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디자인으로 도시를 밝히다 - 모두의 공간 (2020.11)

공공 디자인으로 도시를 밝히다
모두의 공간

취재 신은지, 김소연

거대한 도시를 감싸는 공공 디자인은 아주 작고 사소한 관찰에서 태어난다.
함께하는 일상을 차분한 시선으로 지켜본 배려 깊은 공간이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 나간다.

왠지 묵직한 심상으로 다가오는 공공 디자인은 사실 무엇보다 따스하고 정겹다. ‘공공(公共)’ 은 공평할 공과 한가지 공이 어우러져 엄격해 보이는 한자어지만 뜻을 살펴보면 소박하기 그지없다. 여러 사람이 모여 힘을 함께 하는 것. 그렇기에 삶을 동일한 눈높이로 읽어낸 공공 공간 안에서는 모두가 평등하며, 어렵고 힘든 시대일수록 어울려 살아가는 이들을 돌아보고 일상의 행복에 집중하게 된다. 공공 디자인의 가치는 규모의 크고 작음, 외관의 화려하고 소박함과 결부되지 않는다. 다만 함께 나아가는 삶을 얼마나 사려 깊게 관찰했는지가 중요할 뿐이다. 올 하반기에는 대한민국 공공건축상을 비롯해 서울특별시 건축상, 젊은 건축가상 등 사회에 굵직한 메시지를 전했던 건축물의 수상 소식이 이어지기도 했다. 이는 모두 공공 건축의 가치를 제고하고 시민의 삶을 질적으로 향상하기 위한 노력이다. 도시를 구성하는 크고 작은 공간과 일상을 묵묵히 뒷받침하는 공공 디자인. 모두를 위한 디자인은 어디서든 다재다능하다. 사회에 실질적 규범을 부여하는 질서의 디자인이자 지역 아이덴티티를 품어 도시에 색을 입히는 랜드마크이며, 나아가 공공의 가치는 사람뿐 아니라 자연까지 포용하기에 공공 디자인을 읽는 것만으로도 사회가 추구하는 가치와 미래의 방향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가 휩쓸고 지나가 정신 없는 주변을 돌아본다. 그 어느 때보다 서로를 향한 작은 배려와 따듯한 관심이 간절한 오늘이다. 우리 모두의 공간을 천천히 읽어나가며 함께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되짚어본다.



 LIBRARY 

공공도서관은 기존 역할과 모습을 탈피해 다양한 활동을 수용하는 동적인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이는 최근 도서관이 정보를 물리 공간에서 가상 공간으로 대거 이동시키고,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디지털 미디어 센터로 역할을 확장한 데서 비롯된다. 이제 도서관은 단순한 지식의 장을 넘어 사람 간 교류를 이끌어내고 지역 사회의 다양한 문화적 욕구를 충족하는 공간이 됐다. 이에 이용자 중심의 개가식 열람 공간으로 변화하며 강좌, 전시, 공연처럼 다양한 프로그램을 수용하는 등 레이아웃을 복합화한다. 아울러 경계를 확장해 주민에게 자연환경과 생활 체육 공간을 제공하는 등 지역의 정체성 확립과 공동체 형성에도 기여하며, 뚜렷한 아이덴티티로 랜드마크처럼 자리 잡는 모습을 보인다. 공공성을 기반으로 한 이러한 노력은 주민들의 도서관 이용률을 높여 지역 발전의 활력소가 된다.


Springdale Library

Design / RDHA
Location / Brampton, Canada
Photograph / Nic Lehoux

Springdale Library 프로젝트는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과 아름다운 풍광을 제공해 삶의 질을 높인다. 자연 지형을 보전하고 근처 계곡의 전망을 극대화한 열린 공간을 구현했는데, 중정을 삼각형으로 둘러 구성한 세 개의 건물에 어린이 도서관, 회의실, 라운지, 실험실 등 복합적인 영역을 아울렀다. 외관은 책 페이지를 연상시키는 세라믹 프릿 패턴의 알루미늄과 유리 벽이 특징으로, 이 줄무늬 패턴은 태양의 방향에 따라 확장·축소돼 태양열을 반사하고 눈부심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패시브 시스템과 친환경 단열재를 채택하는 등 지속 가능한 전략을 구현해 LEED 인증을 획득했다. 

내부에 위치한 도서관은 주변 자연환경을 닮은 유기적 디자인이 나타나는데, 공간에 들판을 고스란히 옮겨온 듯 과감한 오픈 플랜이 인상적이다. 특히 천장에 거대한 원형 창을 내고 곡면으로 움푹 패인 것처럼 계획해 빛이 신비롭게 번지며 경외감을 자아낸다. 여기에 낮은 서가와 개방형 열람 공간을 마련해 탁 트인 창밖 풍경을 감상하며 평온하게 독서할 수 있다.



 TRANSPORTATION 

가볼 만한 도시, 가보고 싶은 도시에는 많은 이들에게 회자되는 분명한 아이덴티티가 녹아있다. 경관디자인 관점에서 이미지 경쟁의 시대를 맞이한 도시는 공공 디자인을 통한 이미지 향상과 차별화 전 략이 필수다. 특히 가장 접근성이 높은 교통 시설에 집중하는데, 많은 이들이 오가는 역사나 정류장 등을 지역성과 문화적 특성을 반영해 재구성하고 국가 정체성을 담아 도시의 아이콘이자 관광 명소로 승화한다. 역사적 건축물을 레노베이션하거나 사회적 이슈를 반영한 조형성과 마감재를 강조하는 등 디자인에 도시의 이야기를 녹여낸다. 동시에 대중교통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이용을 독려하기 위한 시도도 지속해서 나타난다. 역사 내부나 옥상에 오아시스 같은 녹지 시설을 배치해 삭막한 도시에 활 기를 심고 접근성을 높이며, 곳곳에 자연광이 들도록 설계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반달리즘을 예방하고 도시 경관을 보호해 범죄 발생률을 낮추고자 한다.


Doha Metro

Design / UNStudio
Location / Doha, Qatar
Area / 2,418㎡
Photograph / Hufton + Crow

카타르가 2022년 월드컵을 앞두고 37개 역에 걸쳐 지역 정체성이 녹아든 Doha Metro를 통해 한층 견고해진 도시 경관을 선보였다. 설계를 담당한 UNStudio는 적응형 파라메트릭 시스템을 적용해 일정한 디자인 언어를 구현하면서도 역의 위치, 크기에 맞게 구조를 유연하게 조정했다. 또 노선에 따라 소재, 색상, 디테일을 변주했으며, 역마다 그곳의 지역성과 지형을 반영한 구조를 도입해 개성 있게 표현했다. 전통적인 카타르의 건축 방식을 재해석한 외관은 햇빛을 내부로 유도하는 아치를 도입해 웅장하고 독특한 분위기를 조성한다. 사이트를 완결성 있게 아우르는 거대한 구조체로 도시의 흐름을 이어가며, 압도적인 규모로 쉽게 역을 식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보행 과정에서 도시 경험을 풍부하게 이끈다. 

크고 개방된 게이트로 진입하면 빛이 충만한 도회적 공간이 펼쳐진다. 내부 또한 아치형 구조를 적용하고, 오색으로 빛나는 크리스털 타일과 라인 조명을 함께 시공해 화려하고 매혹적인 무드를 한껏 끌어올렸다.



 COMMUNITY 

기술의 발달로 비대면 모임이 자유로워졌으나 직접 만나 얼굴을 마주하기 위한 노력은 여전히 의미있다. 특히 통신 기기를 다루기 힘든 어린아이와 노인 계층에게 도심 속 커뮤니티 공간은 일상을 나누고 소통할 수 있는 핵심 창구다. 지역 내 이슈를 논의하고 해결하는 기본 기능뿐 아니라 지속적인 사회화 과정을 도우며 더 나은 삶을 꾸려갈 기회를 선사한다. 하지만 특정 연령대만을 위하기보다 젊은 계층까지 폭넓게 포용하고자 애쓰는데, 최근에는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지역 커뮤니티에 대한 고 정관념을 타파해 진정한 화합을 모색하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참여를 유발하는 체험형 프로그램을 수용해 삭막한 사회 속 공동체의 가치를 심고, 동시에 공동체를 강요하기보다 개인이 자유롭게 모여 시간을 보내도록 유도한다. 이를 위해 공간에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구조가 적용돼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하며, 지역 환경 요소를 녹여냄으로써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바탕을 마련한다.


Party and Public Service Center of Yuanheguan Village

Design / LUO studio·Luo Yujie, Wei Wenjing
Location / Yuanheguan Village, Wudang Mountain Tourism Economic Zone, Danjiangkou, Shiyan City, Hubei Province, China
Area / 545.9㎡
Photograph / Jin Weiqi

환경 개선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탈바꿈한 Yuanheguan Village의 마을 위원회 사무실은 공공 서비스 센터를 포괄하는 공간이다. 유휴 주거 부지와 기존 골조를 활용해 효율성을 높이고, 경관을 되살려 황폐해진 마을을 활성화하고자 했다. 무엇보다 공유와 개방을 원칙으로 삼아 기존 마을 위원회의 내향적 구조를 탈피하고 노년층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한 점이 인상적이다. 

건물은 가벼운 목재 구조물로 계획됐는데, 이는 하중을 줄여 방치되던 콘크리트 기둥을 활용하면서 산아래 자리한 마을 풍경과도 조화를 이루기 위함이다. 아울러 지붕을 사선으로 길게 내려 고유한 전통 건축을 구현했으며 일부를 비워 넉넉한 채광창을 마련했다. 안으로 들어서면 모든 층을 넓게 오픈한 홀이 나타난다. 영역마다 특정한 성격을 부여하기보다 서가와 자료실, 다양한 형태의 좌석 등을 유연하게 배치하고 공간을 열어둬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1층은 인접한 건물에서 시선을 차단하기 위해 벽돌 벽으로 구성하되 유리 블록을 섞어 채광을 보장하며, 2층과 메자닌 층은 다이내믹한 사선 지붕과 넓은 창 아래 더욱 활발한 행동을 이끈다. 곳곳마다 주민을 위한 배려가 묻어나는데, 안전한 이동을 위해 개구부에 경사로를 설치하고 골목에는 긴 벤치를 두어 노년층이 오고 가며 자연스럽게 소통하고 휴식하도록 했다.



 HEALTH CARE 

오늘날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된 건강. 새로운 웰빙 시대를 맞이한 만큼 공공 의료, 보건 시설이나 건강 센터 역시 그 중요성이 부각된다. 사람들은 모든 이의 삶을 보듬어 편안하게 진료 받고 부담 없이 머무르며 심신을 회복하는 공공 공간을 꿈꾼다. 이상적인 케어 시설은 기능에만 집중하지 않고 인지와 심리적 측면을 아울러 감성까지 다독이는 디자인으로 발전한다. 관리 편의성과 위생적인 이미지를 위해 반듯하고 심플한 인테리어가 주를 이루었으나 최근에는 공간 경험 요소를 강화해 온몸으로 치유받는 평온한 감각을 유도하고 있다. 특히 주목하는 요소는 자연이다. 자연이 실질적으로 인간의 몸과 마음을 케어하는 효과가 있다고 밝혀지면서 공간에 싱그러움을 불어넣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진다. 자연광을 극대화해 따스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푸른 식물을 벽으로 활용하거나 공간을 과감히 오픈해 외부 환경을 끌어들이는 등 마음까지 편안하게 쉴 수 있는 포근하고 내추럴한 인테리어에 힘쓴다.


Maggie’s Leeds

Design / Heatherwick Studio
Location / Harehills, Leeds, West Yorkshire, United Kingdom
Area / 462㎡
Photograph / Hufton+Crow

암 환자들을 지원해 온 자선 단체 Maggie’ s의 새로운 센터가 문을 열었다. 병원 내 위치한 이곳은 풍성한 자연 요소를 통해 머무르는 것만으로도 생명력과 희망을 가득 느끼도록 설계됐다. 일반 시설과 달리 암 환자뿐 아니라 가족, 친구 등의 자유로운 방문을 장려하는 커뮤니티로, 내추럴한 바탕 아래 집처럼 아늑한 분위기를 가미해 더욱 평화롭다.

외관은 거대한 나무 둥치 여러 개가 겹쳐진 듯한 매스 사이로 다양한 토종 식물이 빽빽이 뻗어나와 작은 숲을 형성한다. 유기적 구조가 눈에 띄는 내부는 지속 가능한 스프루스 목재 시스템으로 중심을 잡았다. 벽과 천장이 일체화된 구조물이 버섯 같은 형태로 부드럽게 펼쳐져 독특한 아름다움을 그리고 다양한 레벨로 얽혀 입체적인 공간감을 전한다. 중앙에 자리한 공용 주방을 둘러싸고 도서관, 운동실 등 다채로운 시설을 배치해 소통을 증진하면서, 공간마다 평온한 디자인 언어를 일관되게 구현해 심신을 다독인다. 자연의 촉감, 부드러운 빛, 명상적인 분위기 등 일반 의료 현장에서 간과되는 공간 요소를 되살려 마음을 치유하는 데 집중했다. 아울러 자연 환기 시스템을 갖추고 석고와 같은 다공성 재료로 습도를 조절하는 등 내추럴한 재료와 에너지 절약 기술을 사용해 더욱 건강한 환경을 다진다.



 SANITATION 

도시의 위생 시설은 때때로 난처한 상황을 직면한다. 반드시 필요한 공간임에도 청결하게 관리하기 어려워 도리어 불쾌하고 위험하게 여겨지기 때문. 가장 위생적이고 안전해야 할 공간이 가장 불안한 공간으로 전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완전히 색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관리를 철저히 하는 시스템적 솔루션 외에 디자인에 힘을 실어 공공 위생 시설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죽은 공간이 되지 않도록 성격을 복합화해 이용률을 높이거나 범죄를 예방하기 위해 전략적인 CPTED 디자인을 적용하는 등 총체적 해결이 이루어져야 한다. 나아가 은밀하게 숨기기보다 오히려 하나의 랜드마크처럼 강렬한 개성을 부각해 새로운 정체성을 심기도 한다. 온갖 편견을 이겨내야 하는 공공 위생 시설이야말로 무한한 디자인을 실험할 수 있는 도심 속 가능성의 장으로 도약한다.


THE TOKYO TOILET

최근 일본 도쿄의 시부야에서 도심 속 공중 화장실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프로젝트 THE TOKYO TOILET이 공개됐다. 시내 17개 장소에서 각기 다른 콘셉트를 선보였는데, Kengo Kuma, Shigeru Ban, Tadao Ando 등 유명 건축가와 디자이너가 협업해 크게 주목받았다. 주변 경관과 미학적으로 어우러지고 독특한 경험을 선사하는 등 공공의 가치를 아름답게 끌어올린 화장실 디자인을 살펴본다.


YOYOGI FUKAMACHI MINI PARK

Design / Shigeru Ban
Photograph / Satoshi Nagare, provided by The Nippon Foundation

공중 화장실의 핵심 요소를 청결과 보안으로 보고 이를 디자인으로 극대화한 프로젝트로, 유명 건축가 Shigeru Ban이 설계했다. 네모반듯한 건물을 투명한 색 유리가 둘러싸 내부의 청결도와 점유 여부를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다. 사람이 들어가면 유리가 불투명하게 변해 프라이빗하게 사용 가능하다. 공원 내에 위치했기에 주변의 알록달록한 놀이기구와 컬러 팔레트를 맞춰 경관과 조화를 꾀했으며, 어두워지면 은은하게 빛나 더욱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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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NGU-DORI PARK

Design / Tadao Ando
Photograph / Satoshi Nagare, provided by The Nippon Foundation

건축가 Tadao Ando는 Jingu-dori 공원 녹지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공중 화장실을 제안했다. 건물은 둥근 처마 아래로 원통형 화장실을 배치하고 수직 금속 루버로 감싼 간결한 구조를 띤다. 루버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 채광과 통풍을 조절하며, 시간의 흐름에 따라 사이에 스며드는 그림자로 내부에 아름다운 풍경을 드리운다. 아울러 양쪽에 두 개의 입구를 배치해 시원한 산들바람이 원활하게 드나들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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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HIHARA ITCHOME PARK

Design / Takenosuke Sakakura
Photograph / Satoshi Nagare, provided by The Nippon Foundation

건축가 Takenosuke Sakakura는 건물 전체를 조명으로 활용해 주변을 밝혀 범죄를 방지하는 안전하고 개방된 화장실을 디자인했다. 밝은 컬러의 직사각형 외관은 주변 풍경을 깔끔하게 정돈하며 시선을 사로잡는다. 젖빛 유리 벽체는 낮에는 외부의 나무 패턴을 비춰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밤에는 불빛을 투과해 부드러운 빛을 내뿜는다. 아울러 화장실 내부에 남녀노소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도기와 편의 시설을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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