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Your Own Design Palette, 콘셉트를 입은 상업 공간 프로젝트 (2017.02)

Create Your Own Design Palette
콘셉트를 입은 상업 공간 프로젝트

취재 김예목


언젠가부터 국내외로 판에 박힌 듯 비슷한 공간들이 늘어났다.소위 말하는 ‘트렌디’ 함이 천편일률적인 공간을 낳기 때문이다. 북유럽 디자인이 오랜 시간 업계를 장악하고 지난해는 보태니컬 풍의 디자인이 인테리어 시장을 크게 강타해, 웬만한 핫 플레이스에는 초록빛 식물들이 가득 들어섰다.
다양한 인테리어 콘텐츠를 기반으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는 이 시점, 공간을 직접 창조하는 일을 담당하는 디자이너는 현 상황을한 번쯤 객관적인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물론 누구보다 경향을 빠르게 파악해 고객의 필요를 채우는 것이 디자이너로서 마땅히 짊어져야 할 사명이지만, 내실과 맥락 없이 트렌드만을 좇는 디자인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끊임없이 경계해야 한다. 공간의 목적과 정체성을 분명히 견지하고, 그것을 토대로 콘셉트가 바로 서야차후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탄탄한 단계를 밟아나갈 수 있으며, 명확한 디자인 아이덴티티로 공간에 생생한 생명력을 부여한다.
이번 2월호에는 분명한 콘셉트 아래, 꼭 그래야만 하는 ‘Must Be’ 의 매력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상업 공간 프로젝트를 살펴보고자 한다.

지나간 시간을 재조명하다
Kanarie Club

Design / STUDIO MODIJEFSKY·Esther Stam
Design Team / STUDIO MODIJEFSKY·Natalia Nikolopoulou, Kristina Petrauskaite,
Moene van Werven, Kleoniki Fotiadou, Zahra Rajaei
Location / Amsterdam, The Netherlands
Area / 699㎡
Photography / Maarten Willemstein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자리한 오래된 노면 전차 역 De Hallen은 과거 19세기 거리의 풍경에서 느낄 수 있던 레일 위의 낭만을 가득 전한다. 지난 11월, 시간이 깃든 이곳에 STUDIO MODIJEFSKY가 레스토랑과 바 Kanarie Club를 완성했다.


톡톡 튀는 색감과 함께 자유분방한 공간 구성으로 에너제틱한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Kanarie Club은 이른 새벽부터 붉은 노을이 지는 황혼에 이르기까지 방문객에게 신선한 경험을 선사한다. 이번 프로젝트를 맡은 STUDIO MODIJEFSKY는 전차기지였던 건물의 역사를 깊이 파고들어 현대의 디자인과 강한 연계성을 부여하고자 노력했다. 이에 2층 규모의 공간은 박공 형태의 천장과 러프한 벽돌 벽의 질감이 살아있어 건물의 분위기를 고스란히 머금고 있다. 옛 분위기를 간직하기 위해 전체 공간의 구조는 최대한 살린 채 작업이 진행되었으며, 곳곳에 전차 요소를 적용한 디자인을 통해 콘셉트를 극명하게 드러낸다. 또한 각각의 존 마다 옐로나 청록 등의 색감을 입혀 산뜻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특히 1층 심장부에는 이전에 사용했던 전차 레일을 바닥에 적용하고, 그 위로 아치형의 프레임 구조가 돋보이는 바 공간을 구획해 선로를 오가는 전차의 모습을 유쾌하게 형상화했다. 이와 마찬가지로 일부 공간은 벽면부터 천장까지 잇는 데커레이션 요소로 레일을 사용함으로써 메시지를 분명히 전달하며, 바닥에 상큼한 민트 컬러로 단을 올려 공간을 구획했다. 이외에도 디자이너는 공간을 벽체로 단절시키지 않기 위해 가구나 컬러 등을 활용해 각각의 존이 자연스럽게 구분되도록 계획했다. 뿐만 아니라 테이블과 의자를 콘셉트에 맞게 맞춤 제작한 것이 특징이다. 전차 좌석을 모티브로 한 가구는 식물을 비치할 수 있는 박스와 조명을 결합한 형상으로 기능과 미를 동시에 충족시킨다.


공간 일부분에 구성된 2층은 1층과는 또 다른 무드로 시각적인 즐거움을 선사한다. ‘Pool Bar’ 라 이름을 지은 2층은 과거 천장에서 물이 새는 모습에서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얻어, 공간 중앙에 새파란 하늘색 색감을 담은 수영장 형태의 좌석을 두어 아이코닉한 디자인을 완성했다. 이로써 자유로운 분위기 아래, 방문객들은 수영장 내부에 둘러 앉아 대화를 하거나 음료를 마시는 등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이처럼 하나부터 열까지 일관된 디자인 요소로 공간을 유머러스하게 재해석한 Kanarie Club은 모든 이에게 신선하고 강렬한 충격을 선사한다.

삶을 공유하는 디자인
Paper Space

새벽을 깨우는 조간신문부터, 서적, 문서, 지폐, 욕실, 화장지에 이르기까지 무한한 형태로 진화해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 ‘종이’ 는 일상의 흔적을 기록하는 도구이자 소통의 창구다. 종이의 가치를 다시금 되새기게 하는 Paper Space 프로젝트를 감상해보자.

Design / J.C.ARCHITECTURE·Johnny Chiu, Nora Wang, Maria Isabel Lima
Location / Taipei, Taiwan
Area / 315㎡
Photography / Zach (Paper Space), How Chan (Paper Wonderland)


디지털 시대가 도래한지 오래다. 종이 대신 모니터 위 글자가 점차 생활을 장악하고 있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 손가락 끝에 스치는 종이의 질감이나 인고의 시간을 증명하듯 누렇게 빛바랜 서적은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가 가질 수 없는 아날로그적 감성을 지닌다.
거대한 종이 롤과 허공을 가르는 종이가 마치 설치 미술을 연상케 하는 Paper Space는 6개월간 임대된 공간에 일시적으로 운영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콘셉추얼 공간이다. 디자이너는 과거부터 현재까지 발전을 거듭해오며, 무언가 기록하고 흔적을 남기는 도구로 사람들을 잇던 종이라는 매개체에 주목했다. 오직 종이만을 부각하기 위해 별도의 오브제를 최소화하고, 천장과 벽, 바닥이 구분되지 않는 공간을 구성하고자 고심했다. 이에 대형 종이 롤을 와이어에 걸어 설치하거나 겹쳐 쌓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통해 종이 자체가 하나의 공간이 되도록 계획했다. 거대한 사이즈의 종이는 브라운 톤의 색감으로 공간에 안락한 무드를 조성하면서도 필요에 따라 난간이나 벽, 테이블 혹은 침대, 라운지체어, 텐트에 이르기까지 형태적 변신을 꾀하여 공간 안에서 유기적 흐름을 빚는다. 이는 방문자로 하여금 눕거나 기대는 등 더욱 편안한 자세를 유도할 뿐 아니라 아늑한 공간 구획으로 사람간의 친밀감을 높인다. 또한 종이가 만드는 가변적인 형태는 상황이나 기호에 맞게 직접 공간을 유동적으로 구축할 수도 있어 방문자로 하여금 적극적인 공간 사용을 유도하고, 공간 자체가 지니는 본질적 의미를 돌아보게 한다. 변화와 진화의 공간으로 자리하는 Paper Space는 중요한 가치 전달을 목적으로 방문객에게 새로운 영감과 유희를 전달한다.

문화 상생의 공간
Ricky and Pinky’s

중국과 호주의 문화가 함께 혼재하는 Ricky and Pinky’ s는 파이프라는 특징적인 디자인 요소로 시대를 관통해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Design / Sibling Architecture·Amelia Borg, Qianyi Lim, Nicholas Braun,
Jane Caught and Timothy Moore
Location / 211 Gertrude St, Fitzroy, Melbourne, Australia
Area / 200㎡
Photography / Christine Francis

서로 다른 인종이 이채로운 어울림을 만드는 호주 멜버른, 과거 거리의 예술가들이 하나둘 모여들었던 Gertrude는 다양한 문화가 매력적인 하모니를 형성한다. 이러한 거리를 오래도록 지켜오던 BUILDERS ARMS HOTEL에 최근 중식 비스트로 Ricky and Pinky’ s가 문을 열어 매력적인 선율을 더한다.
멜버른의 유명 오너 쉐프 Andrew McConnell이 운영을 맡아 화제가 된 공간은 처음 다문화주의를 외치던 1970년대 호주의 모습을 모티브로 삼았다. 다양한 문화가 유입되어 어느 때보다 풍요롭게 디자인과 음식을 향유했던 시기를 표방한 공간은 클래식한 호텔에 중식 비스트로를 결합해 동서양 문화의 공존을 그린다.


이에 공간의 입구는 구불구불한 파이프들의 얽힘이 중국 전통 개구부를 이색적으로 형상화하며 방문객을 맞이한다. 상해 아르데코 양식에서 볼 수 있던 덩굴 식물을 떠올리게 하는 거대한 파이프들은 선연한 골드와 블루 컬러를 포인트로, 벽과 천장을 따라 변화무쌍한 형태를 이어나가 공간에 힘찬 리듬감을 부여한다. 한편 일부 천장은 조명과 함께 원형으로 거울을 설치해 식사하는 모습을 투영하는데, 장수를 기원하는 무한성의 의미를 담았으며, 그 주위 역시 파이프로 감싸 공간 콘셉트의 맥을 이어간다. 또한 테이블 중앙에는 테라조 소재로 만든 회전판을 특별히 두어 중국의 식문화가 깃들도록 했다. 문화를 지역적인 색채에 맞게 자연히 스며들도록 재해석한 공간은 동서양의 양식을 결부시켜 단 하나의 Ricky and Pinky’s 스타일을 창출한다.


발자취를 따라 걷다
JOOOS Fitting Room

옷은 물질문명의 산물이자 인간 노동에 대한 독특한 대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개인의 감정과 살아가는 시대상을 표출하는 효과적인 수단이기도 하다. JOOOS Fitting Room은 의류가 지나온 과정들을 찬찬히 살펴 전하고자 하는 바를 분명히 한다.

Design / X+Living·LI Xiang
Design Team / X+Living·Liu Huan, Ren Li-Jiao, Jia Yuan-Yuan
Location / Hangzhou, China
Area / 1,850㎡
Photography / Shao Feng

인류 최초의 옷은 어떠한 형태일까? 동물의 가죽이나 리넨을 단순히 몸에 두르는 것에 지나지 않았던 시기를 지나, 18세기 이후 재봉틀이 발명되어 큰 전환점을 맞는 획기적인 시대를 거쳐 왔다. 이제는 일련의 사회문화적 현상들이 복합적으로 변화하는 현대에 살며 개인의 개성이 돋보이는 의류가 이목을 끈다. 이러한 옷의 변천사를 한 눈에 포착할 수 있는 JOOOS Fitting Room은 온라인 쇼핑몰 Tmall의 오프라인 매장으로써, 100여개의 인기 브랜드를 통합해 총 4가지 대표적인 컬렉션을 추려 고객에게 소개한다. 공간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맡은 스튜디오 X+Living은 초기 콘셉트 구성 당시, 매장을 방문하는 모든 고객들이 디자인적으로 어떠한 자극이나 영감을 얻거나 혹은 공간 자체에 깊게 매료되기를 원했다. 이에 디자이너는 패션 분야가 걸어온 시간과 변화를 주의 깊게 관측하고, 시대의 특징적인 요소를 추출하여 각각의 컬렉션에 적극적으로 적용했다.


총 4가지의 컬렉션을 구성한 매장은 입구에 유비쿼터스 스크린을 두어 오가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피팅 경험을 제공해 내부로의 유입을 돕는다. 큰 아치 구조를 지나면 첫 번째 컬렉션인 Mori Girl Area가 방문객을 맞이한다. 유백색의 벽과 바닥이 깨끗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공간은 대나무 기둥을 사선으로 세운 다음, 대마 로프로 기둥을 엮어 옷을 거치할 수 있는 거대한 디스플레이 존을 조성했다. 이는 대나무가 가지는 자연의 원초성을 부각해 초기 의류의 모습을 추상적으로 함축한다.
한편 두 번째 컬렉션 공간 Celebrity Collection Area는 은은한 핑크 톤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황금빛의 거대한 새장 구조물이 내부를 가득 메운다. 부드럽게 이어지는 새장의 프레임은 과거 유행했던 풍성한 곡선의 버블 스커트를 떠올리게 한다. 한편 유려한 곡선을 그리는 단은 이와 상응하는 조화를 이루며 조형적 아름다움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외에도 메이크업 룸과 휴식 공간, 포토 존을 별도로 구성해 재미를 더한다. 이와 대비되는 OL Collection Area는 모노톤 특유의 차분한 색감을 공간 전체에 입혔으며, 매끈한 직선의 의류 거치대를 통해 간결한 이미지를 구축한다. 공간의 장식 몰딩이자 의류를 걸어 둘 수 있는 거치대는 기능주의적 관점에서 디자인해 형태와 기능의 합일을 추구한다.


마지막으로 Fashionable Girl Collection Area는 개개인의 기호를 중요시 여기는 현재의 시대상을 반영한다. 형형색색의 블록과 철제 선반이 강렬한 대비를 전할 뿐 아니라 선반의 각도를 자유자재로 변경할 수 있어 다채로운 조형미를 전한다. 이렇듯 각 공간의 매력이 뚜렷이 공존하는 JOOOS Fitting Room은 상업공간의 단순한 판매 목적을 넘어서 디자인을 통해 역사와 본질을 파고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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