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ine Your Light, 빛을 활용한 공간 프로젝트 (2017.1)

Shine Your Light
빛을 활용한 공간 프로젝트

취재 김예목, 최윤정

햇살을 투영하는 공간
The Guild
빛과 공간이 만나는 순간
Parish Church in Pueblo Serena
생동감을 일깨우다
Typeform Office
감각을 자극하는 전위적 디자인
Zhongshuge in Shanghai Réel Mall


“인간은 빛에 의해 태어난다. 빛을 통해 계절을 느끼며, 빛이 만든 세상만을 알 수 있다.” 20세기 최고의 건축가 Louis Kahn의 말처럼 빛은 모든 생명과 환경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다. 사람들은 빛을 통해 공간의 깊이와 크기를 가늠하고, 빛이 만드는 명암으로 형태와 구조를 인식한다. 더불어 빛은 건물 내외부의 형태와 기능을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로써 공간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다. 과거 건축은 창을 통해 내부로 자연광을 얼마나 들이느냐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현재는 인공조명의 지속적인 발전에 힘입어 빛깔과 조도, 방향을 자유자재로 변형하여 디자인의 다양한 면면을 들춰낸다. 최근에는 미니멀리즘과 내추럴리즘을 기반으로 한 인테리어가 꾸준히 인기를 끌어 데커레이션 요소로 공간을 치장하기보다 공간의 조형성 자체에 주목하는 경향이 두드러짐에 따라 내부의 골조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빛의 가치가 새롭게 재조명된다. 이번 기사에서는 태초의 빛인 자연광부터 무한한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인공조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례를 만나 공간에서 빛이 가지는 본질적 의미를 되돌아보고자 한다.

햇살을 투영하는 공간
The Guild


Architecture / RAW Architecture·Realrich Sjarief
Project Team / RAW Architecture·Septrio Effendi, Miftahuddin Nurdayat, Rio Triwardana, Tatyana Kusumo, Jovita Lisyani Halim,
Tirta Budiman, Rifandi S. Nugroho, Hendrick Tanuwidjaja, Bambang Priyono, Hawandi Wijaya
Location / West Jakarta, Indonesia
Area / 250㎡
Photography / Eric Dinardi

예부터 건축의 훌륭한 재료로 쓰인 자연광은 공간 안에 빛과 그림자를 혼재시켜 내면에 알 수 없는 일렁임을 만들어낸다. The Guild 프로젝트는 러프한 공간과 자연의 풍부한 빛이 어우러져 신비로움 마저 느껴진다. 견고한 콘크리트 벽으로 둘러싸인 The Guild는 인도네시아 웨스트 자카르타에 위치한 스튜디오 겸 주택이다. 시끄러운 자카르타 도심에서 한 걸음 떨어져 여유를 전하는 공간은 담장을 두어 외부의 시선을 적절히 차단하지만, 여러 측면으로 나 있는 창을 통해 개방적인 성격을 부여한다. 자칫 차가울 수 있는 콘크리트 소재로 올린 건물은 햇살을 한껏 받아들여 자연의 한줄기 따스함을 건넨다. 2층 규모의 건물은 스튜디오와 라이브러리, 건축주의 침실과 거실, 주방 등으로 구성하는 가운데, 건물 앞쪽에 업무공간인 스튜디오를, 뒤쪽에 주거공간을 배치해 기능에 따라 내부를 구획했다. 더불어 열대 지방의 뜨거운 햇볕이 내리쬐는 동쪽과 서쪽에는 두꺼운벽과 욕실을 배치한 반면 그렇지 않은 남쪽과 북쪽에 입구를 두어 내부로 시원한 바람을 유도한다. 한편 골조를 부각하기 위해 별도의 오브제나 데커레이션 없이 자연광 그 자체를 하나의 인테리어 요소로 활용한 점이 돋보인다. 천창이나 채광창, 유리로 마감한 바닥을 적재적소에 사용해 시간에 흐름에 따라 달라지는 자연의 볕을 내부 깊숙이 전달하고, 에너지를 절약함으로써 일석이조의 효과를 누린다.


이에 공간은 잿빛 콘크리트의 벽과 바닥이 차분한 무드를 조성한다. 계단을 따라 내부에 들어서면, 로비와 복도를 중심으로 스튜디오와 주택의 입구가 자연스럽게 나뉜다. 먼저 6m 정사각형 사이즈를 갖추는 복층 스튜디오는 아치형의 개구부와 철제원형 계단이 조형미를 형성한다. 특히 좁은 면적과 낮은 높이의 천장을 보완하고자 콘크리트 벽체 사이사이를 뚫어 빛과 공기의 순환을 도왔으며, 일부 바닥을 유리로 마감해 답답함을 상쇄시켰다. 채광과 통풍을 돕는 썬큰 구조로 계획한 도서실은 습도와 온도를 적절히 유지해 서적의 훼손을 방지하고, 옥상 층부터 지하까지 꿰뚫는 피라미드 형태의 천창이 곳곳에 위치해 지하에서도 햇살을 누릴 수 있다.


다음으로 콘크리트 및 우드 소재가 조화로이 녹아들어 아늑한 안식처가 되는 주거공간은 톤 다운된 가구가 안락한 쉼을 전하고, 큰 원형 유리창이 정원의 싱그러운 꽃과 나무를 실내로 들이는 액자 역할을 자처한다. 침실에는 도서실의 천창을 동일하게 적용해 자연친화적인 면모를 구축한다.

빛과 공간이 만나는 순간
Parish Church in Pueblo Serena


Architecture / Moneo Brock Studio·Jeffrey Brock
Location / Carr Nacional 500, Sin Nombre de Col 50, Monterrey, N.L., Mexico
Area / 1,600㎡
Photography / Moneo Brock, Jorge Taboada

과거와 현재의 공존을 도모하는 Parish Church in Pueblo Serena는 자연광을 채광의 기능적 측면에 바라보는 것에서 나아가 구조적 혹은 디자인적인 측면으로 발전시켜 다채로운 빛의 일면을 포착한다. Parish Church in Pueblo Serena는 새하얀 매스의 외관이 순수하고 웅장한 조형성을 전한다. 바실리카식 교회의 모습을 간직한 건물은 주위를 둘러싸는 초록빛 광장과 입구가 통하며 자연과의 조우를 빚는다. 공간은 종교가 간직한 오랜 역사를 내포하면서도 단순히 종교만을 위한 것이 아닌 사회 및 교육의 중심지로 자리하고자 했다. 이에 종탑이나 제단, 세례당과 같이 과거 교회에서 볼 수 있는 구조를 유지하지만, 현대적인 디자인으로 내외부를 새로이 풀어 교회 특유의 무겁고 중압적인 공기를 환기시킨다. 뿐만 아니라 구조적 측면에서 인위적인 조명을 최소화하는 것에 노력을 기울였다. 이에 자연광을 들여 내부를 환히 비추고, 계절에 따라 여름에는 뜨거운 햇볕이 과도하게 유입되는 것을 막는다. 백색 공간과 우드 톤의 천장이 편안한 무드를 전하는 본당은 따스한 자연광을 들이기 위해 다각도적인 접근 방법을 시도했다. 건축가는 제단 뒤에 채광창을 두고 그 앞으로 네 개의 패널을 덧대 사이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그 자체로 십자가가 되도록 고안하여 조형성을 강하게 드러내면서도 신에 대한 경외감을 드러내고자 했다. 또한 신도석 왼편의 벽체를 유리 월로 마감하여 외부와의 소통을 유도하지만, 빛가림막을 통해 직사광선을 차단한다. 남동쪽에 위치한 세 개의 소규모 채플 공간은 높은 채광창으로부터 내려오는 빛이 시시각각 변화해 성스러움을 자아는 동시에 리듬감을 부여한다. 이밖에도 오묘한 빛깔을 띠는 장미창이나 스테인드 글라스를 설치하여 교회가 지니고 있는 고유의 색채를 표현했다.

생동감을 일깨우다
Typeform Office



하루의 대부분을 실내에서 보내는 직장인에게는 햇살 한 번 제대로 느낄 여유조차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빛이 생체 리듬에 미치는 영향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는 요즘, Typeform Office는 세심하게 디자인된 조명과 810여 개의 식물로 머무는 이들에게 활력을 선사한다. 온라인 문서 작업을 위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기업 Typeform이 사업을 확장하면서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본사를 새로 꾸렸다. 약 600평의 규모를 갖추는 공간은 부드러운 조도의 조명을 곳곳에 사용했을 뿐 아니라 식물로 데커레이션해 생기 있는 분위기를 연출한다. 총 2개 층으로 이루어진 오피스는 각 층을 연결하는 보이드 공간을 두고 경사로를 설치함으로써 전체를 하나의 공간처럼 사용하게끔 계획했다. 먼저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온실에 들어온 듯 초록빛의 싱그러운 화분으로 채워진 철제 프레임 선반이 천장까지 높게 뻗은 광경이 펼쳐진다. 입구 부근에 위치한 리셉션은 손님을 응대하는 기존의 기능에서 벗어나 직원이나 방문객이 간단한 식사와 음료를 즐길 수 있도록 마련했다. 리셉션을 구성하는 카운터 위로는 식물로 장식한 구조물 아래, 낮은 색 온도의 조명을 달아 태양광에 가까운 무드를 표현한다. 이어지는 메인 회의실은 기업의 비즈니스를 상징적으로 시각화한 구름 모양의 조명이 한 눈에 들어오며, 회사의 로고를 형상화한 테이블이 공간에 재치를 더한다. 맞은편의 미팅룸은 각 실 별로 다른 색상으로 벽체와 천장을 마감해 공간을 쉽게 구분하도록 돕는 동시에 발랄한 느낌을 자아낸다. 한편 업무 공간은 내부를 구획하는 일반적인 방법인 벽체를 세우는 대신 화분을 올린 철제 선반이나 커튼 등으로 분리해 유동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시선을 차단한다. 교류가 많은 사무 공간은 공용부의 선반과 맥이 이어지는 철제 프레임의 데스크 위로 방울 모양의 조명을 달아 포인트를 주었다. 반면 개인 작업이 이뤄지는 공간은 흰 커튼을 내리고 상단에 조명을 결합해 빛이 은은하게 흐르도록 함으로써 스크린의 역할을 하면서도, 답답할 수 있는 공간에 확장감을 부여한다. 이 밖에도 암막 커튼을 사이에 두고 사무 공간에서 구획된 휴게실은 천장 및 벽면을 러프하게 마감하고 거대한 구름 조명을 달아 시선을 집중시킨다. 개발 부서는 화이트보드 사이사이에 화분 형상의 스포트라이트 조명을 설치해 이색적이다. 이렇듯 자연의 생생함을 불어넣은 Typeform Office는 조명을 통해 공간마다 다른 인상을 전하며 직원의 작업 능률을 함께 고려한다.

감각을 자극하는 전위적 디자인
Zhongshuge in Shanghai Réel Mall


Design / X+Living·LI Xiang
Design Team / X+Living·LIU Huan, FAN Chen, TONG Ni-Na
Location / 4th floor, Réel Mall, Jing’ an District, Shanghai, China
Area / 1,000㎡
Photography / Shao Feng

낯선 시각적 체험을 제공해 방문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Zhongshuge in Shanghai Réel Mall은 빛을 비추는 조명과 형상을 투영하는 거울을 재치 있게 조합한 사례로서, 재료를 믹스 앤 매치하여 정체성을 분명히 나타낸다. 깜빡이는 신호등, 각자의 행선지로 향하는 사람들, 부지런히 경적을 울리는 자동차. 이 모든 것이 어우러지는 도심의 거리는 언제나 활기차다. 여행의 설렘과 떠남의 아쉬움이 공존하는 관광지 상하이 진안에 위치한 Zhongshuge in Shanghai Réel Mall은 인공조명과 거울을 매치한 디자인이 이색적인 광경을 선사해 가상과 실제 공간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다양한 도심의 거리를 모티브 삼은 이번 프로젝트는 크게 메인 공간과 서고, 독서 공간으로 구획된다. 더불어 세 가지 콘셉트를 지닌 공간은 각기 다른 도시의 풍경을 담아내 다채로운 볼거리를 자랑한다.
입구를 지나면 가장 먼저 자리하는 메인 공간은 담담한 그레이 컬러를 주조색 삼아 세련된 분위기를 풍긴다. 바닥 패턴이 수직과 수평으로 힘 있게 뻗어나가는 공간은 도로 위 횡단보도를 유쾌하게 표현하는 동시에 각 분야별로 정리된 서가를 구분짓는다. 이와 함께 백색의 매스만을 부각한 도서 비치대 역시 직선의 레이아웃을 적용해 콘셉트를 강화한다. 특히 공간에 아이덴티티를 극대화하고자 천장 전체를 거울로 채운 후, 바닥 패턴과 상응하는 직사각 형태의 등 박스를 설치하여 독특한 뷰를 완성한다. 한편 벽에는 무수히 많은 흰색 원형 튜브가 촘촘하게 배열되어 있는데, 상황에 따라 넣고 뺄 수 있어 유동적인 전시가 가능하다. 메인 공간은 실제와 거울에 비친 허구의 경계를 모호하게 넘나들어 시너지 효과를 일으키고, 오묘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서가는 실내 독서 공원을 구상해 편안함을 추구했으며, 중후한 우드 톤을 통해 메인 공간과는 확연히 다른 성격을 지닌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이어진 총 네 파트의 서가는 마치 조용한 주택가를 연상케 하고, 아늑한 가로등 불빛 아래 벤치에 앉아 책을 살펴볼 수 있다. 한켠에 위치한 휴식공간은 아트웍을 일정하게 걸어 풍성하게 꾸몄으며, 가장자리로 미니멀한 테이블과 의자를 일정하게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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