주 가까이 맞닿아 있다. 하남 가로수집 프로젝트는 목재를 이용해 수수하지만 기능에 집중한 디자인을 펼친다.
1983년 지어진 복층 건물을 수직 증축한 하남 가로수집 프로젝트는 17년간 돈가스를 만들어온 어머니와 빵을 만들며 단란한 식당을 꾸려나가는 아들의 새로운 기틀이다.
1층은 모자가 운영하는 식당을 이전하고 2층에는 어머니의 생활공간을, 새로 올린 3층에는 아들 내외의 공간을 구성했다. 한편 3층의 한 편을 마당으로 만들고 싶다는 클라이언트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김원일 건축가는 궁리를 거듭했다. 작은 면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집을 남북으로 나누어 남쪽에 두 개의 방과 화장실을 배치하고 북쪽에는 보이드 공간과 함께 데크 공간을 형성해 마당은 없지만 해사한 볕과 가로수의 짙은 녹음이 드리우는 리빙룸을 만들었다.
값비싼 원목으로 공간을 마감하고 가구를 제작하는 일도 좋으나, 가족이 오래도록 머물며 삶을 닦을 공간이기에 내진구조설계나 면적, 단열 등 기초공사를 탄탄히 하는 것에 비중을 둔 건축가는 소박하지만 실용성 있는 인테리어를 꾸리고자 했다. 이에 원목보다는 저렴하지만 쓰임새가 좋은 합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였고, 특히 거칠고 어두운 톤의 라왕합판과 부드럽고 따뜻한 톤의 무절미송합판을 조합해 미묘한 조화를 이끌어냈다. “같은 목재이더라도, 각기 다른 질감의 목재를 적용해 다채로운 분위기를 낼 수 있다” 고 말하는 건축가는 톤과 텍스처의 미세한 차이를 통해 층층마다 새로운 결을 빚어냈다.
‘가볍고 가공이 쉬워 무엇이든 제작하는 데에 큰 품이 들지 않는다’ 는 목재의 장점을 견지한 건축가는 프로젝트 전반의 가구부터 마감까지 목재를 활용해 직접 매만졌다. 더불어 가구의 바니쉬 마감에 클라이언트를 참여시켜 앞으로 공간을 가꿔나가는 데에 필요한 애착을 불어넣었고, 프로젝트의 마무리와 함께 작업에 사용된 페인트나 유지 및 보수에 필요한 자재를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해 공간이 오래도록 가족의 손때가 묻어 영롱하게 반짝이길 바랐다.
가족의 온화한 캔버스
Emme Elle Apartment
Architect / Archiplanstudio
Location / 21052 Busto Arsizio, Province of Varese, Italy
Area / 102㎡
Photography / Davide Galli
목재가 지닌 따뜻한 물성은 자연의 너른 품을 대변하듯 유려하게 흐르는 결에서 비롯된다. 물을 머금은 나무처럼 힘차게 자라날 두 아이의 따뜻한 풍경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 아늑한 리빙 공간을 선사한 Emme Elle Apartment의 목재를 소개한다.
새로 지은 5층 건물, 꼭대기 층에서 이뤄진 Emme Elle Apartment 프로젝트는 어린 두 자녀와 젊은 부부의 안락한 둥지로, 현대 주거공간의 단편을 잘 보여준다. 높은 임차료에 넓은 평형대의 집을 꿈꾸기 어렵지만 아파트 위층의 다락을 보수해 가족들의 리빙 공간을 완성한 이번 프로젝트는 공간의 작은 규모를 살려 안락한 분위기로 지어졌다.
아이들이 자라남에 따라 공간이 협소해 질 것을 염려한 디자이너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디자인을 추구했으며, 수직 및 수평을 강조한 선반, 소파, 서랍장 등으로 불필요한 장식 없이 수납에 집중했다. 더불어 바닥과 벽체, 가구까지 원목 및 합판을 적용한 내부는 밝은 톤이나 화이트 컬러를 도색한 우드로 공간의 배경을 이뤘는데, 옹이나 나뭇결이 살아있어 소재의 따뜻한 물성을 부각한다.
이렇듯 따사로운 볕과 따뜻한 물성의 목재, 화이트 컬러가 조화를 이룬 Emme Elle Apartment 프로젝트는 공간에 흐르는 온화한 분위기로 가족의 화목을 오래도록 도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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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CE THE DIVERSITY OF TIMBER
목재를 활용한 주거공간 프로젝트
취재 유승현
KINFOLK를 시작으로 지난 몇 년간 소소하지만 건강한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늘어남에 따라 인테리어 분야에서도 큰 흐름을 형성한 내추럴리즘은 단순히 화분을 실내에 들이는 것을 넘어 공간 전체를 자연물로 아우르는 풍경을 만든다. 석재와 더불어, 자연 소재의 큰 축을 담당하고 있는 목재는 수종과 결, 톤에 따라 무한히 다른 얼굴을 지녀 디자이너의 영감을 간질인다. 최근에는 가구나 구조재뿐만 아니라, 바닥재를 비롯한 마감재, 창호, 몰딩까지 더욱 다양한 제품에 목재를 적용해 자연의 섬세하고도 따뜻한 면면을 공간에 더한다. 이에 공간 디자이너 역시 빈티지나 러프한 이미지를 표현하는 데에 국한하지 않고 목재가 지닌 실용성, 따뜻함, 강인함 등 폭넓은 감성을 공간에 펼치고 있다. 또한 상업공간에 한정되었던 목재를 활용한 인테리어를 주거공간으로까지 넓혀 사람들의 일상의 배경을 자연의 결로 물들이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목재의 다각적인 면모를 인테리어의 요소로 풀어낸 주거공간 프로젝트를 소개해 소재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을 전하고자 한다.
이성과 감성, 모두를 일깨우다
Chamfer House
Architect / Mihaly Slocombe·Warwick Mihaly, Erica Slocombe, Jake Taylor
Builder / Basis Builders
Structural Engineer / ZS Consulting
Location / Mornington Peninsula, Victoria, Australia
Area / 270㎡
Photography / Andrew Latreille
소재가 지닌 따뜻한 분위기와 무른 질감 때문인지, 목재는 흔히 아날로그적인 감성이나 빈티지 무드를 대변해왔다. 하지만 일면 목재는 강인하고 날렵하며, 생동감 있는 소재로, Chamfer House는 예각과 직선을 통해 목재의 두 얼굴을 한 공간에 담아낸다.
선과 각이 살아있어 입체미가 돋보이는 언덕 위의 작은 집 Chamfer House는 오랜 시간 제 자리에서 여러 주인을 만나며 끊임없이 다듬어진 집이다. 건축 초기에는 1960년대 오스트레일리아의 라디오와 텔레비전을 주름잡던 Graham Kennedy가 머물렀으나, 1977년에 모던한 건축으로 정평이 난 Kevin Borland가 매입했다. 이후 건축가는 목재로 골조를 빚고 천장과 벽체에 비스듬한 각을 더해 낭만과 이성이 교차하는 집을 만들었는데, 지난 2011년 현재의 주인을 만나면서 Chamfer House는 또 한 번의 변화를 맞이했다.
청소년기에 접어든 두 딸과 부부, 정원을 뛰노는 강아지 Ruby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되면서, 가족들은 기존의 골조를 유지하되 안락함이 느껴지는 집을 갖길 원해 건축 스튜디오 Mihaly Slocombe와 3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리노베이션에 대한 논의를 이어왔다. 이에 날렵한 선으로 빚어낸 삼각형의 공간이 탁 트인 정방형의 공간보다 구성원을 부딪히며 가까이 어울리게 만든다는 점에서 착안해 골조에 각을 더 주어 공간의 조형성을 강조했다. 반면 내부는 기존의 1970년대 사이키델릭한 무드를 지워내고 각각의 방을 깔끔하게 매만져 사선으로 충돌하는 목재 골조만이 돋보이도록 했다. 더불어 인위적이고 도드라진 컬러나 소재를 선택하기보다 석재 타일, 목재 계단, 화이트 패브릭을 적용해 자연소재와 콘크리트를 주자재로 사용한 공간의 아이덴티티를 힘주었다.
언덕의 능선을 따라 완성한 공간은 두 개의 층으로 이뤄지는데, 외부에는 정원과 함께, 수영장을 마련해 자연과 벗하는 삶을 지향한다. 침실이 배치된 1층은 통창과 유리 도어를 적용해 언제나 정원의 녹음을 만끽할 수 있으며, 거실과 다이닝룸, 아이들 공간이 마련된 2층은 각각의 공간을 화이트 우드 패널로 구획하여 부드럽게 연결했다. 또한 사선으로 창을 내거나, 가구, 패널 등을 비스듬히 배치해 파사드와 골조가 지닌 역동성을 인테리어에 접목했으나 이를 목재가 지닌 따뜻한 물성이 중화시켜 야누스적인 매력을 지닌다.
이처럼 Chamfer House 프로젝트는 날렵하게 뻗은 골조와 사선으로 배치된 벽체를 통해 이지한 분위기를 구축하고 목조가 머금은 오랜 시간을 계승해 가족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를 선사한다.
사려 깊이 빚은 정갈함
House of Holly Osmanthus
Architect / Takashi Okuno
Location / Matsuyama, Shikoku, Japan
Area / 314.79㎡
Photography / Shigeo Ogawa
오랜 시간 건축자재로 사랑 받아온 목재는 기둥과 골조로 그 단단함을 겸허히 내비친다. 반듯한 기둥선 하나와 매끈하게 다듬은 바닥에서 느껴지는 정성은 목재가 지닌 말쑥함을 여실히 드러낸다.
건물이 중정을 U자 형태로 두르고 있는 House of Holly Osmanthus 프로젝트는 일본 건축 특유의 반듯함이 느껴진다. 특히 정원 한가운데 놓인 꽝꽝나무를 집의 어느 공간에서나 바라볼 수 있도록 창을 내 정원과 실내가 조화를 이루는 공간은 한적한 여유가 전해진다.
입구를 지나면, 손님을 맞이하는 다다미룸이 우측에 자리하는데, 공간은 옅은 녹색을 주조색으로 삼아 차분하게 꾸몄다. 일본 전통 건축 방식의 낮은 천장이나 비례를 접목한 다다미룸은 곱게 다듬은 목재를 바닥과 기둥으로 사용하고, 꽃이나 그림을 장식할 수 있는 도코노마를 마련해 예스러움을 부각했다. 다다미보다 한 단 높여 지은 도코노마뿐만 아니라, 목재 선반이나 기둥, 바닥의 단차를 통해 입체감을 발한다. 또한 건축가는 공간이 지닌 정갈함을 강조하기 위해 전자기기나 전선 등을 매립해 깔끔하게 마감했다.
다다미룸을 지나 이어지는 공간은 가족의 일상이 이뤄지는 거실로, 모던한 이미지를 강조하고 부드러운 텍스처의 패브릭과 밝은 톤의 우드 바닥재를 사용해 따뜻한 분위기를 형성했다. 높은 천장으로 탁 트인 공간감을 발하는 거실은 다다미룸의 옅은 녹색의 컬러 스키마를 이어받아 미색과 짙은 파랑으로 안정감 있게 연출했으며, 가족의 체온과 이야기로 풍성해지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미니멀한 디자인을 추구했다. 또한 그 위로 이어지는 공부방이나 침실의 면적을 최소화해 가족이 거실로 모이기를 힘쓰고, 공간에 목재와 함께 규조토나 일본 고유의 제조법으로 만든 종이 와시를 마감재로 사용하고 셀룰로오스 섬유를 단열재로 채택해 가족의 건강에도 주의를 기울였다.
House of Holly Osmanthus 프로젝트는 하나부터 열까지 성심을 다하는 일본 전통 건축의 정신을 계승한 공간으로, 머무는 사람의 작은 움직임이나 시야까지 세심히 고려해 완성도를 높였다.
건실한 디자인을 일구다
하남 가로수집
설계 / 공간공방 미용실·김원일
시공 / 공간공방 미용실
위치 / 경기도 하남시 덕풍동
면적 / 151㎡ (다락 제외)
사진 / 조재무
유리나 석재, 스테인리스 스틸, 그 어떤 소재보다 가공이 쉬운 목재는 우리 생활에 아주 가까이 맞닿아 있다. 하남 가로수집 프로젝트는 목재를 이용해 수수하지만 기능에 집중한 디자인을 펼친다.
1983년 지어진 복층 건물을 수직 증축한 하남 가로수집 프로젝트는 17년간 돈가스를 만들어온 어머니와 빵을 만들며 단란한 식당을 꾸려나가는 아들의 새로운 기틀이다.
1층은 모자가 운영하는 식당을 이전하고 2층에는 어머니의 생활공간을, 새로 올린 3층에는 아들 내외의 공간을 구성했다. 한편 3층의 한 편을 마당으로 만들고 싶다는 클라이언트의 바람을 실현하기 위해 김원일 건축가는 궁리를 거듭했다. 작은 면적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집을 남북으로 나누어 남쪽에 두 개의 방과 화장실을 배치하고 북쪽에는 보이드 공간과 함께 데크 공간을 형성해 마당은 없지만 해사한 볕과 가로수의 짙은 녹음이 드리우는 리빙룸을 만들었다.
값비싼 원목으로 공간을 마감하고 가구를 제작하는 일도 좋으나, 가족이 오래도록 머물며 삶을 닦을 공간이기에 내진구조설계나 면적, 단열 등 기초공사를 탄탄히 하는 것에 비중을 둔 건축가는 소박하지만 실용성 있는 인테리어를 꾸리고자 했다. 이에 원목보다는 저렴하지만 쓰임새가 좋은 합판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였고, 특히 거칠고 어두운 톤의 라왕합판과 부드럽고 따뜻한 톤의 무절미송합판을 조합해 미묘한 조화를 이끌어냈다. “같은 목재이더라도, 각기 다른 질감의 목재를 적용해 다채로운 분위기를 낼 수 있다” 고 말하는 건축가는 톤과 텍스처의 미세한 차이를 통해 층층마다 새로운 결을 빚어냈다.
‘가볍고 가공이 쉬워 무엇이든 제작하는 데에 큰 품이 들지 않는다’ 는 목재의 장점을 견지한 건축가는 프로젝트 전반의 가구부터 마감까지 목재를 활용해 직접 매만졌다. 더불어 가구의 바니쉬 마감에 클라이언트를 참여시켜 앞으로 공간을 가꿔나가는 데에 필요한 애착을 불어넣었고, 프로젝트의 마무리와 함께 작업에 사용된 페인트나 유지 및 보수에 필요한 자재를 클라이언트에게 전달해 공간이 오래도록 가족의 손때가 묻어 영롱하게 반짝이길 바랐다.
가족의 온화한 캔버스
Emme Elle Apartment
Architect / Archiplanstudio
Location / 21052 Busto Arsizio, Province of Varese, Italy
Area / 102㎡
Photography / Davide Galli
목재가 지닌 따뜻한 물성은 자연의 너른 품을 대변하듯 유려하게 흐르는 결에서 비롯된다. 물을 머금은 나무처럼 힘차게 자라날 두 아이의 따뜻한 풍경이 되어줄 뿐만 아니라, 가족들에게 아늑한 리빙 공간을 선사한 Emme Elle Apartment의 목재를 소개한다.
새로 지은 5층 건물, 꼭대기 층에서 이뤄진 Emme Elle Apartment 프로젝트는 어린 두 자녀와 젊은 부부의 안락한 둥지로, 현대 주거공간의 단편을 잘 보여준다. 높은 임차료에 넓은 평형대의 집을 꿈꾸기 어렵지만 아파트 위층의 다락을 보수해 가족들의 리빙 공간을 완성한 이번 프로젝트는 공간의 작은 규모를 살려 안락한 분위기로 지어졌다.
아이들이 자라남에 따라 공간이 협소해 질 것을 염려한 디자이너는 효율적이고 합리적인 디자인을 추구했으며, 수직 및 수평을 강조한 선반, 소파, 서랍장 등으로 불필요한 장식 없이 수납에 집중했다. 더불어 바닥과 벽체, 가구까지 원목 및 합판을 적용한 내부는 밝은 톤이나 화이트 컬러를 도색한 우드로 공간의 배경을 이뤘는데, 옹이나 나뭇결이 살아있어 소재의 따뜻한 물성을 부각한다.
이렇듯 따사로운 볕과 따뜻한 물성의 목재, 화이트 컬러가 조화를 이룬 Emme Elle Apartment 프로젝트는 공간에 흐르는 온화한 분위기로 가족의 화목을 오래도록 도모한다.
COPYRIGHT 2016. INTERNI&Decor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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