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 Only Food, But Some More - 풍성한 경험의 공간 (2023.1)

Not Only Food, But Some More
풍성한 경험의 공간

취재 한성옥, 최지은, 이은희

굳이 밖으로 나가지 않아도 집에서 레스토랑 퀄리티의 음식과 안락한 모임을 이어 나갈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하며 식음 공간의 위상이 조금씩 흔들리고 있다.
이에 사람들을 유혹하기 위한 대대적인 변화가 시작되었다.
독특한 콘셉트와 경험으로 무장한 식음 공간을 소개한다.

사회적으로 거리를 유지해야 됐던 약 2년의 시간, 사람들의 인식과 사회적 관념, 기술을 비롯한 많은 분야에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오래도록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게 된 사람들은 스스로에게 집중하는 과정을 통해 명확한 취향을 알고 유행의 흐름이 아닌 자신만의 기준을 내세우기 시작했으며, 공간에서도 관념적으로 정해진 역할에 대한 경계가 모호해짐에 따라 공간 분류를 넘어선 무언가가 필요한 시대가 찾아왔다. 식음 공간 역시 마찬가지다. 원래 사람들과 만나 먹고 마시며 모임의 중심지 역할을 하던 공간이었으나 집과 온라인 공간 등 모임을 위한 새로운 선택지의 등장으로 차별성을 갖추고자 다양한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판매하는 음식과 공간에 각자만의 스토리와 특색을 담음으로써 집에서는 누릴 수 없는 풍성한 공간 경험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러한 힘을 가진 브랜드는 사람들로 하여금 기꺼이 발걸음해 긴 기다림을 견디고 그곳에서만 누릴 수 있는 경험을 원하게 만든다. 이에 독창적인 콘셉트에 몰두한 공간들이 대거 등장했다. 먼저 판매하는 메뉴를 분석한 뒤 원재료와 유래한 지역 등을 디자인에 녹여냄으로써 오롯이 음식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하기도 한다. 반면 음식과의 연계성 대신 독특함에 초점을 맞춰 식음 공간이라고는 상상되지 않을 만큼 이색적인 디자인에 음식마저 독특한 비주얼과 맛을 갖추고 내부에 예술 작품을 전시하거나 식사 중 공연을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활동을 진행해 방문객을 참여시킴으로써 식사하는 과정조차 색다른 경험의 순간으로 탈바꿈한다.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공간도 주목할 만하다. 친환경, 비건 등 사회적으로 이슈 되는 가치를 담아냄으로써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누려볼 기회를 선사하는 것이다. 식사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일이 아니다.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줄 식음 공간을 만나보자.



콘셉트를 마시는 공간

A Feast of Light
Bar PANTERA MAMBO

Design / INSAYN DESIGN SOCIETY
Location / El Raval, Barcelona, Spain
Area / 110㎡
Photograph / Marc Nogue

요즘은 외식 한 끼를 위해 먼 거리를 찾아가 오랜 시간 줄을 서는 고생도 감수할 만큼 특별한 식사 시간을 얻고자 하는 모습이 두드러진다. 희소성있거나 독특한 시각적 충격을 줌으로써 낯선 영감을 선사하는 장소에 방문해 삶을 선물같이 풍부한 경험으로 채우고자 하는 것이다. 그 중 매력적인 콘셉트를 갖추고 비일상성을 제공하는 공간은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감성을 자극하며 강렬한 에너지를 전달한다.

바르셀로나에 자리한 Bar PANTERA MAMBO는 표범이 하얀 정글에서 손님을 맞이한다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신선한 디자인을 선보이는 칵테일 바다. 정글이 가진 야생의 이미지를 표현하고자 거친 마감이 드러나는 밝은 벽과 천장에 철과 유리, 창살 등 인더스트리얼한 마감재를 활용했다. 그 위를 푸른 형광 조명으로 비춰 흰빛이 도는 듯한 바탕을 만든 뒤 일부에는 주황, 연둣빛으로 변화를 줘 일상에서 느끼지 못했던 감각을 일깨우도록 했다. 내부는 복층 구조로 좌석 영역과 연결된 바 테이블 위 별도의 좌석 영역이 마련돼 있다. 바 테이블은 다채로운 소재가 어우러진 가운데 형광으로 빛나며 신비로운 분위기가 돋보인다. 테이블 표면을 거칠게 마감하고 격자 구조를 씌워 디테일을 만든 다음 앞에 반짝이는 금속 바의자를 배치해 반사되는 질감이 더욱 도드라진다. 안쪽의 술 진열대는 주황색 조명을 비춰 대조되는 색감을 빚어냈다. 좌석 영역은 마찬가지로 독창적인 디자인 언어를 이어 나가며 반원 테이블을 벽에 설치하거나 거울의 반사 재질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바 테이블 오른쪽에는 화장실이 나타나는데 골강판으로 벽을 마감하고 개수대도 금속으로 통일해 인더스트리얼한 미감을 강조했다. 두 개의 칸 안에는 각각 주황, 연두 조명으로 콘셉트를 다채롭게 변주하고 서로 다른 색이 주변 금속에 반사되면서 신비로운 색의 향연을 보여준다. 화장실 옆에는 반투명 커튼을 달아 빛이 투과되는 정도를 조절했다.



친밀한 시간의 맛

Private Space Makes Delicious Time
bonbori

Design / Yasuhisa Makino Architect & Associates
Location / 1-8-11-2B Omori Ota-ku, Tokyo, Japan
Area / 49.91㎡
Photograph / Koichi Torimura

식사를 함께하는 일은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맛있는 음식을 서로 나누는 동안 자연스럽게 일상적인 담소부터 속깊은 이야기까지 털어놓게 되기 때문이다. 식사 장소가 집처럼 조용하고 아늑할수록 대화의 밀도도 높아지기에 식음 공간에서는 다양한 프라이빗 좌석을 마련하는데 완전히 밀폐된 공간은 다소 부담될 수 있으므로 개방도를 조절해 캐주얼하면서 사적 영역을 보장해주는 솔루션이 주목받는다.

도쿄의 오모리역 식당가에 오픈한 야키니쿠 전문점 bonbori는 모든 좌석을 세미 프라이빗 공간으로 계획해 편안하고 즐거운 식사 시간을 선사한다. 평면을 조밀하게 나누어 네 개의 개별실을 조성하고 매장 양쪽 끝 가장 깊숙하게 들어간 공간에 두 개의 좌석을 배치해 식사하는 동안 다른 손님에게 방해받지 않고 단란한 시간을 즐기도록 한 것이다. 특히 개별실의 입구는 개성 있는 디자인으로 기능적 요소도 충족해 눈길을 끈다. 일본 전통 다실의 출입구인 니지리구치(にじりぐち)에 착안해 세로로 긴 직각 부등변 삼각형 모양의 개구부를 냈는데 편하게 드나들 수 있으면서 좁은 윗부분이 시선을 적절히 차단해 안정감이 든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톤 역시 공간의 기운을 차분히 가라앉혀 식사와 대화에 더욱 몰입하도록 도와준다. 공간을 개조하면서 기존의 콘크리트 프레임과 콘크리트 블록, 본드의 흔적 등을 새로운 인테리어의 바탕으로 활용한 덕분인데 프레임은 그대로 사용하고 콘크리트와 소재감이 비슷한 타일을 추가해 깊이 있는 표정을 입혔다. 타일 표면을 하나하나 갈아 흙 같은 질감을 이끌어냈으며 가공에 따라 검은색이 더 강한 타일과 노란색이 더 강한 타일을 각각 홀과 객실에 적용해 공간의 목적에 걸맞은 분위기를 드리우고자 했다. 또한 스포트라이트를 타일의 질감이 부각되는 방식으로 계획해 흙의 기운과 수작업의 따스함이 풍기는 안락한 식음 공간이 탄생했다.



다름이 빚은 조화

Meeting of East and West
Claudine

Design / NICE PROJECTS
Location / 39C Harding Road, Singapore
Area / 120㎡
Photograph / Hosanna Swee

서로 반대되는 특징을 어울려내는 것은 도전적인 과제지만, 그 간극이 빚는 색다른 미감 덕분에 사랑받는 조합이기도 하다.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거나 보색 관계의 색조, 전혀 다른 표면 마감 등을 조화해 오히려 전하고자 하는 바를 강조하고 디자인에 포인트를 주는 식이다. 특히 식음 공간은 판매하는 음식의 종류와 공간이 대조를 이루게 함으로써 반전 매력과 함께 풍성한 공간 경험을 선사하기도 한다.

싱가포르는 자체로도 동서양의 만남, 도시와 자연의 조화를 상징하는 도시 국가다. Claudine은 이러한 다름이라는 특징을 모두 녹여낸 식당으로 녹지가 가득한 Dempsey Hill 지역 속의 유서 깊은 예배당을 리모델링했다. 이때 미슐랭 스타 셰프가 운영하는 캐주얼한 프랑스 식당이라는 특징을 담고자 공간에 남아있는 예스러운 유럽 시골의 이미지는 그대로 살리되 지역적 특색인 싱가포르의 녹지를 디자인적 요소로 독특하게 풀어내 주목할 만하다. 내부에 들어서면 예배당이 지어진 1930년대의 흔적인 모자이크 타일 바닥이 방문객을 따스히 맞이한다. 전체적으로 클래식한 비스트로 스타일의 가구를 배치한 가운데 각 벽면의 개구부와 창가를 첨두 아치 형태로 뚫고 왼쪽 바 위쪽은 기존의 스테인드글라스를, 다른 편은 프랑스의 아르데코 디자이너 Jean Lurcat에게 영감받은 금속 구조물을 장식해 고전적인 분위기를 고조했다. 동시에 벽 패널에는 싱가포르의 특색을 동양적으로 담았다. 지역의 식물 디자이너와 협업해 현지 자생 식물을 압착한 2m 높이의 패널을 50개가량 만들어 벽에 두른 것인데, 식물의 유려하고 자연스러운 선이 마치 병풍에 수묵화를 수놓은 듯한 인상을 전한다. 공간 전체를 가로지르는 약 15m 길이의 유선형 조명 역시 종이를 덧댄 등불처럼 고즈넉한 분위기를 풍기는데 프라이빗 다이닝 룸 등 모든 공간에 둥근 형태의 종이로 마감한 듯한 조명을 사용함으로써 동양적 미감을 배가했다. 이로써 동서양의 전통이 녹아든 이색적인 풍경을 그렸으며, 천장을 동서양 모두와 어우러지는 어두운 붉은 빛으로 가라앉혀 전체적인 조화를 빚었다.



공존을 느끼는 방법

For Healthy Sustainable Life
Early BKK

Design / SPACE+CRAFT
Location / Bangkok, Thailand
Area / 120㎡
Photograph / Thanapol Jongsiripipat

산불부터 가뭄, 홍수까지, 기후 재난이라 부를 정도의 기상 이변에 두려움과 무력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기후우울증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는데 실제로 영국의 여론조사 업체 원폴이 진행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후 변화로 인한 불안감을 느끼는 사람의 수가 절반을 넘었으며 불안함을 느낀 18~23세의 Z세대 중 약 78%는 아이도 갖지 않겠다 답했다. 이에 각종 대형 기업체, 정부를 넘어 지역의 작은 소매점이나 식음 공간에서도 지속 가능성의 가치를 담으려는 모습이 눈에 띈다. 작게는 필수로 제공되던 일회용품을 줄이고 가져온 다회용기에 포장하는 일을 장려하는가 하면 브랜딩 단계에서부터 친환경과 재활용을 주요 모토로 삼는 것이다.

태국 방콕에 등장한 Early BKK는 지역민에게 지속 가능성의 가치를 알리는 커뮤니티 카페다. 카페의 주목적을 이익 창출이 아닌 재활용 및 친환경의 개념과 라이프스타일을 소개하는 일에 두었기에 지역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뒤 업사이클링 소재를 곳곳에 활용했다. 디자인을 담당한 SPACE+CRAFT는 인근에서 가장 많이 배출되는 폐기물을 분석한 뒤 공간에 자연스럽게 녹여낼 방법을 고안했다. 이렇게 탄생한 카페는 자그마한 야외 테라스와 연결된 2층 규모의 건물로 구성되었으며 파사드 전면에 약 6백 개의 맥주병이 활용된 독특한 모습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거리와 마주한 두 개의 면에 각각 역삼각형과 사다리꼴 형태의 구조물을 각각 설치한 뒤 두터운 철골 빔으로 틀을 잡아 원형 메시를 채우고 맥주병을 그 둥근 구멍에 불규칙하게 끼워 장식한 것이다. 내부는 크게 카운터가 자리한 1층과 좌석만 모여 있는 2층으로 나뉘는데 이곳에도 맥주병은 마감재이자 장식품으로 곳곳에 활용되었다. 1층 석고 카운터와 화장실 벽이 굳기 전 화석처럼 맥주병 패턴을 새겼으며 조리대, 화장실 바닥에는 부순 유리 조각으로 테라조 패턴을 구현하고 철제 틀로 맥주병을 문에 고정해 손잡이로 활용했다. 우유 팩은 공간에 가장 많이 활용된 폐기물이다. 공장과의 협력으로 우유 팩을 100% 재활용한 ‘리보드’ 를 만들어 공간의 천장, 문, 의자, 테이블 등의 마감재로 사용했다. 바닥의 수제 벽돌 타일과 유사한 인상이 느껴지도록 주황빛의 따스한 컬러로 칠해 얼핏 목재를 사용한 듯한 착각마저 불러일으킨다. 카페 정책을 통해서도 방문객이 친환경적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해지게 유도했다. 내부에서는 빨대와 플라스틱 컵을 사용할 수 없고 머그잔을 가져오면 음료값을 할인해줄 뿐만 아니라 지붕에는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주요 에너지원으로 활용했다. 또한 지역 거주민의 대부분이 반려동물을 키우는 대가족이라는 점을 고려해 턱을 낮추고 목줄을 잠시 묶어둘 수 있는 설비를 실내외에 마련했다.



체험을 음미하는 곳

Together Alone
Lonely Noodle Shop

Design / J&Dragon Group
Location / TX Huaihai, Xuhui District, Shanghai, China
Area / 138㎡
Photograph / CreatAR

코로나19 때문에 오랜 시간 비대면 상태로 살면서 직접 체험에 대한 갈망을 참아온 사람들은 식사에서 맛만을 따지지 않고 더 넓은 경험을 얻고자 한다. 이에 상공간은 문화를 공간에 들이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유명 브랜드들의 제품을 직접 경험하면서 식사를 즐길 수 있는 팝업 레스토랑이 열리거나 서점과 콜라보를 통해 책으로 디스플레이를 하고 문화의 힘을 선사하는 레스토랑이 나타난다. 최근에는 공연이나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와 결합한 공간이 등장하는데 단순히 유희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경험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안해 흥미를 끈다.

상하이의 Lonely Noodle Shop은 ‘국수 한 그릇 먹고 현실에서 벗어나자’ 는 슬로건을 내걸며 새로운 경험을 통해 도시의 외로운 사람들을 위로하는 레스토랑이다. 외로움이 커지는 시간대인 저녁 8시부터 새벽 2시까지 운영하며 1인 식사 부스를 마련하고 식사와 함께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계획했다. 건물 외관은 스테인리스 스틸 비계를 정글짐 형태로 쌓고 야광 스트립 조명을 설치해 질서 정연해 보이지만 냉정하게 느껴지기도하는 도시의 모습을 은유했다. 안으로 들어서면 곡선형의 어두운 복도가 1인 부스로 이끄는데 벽은 거칠게 마감하고 긴 스트립 조명을 바닥 모서리에 설치해 몰입감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1인 부스를 둥글게 연결하고 중앙에 원형 무대를 마련해 공연을 진행하며 식사 중 테이블 앞 화면에서 매일 밤 실시간으로 진행하는 ‘블라인드 박스 쇼’ 를 감상할 수 있다. 외부와 달리 부스 안은 밝은 녹색으로 도색하고 표면도 매끈하게 마감해 안정감 있는 분위기를 조성했다. 자리에 앉으면 바로 앞에 화면이 보이며 벽을 깔끔하게 타일 시공하고 공간 넓이에 맞춰 테이블 상판을 제작하는 등 한 사람만을 위해 정성스럽게 꾸며져 안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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