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유희를 입다 (2017.08)

공간, 유희를 입다

취재 조민희

‘즐거웠던 그때 그 시절’ . 대부분 사람은 행복을 추억으로 남긴다. 시간이 지나 미화된 행복에서 벗어나 이제, 현재의 행복에 집중해보자. 값진 ‘지금 이 순간’ 을 만들어줄 즐겁고 유쾌한 공간이 삶에 웃음을 선물할 것이다.

각박한 삶을 어떻게든 살아내고자 등장한 YOLO(욜로)는 현재를 즐기려는 사람이 외치는 하나의 구호가 됐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과감히 시도하는 이 라이프 스타일은 ‘놀이하는 인간’ 인 호모루덴스(Homo Ludens)가 21세기에 불시착한 듯 익숙하면서 낯선 광경이다.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까지 놀이를 즐기며 유희하는 삶에 관심이 커진 오늘날, 진정 삶을 윤택하게 하는 놀이가 무엇인지 생각해볼 때가 아닐까. 놀이 자체에 목적이 있고 물질적 이해관계와는 무관한 행위. 진지한 구석이라곤 없지만 충동적인 전율을 느낄 수 있는 놀이는 무엇보다 인간에게 락(樂)을 제공하는 데 가치가 있다. 이 놀이의 효과를 최대로 올리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의 삶을 풍성하게 만드는 건전하고 유쾌한 행위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것의 실행 지가 어딘지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는 것이다. 이렇게 자신만의 놀이 문화를 찾아다니는 행복한 하이에나를 위한 유희 공간이 바로 여기 있다. 지나치게 장난스럽거나 시대를 거스르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며 심지어 다소 산만하다는 인상마저 풍기는 공간들. 문을 여는 순간 당신의 유희 본능이 샘솟을지 모른다.


Thrill SOI 16

Exercise Estúdio Pretto

Imagination W Punta De Mita

Inspiration The Stay Healing Park




Get in High Spirit
SOI 16

Architects / Studio PLP Co., Ltd.
Location / Pattaya, Thailand
Area / 850㎡
Photography / W Workspace

태국 파타야의 뜨거운 밤 문화를 만날 수 있는 Walking Street에 위치한 SOI 16는 화려한 불빛 사이 모습을 드러낸다. 엉킨 전선 때문에 지저분하지만 이것마저 퇴폐미로 소화한 매력적인 외관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잡기에 충분하다. 음악 공연장이자 펍인 SOI 16의 삼각 박공구조는 타이 전통 건축 디자인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타이의 민속 의상 Pa Kao Ma의 체크와 스트라이프 패턴과 자연스레 어우러진다. 건축가는 SOI 16이 태국의 건축양식인 살라 타이(Sala Thai)처럼 태국을 대표하는 상징적인 파빌리온으로 완성하기 위해 현지의 다양한 문화적 요소를 한껏 활용했다.


내부는 안쪽 무대를 중심으로 1, 2층의 테이블이 펼쳐지는 구조다. 태국 전통 청과물 시장의 활기 넘치는 분위기를 콘셉트로 삼았는데 과일 상자로 의자를 만들고 과일을 배달하는 트럭 위에 DJ 부스를 꾸며 들어서는 순간 유쾌한 웃음을 짓게 된다. 그뿐이 아니다. 교통 표지판으로 만든 테이블, 시장 가판대처럼 보이는 주방, 곳곳에 활자 디자인으로 사용된 배달용 트럭 스티커까지. 이렇게 별난 디테일이 주는 재미는 방문객에게 즐겁고 신선한 전율이 될 것이다.
또 높은 박공지붕과 불규칙한 사선의 블랙 프레임은 기하학적인 조형미를 드러내며, 펑키한 스타일로 꾸민 조명과 어우러져 공간의 화려하고 재치 있는 요소를 부각한다. 네온 컬러의 스포트라이트, 사이키 조명은 무대와 테이블을 가로지르며 방문객을 짜릿한 일탈의 세계로 유혹한다.


태국 십 대들의 우상 크롬 오토바이에서 영감을 받은 무지갯빛 계단을 지나면 젊고 활기찬 에너지가 느껴지는 2층의 스포츠 바로 이어진다. 천장과 창문의 다이내믹한 프레임과 한층 더 가까워져 리듬감이 넘치는가 하면 바닥 곳곳에 깔린 불투명한 유리 블록이 좌석 아래를 채워 스릴감을 높인다. 유럽풍의 엘레강스한 다리가 돋보이는 당구대는 2층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며, 팝 컬러를 지닌 과일 상자 체어와도 이질감이 없다. 태국의 택시 tuk-tuk 좌석과 닮은 아담한 의자를 활용해 현지의 문화를 담는 것도 잊지 않았다.


공연장만큼이나 콘셉트가 강렬한 화장실은 정육점에서 영향을 받았다. 마치 거대한 냉동 창고 같은 실버 벽면 속 생고기가 들어있을 듯하며 육류, 생선, 가금류의 네온사인 역시 장난스러움의 정점을 찍는다. 세련된 나이트 라이프를 선사하는 SOI 16은 즐거운 사교 문화와 태국의 지역적 디테일을 결합해 절묘한 혼돈의 미학을 이뤄냈다. 파타야에서 진정한 흥과 재미를 느끼고 싶다면 두말없이 추천할 유희 넘치는 명소가 될 것이다.




Pleasure of Heartbeat
Estúdio Pretto

Design / Arquitetura Nacional
Location / Porto Alegre, RS, Brazil
Area / 550㎡
Photography / Marcelo Donadussi

기능적인 트레이닝과 스포츠 훈련을 전문으로 하는 Estúdio Pretto는 콘크리트 슬래브가 특징인 상업 건물에 위치했다. 그래서 건물 전체를 차지하는 콘크리트 골격을 유지하면서 디자인을 시도해야 했는데, 오히려 거친 콘크리트 표면 덕분에 더욱 빈티지한 분위기를 살릴 수 있었다. 이 피트니스 디자인의 목표는 학생이 트레이닝 공간에 들어오는 순간, 기분 좋은 긴장을 느끼며 직관적으로 공간의 용도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또 콘크리트의 컬러 톤과 절묘하게 어울리는 블랙, 옐로 컬러를 주조색으로 천장, 벽면 등을 넓게 채워 시각적으로 시원하며 보색 효과 덕분에 리듬감이 넘친다. 입구의 사인 또한 철제 블랙 프레임에 얇게 텍스트를 걸었는데 내부가 훤히 보이지 않았다면 바나 레스토랑을 상상했을지도 모를 정도로 감각적이다. 옛 산업 건물을 형상화한 체크 판의 프레임과 작은 사이즈의 타일, 네온 빛 등의 디테일을 통해 활기찬 빈티지 스타일을 완성했다. 과거의 좋은 것은 그대로 남기고 현대의 심플한 디자인 요소를 통해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탄탄한 공간을 이뤄낸 것이다.


내부는 중앙의 넓은 홀을 중심으로 깔끔한 공간 구획이 돋보이며 마치 와플 모양을 닮은 높은 천장의 콘크리트는 더욱 다이내믹한 스포츠 공간의 에너지를 실어준다. 벽면에서 시작한 5가지 컬러의 밧줄은 각 천장의 콘크리트 빔 경로를 따라 흩어지며 무심한 듯 보였던 거친 천장 표면에 생기를 더한다.
트레이너와 학생 간의 원활한 소통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최대한 시각적으로 통합된 연출을 의도했다. 전체적으로 통일성을 강조하되 리셉션, 라운지, 락커 룸, 준비 운동 공간 등 각 필수 공간이 바닥의 컬러 디자인으로 구분돼 있으며, 입구 네온사인과 동일한 스타일의 옷걸이, 물병 등을 표시해 용도를 짐작케 한다. 또 오로지 화이트와 블랙 컬러의 타일만으로 격자무늬를 표현한 화장실은 천장과 바닥, 벽체까지 모두 같은 디자인의 타일로 시공해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내며 프레임의 굵기만으로 리듬감을 줘 모던하고 세련됐다. 효율적인 공간 구성이 돋보이는 Estúdio Pretto는 기존 휘트니스에서 흔히 볼 수 없는 소재와 컬러 플레이로 빈티지한 스타일을 완성했다.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는 공간인 만큼 이 휘트니스도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깊고 단단한 멋이 깃들길 바란다.



Realize an Ideal Fantasy
W Punta De Mita

Design / Mister Important Design
Location / Punta de Mita, Mexico
Rooms / 130EA
Photography / Mark Knight

W Punta De Mita 호텔은 서핑 여행지로 유명한 멕시코의 태평양 연안 지역 나야리트(Nayarit)에 위치한다. 현지의 보헤미안 서핑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이 호텔은 주변의 무화과 나무와 자연 그대로의 샘을 손상하지 않으면서 넓은 공간을 최대로 활용하는 것이 큰 과제였다. 더불어 호텔 내부에 샘물, 수생 식물, 물고기 등을 형상화한 다채로운 디자인 요소를 만날 수 있는데, 멕시코 전통의 패턴과 상징 오브제와 어우러져 이국적인 멋을 최대로 끌어냈다. 특히 나야리트 토착 민족인 후이촐(Huichol)족이 사용한 선명한 원색의 수공예품, 거대 조각상을 통해 유럽 문화와 토착 문화의 융합을 호텔 특유의 고급스러움으로 완성했다.


호텔의 야외 입구에서 들어가는 길은 멕시코 장인이 만든 타일로 마감했는데, 첫 번째로 만나는 사각형 형태의 바의 압도적인 화려함에 시선을 빼앗긴다. 무려 5백 개 정도의 LED 등으로 구성된 샹들리에는 물결을 닮은 바닥의 타일과 같은 컬러로 매치했는데 바 위로 별처럼 쏟아져 드라마틱하게 연출했다. 방문객은 이곳에서 칵테일을 즐기며 공예의 아름다움을 최대로 느낄 수 있다. 바에서 이어지는 Camino Huihol 통로는 1백 43m 가까이 뻗어 있으며 방문객을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토착 민족의 문화가 강렬하게 묻어나는 The Living Room의 입구로 이어지며, 외부 수영장인 Wet Deck를 포함한 공용 공간을 지나 태평양의 드넓은 해변을 만날 수 있어 드라마틱한 구조를 지녔다.


호텔의 총 객실은 1백 30개, 모든 룸에 개별적인 발코니, 테라스가 구성돼 있다. 독특한 타일 바닥은 물론, 판타지 세계를 구현한 듯한 실버 소재의 침대 프레임, 형광 그린 컬러로 가득 채운 벽면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민족성이 드러나는 환상적인 스타일을 완성했다. 그 외에 팝 컬러로 이뤄진 소파, 쿠션, 침구들이 이러한 판타지 세계를 더욱 자유롭고 풍성하게 이끌어 유쾌하고 흥미로운 휴식을 의도한다. 또 내부 곳곳에서 만날 수 있는 스트리트 예술가 Nacho Bernal의 그래피티 벽화는 현지의 풍경을 묘사해 시원하고 경쾌한 서핑 문화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효과를 준다.


한편 태평양 바닷속으로 들어온 듯 착각을 일으키는 Spice Market Bar는 현지 요리 전문 레스토랑인 데다 글래머러스한 스타일을 자랑해 이 호텔을 찾은 휴양객에게 필수다. 유리 글라스로 제작된 천장은 해조류 형태처럼 구멍이 나 있으며 바닥과 벽면의 색색의 거울에 그대로 비춰 해저 왕실에 온 같은 기분이 든다. 동시에 화려한 컬러의 쿠션, 체어 그리고 우드, 철제 테이블 등 폭넓은 소재와 과감한 디테일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공간이라 할 수 있다.



J


oyful Life in Vast Nature
The Stay Healing Park

Design / 나인블럭 인테리어팀, VE&I
Location / Gapyeong-gun, Gyeonggi-do, Korea
Area / 1667㎡(9 block ), 1616㎡(AQUA)
Photography / STUDIO SIM, 터스튜디오

최근 새로 지어지거나 리노베이션 하는 건물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주변 자연환경이다. 이용자 또한 자연 요소를 필수로 생각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이러한 측면에 최적화된 곳이 오픈했다. 도심과 가까우면서 천혜의 자연 환경을 자랑하는 가평에 문을 연 The Stay Healing Park(이하 더 스테이)다. 조용한 곳에서 방해 받지 않는 아늑하고 편안한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여행 ‘휘겔리케이 션(Hygge+Vacation)’ 을 즐기고자 하는 방문객을 겨냥한 복합 체험 시설이다. 의(衣), 식(食) 주(住), 휴(休), 미(美), 락(樂)의 모든 방면에서 즐거움을 제공하는 국내에서 새롭게 선보이는 콘셉트의 휴식처로 정신을 환기하고 안락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무려 25만 평 부지에 놓인 더 스테이는 골프연습장, 사우나, 카페, 레스토랑, 베이커리, 피트니스, 부띠끄형 펜션 등이 한 곳에 자리한다. 다양한 즐거움을 주는 만큼 각종 테마별로 공간을 구성했다. 북유럽 스타일의 펜션은 ‘힐링’ , 카페, 베이커리, 레스토랑은 ‘컬처’ , 작품 전시를 위한 갤러리, 앤티크 가구 전시 공간은 ‘아트’ 테마로 나뉜다. 그밖에 ‘내추럴’ 테마에는 산책로이자 조각공원인 와일드 가든이 있으며 ‘액티비티’ 테마에 각종 운동시설이 마련돼 있다.


특히 자작나무 정원 옆 위치한 9 Block 은 카페, 레스토랑, 베이커리, 갤러리 모두가 모여 있어 실내에서 다양한 경험을 즐길 수 있어 용이하다. 인더스트리얼 스타일의 높은 천장과 벽면에 채워진 빨간 벽돌은 넓지만 아늑한 연출을 도우며, 화려한 샹들리에, 미니멀한 행잉 조명의 노란 빛은 따뜻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감돌게 한다. 또 어디서든 바깥 자연 풍경을 마주할 수 있도록 벽면마다 큰 창을 내고 블랙 프레임으로 깔끔히 분할해 모던하고 깔끔한 느낌도 유지했다. 카페 픽업대의 하단부는 시멘트 벽돌의 거친 부분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매트한 블랙 컬러와 금속 소재를 조명과 커피 기계에 적용해 한층 더 인더스트리얼의 멋을 과시한다.


그리고 더 스테이의 또 다른 생명력을 불어넣는 아트 스페이스인 Time Machine은 마치 유럽의 앤티크 작품 박람회를 방불케 하는데, 조각상, 조명, 그림, 의자, 카펫, 그릇 등의 작품을 한눈에 만날 수 있다. 마치 먹을 칠한 듯 불투명한 유리 천장과 레트로 스타일이 돋보이는 타일 기둥은 공간을 가득 채운 곳곳의 클래식한 작품이 각자의 멋을 뽐낼 수 있도록 틀을 마련해줬다. 스테인드글라스로 우아한 빛을 내는 조명, 섬세한 곡선을 그리는 유럽풍의 장식장, 고급스러운 골드 빛의 패브릭 소파 등. 이 앤티크 갤러리를 둘러보다 보면 세상에 클래식만큼 영원한 스타일이 있을지 생각하게 될 정도다.
광활한 자연 속에 닿는 발걸음마다 새로운 영감을 자극하는 더 스테이.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진정한 휴식을 선사하는 이곳이야말로 현대인이 원하는 진정한 유희를 만날 수 있는 곳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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