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휴가 (2023.7)

여름날의 휴가

취재 이석현, 최지은

더위와 비가 반복되는 변덕스러운 날씨가 이어지더니, 30℃가 넘는 무더위와 함께 여름이 찾아왔다. 덥고 습한 날씨가 몸도, 마음도 지치게 만들기에 다른 계절과 달리 여름에는 꼭 휴식 시간이 필요하다. 휴식을 위해 떠난 여행지에서 만난 공간은 더욱 특별하다. 매일 생활하는 집이 아닌 새로운 환경에서의 공간은 그 자체로 나를 위한 이벤트가 되어주기 때문이다. 신데렐라의 호박마차처럼 제약된 시간 동안만 누릴 수 있는 낯섦의 설렘까지도 여행의 만족도를 높이는 요인이 된다. 이를 반영한 듯 공간 업계에도 이색적인 숙소가 더 많이 등장하는 중이다. 푸르른 바다를 만끽하고 자연의 안락함에 몸을 맡길 수 있는 호텔부터 오롯한 쉼을 즐길 수 있는 펜트하우스, 예술적 경험을 통해 새로운 사람과의 소통을 장려하는 게스트하우스 등 다양한 형태의 숙소가 그 존재감을 뽐냈다. 더운 여름날의 오아시스 같은 순간, 여름 휴가를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줄 공간을 만나보자.




자연과 닿은 삶
ACRO Suites

에디터 최지은

숨가쁜 하루하루를 살아가다 보면 자연스레 나를 돌보는 시간을 놓치게 된다.
아크로 스위츠는 자연과 맞닿은 경관과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함으로써 일상으로의 힘찬 복귀를 지지해주는 호텔이다.

Interior Design / Manos Kipritidis, Danae Orfanake, Konstantina Orfanake
Architecture / Afoi Orfanake family
Location / 크레타 섬, 그리스
Photograph / Giorgos Sfakianakis

여름 휴가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장소는 바다가 아닐까. 파란 물결과 끝없이 펼쳐진 수평선은 바라보기만 해도 더위를 시원하게 날려주는 듯하다. 이에 각종 호텔, 리조트 등에서는 바다와 숙소를 가까이하고자 적절한 위치를 선별하거나 디자인에 바다의 특성을 담아내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최근 그리스 크레타 섬에 문을 연 아크로 스위츠(ACRO Suites)도 그중 하나다. 가장자리라는 뜻의 그리스어 Akros/Akron에서 이름을 따온 만큼 절벽 끝에 자리 잡아 바다에 둘러싸인 듯한 외관이 특징으로 탁 트인 경치를 즐길 수 있게 테라스 공간을 적극 활용했으며 일부 공간은 천연 동굴을 깎아 만드는 등 자연과의 깊은 연계성을 자랑한다. 내부 역시 정제되지 않은 매력의 원목과 대리석 등을 활용해 목가적이고 거친 자연의 이미지를 표현함으로써 휴양지의 이미지를 극대화했으며 단순한 쉼에서 그치는 것이 아닌 건강한 생활을 지지하는 공간이 되고자 다양한 프로그램과 식사를 통해 웰빙 라이프스타일을 지지하고자 했다.

호텔은 입구부터 휴양지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타일과 우드가 어우러진 밝은 바탕에 행잉 체어, 바다가 펼쳐진 너른 창이 지중해 해변을 즐기는 듯한 기분을 선물하며 절벽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낸 듯 자연석의 형태를 살린 벽과 그 주위로 유리 박스를 씌운 데스크가 전반적인 이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케이브 스위트(Cave Suite), 웨이브 스위트(Wave Suite), 가이아 스위트(Gaia Suite), 로프트 스위트(Loft Suite) 등 각각의 특색이 돋보이는 스위트룸과 단독채 형식의 선셋 빌라(Sunset Villa)까지 총 49개 객실이 마련됐으며 모두 크레타 해를 향해 탁 트인 창문을 갖췄다. 이 뷰를 적극 활용하고자 객실마다 테라스를 만들고 테라스에 작은 풀장을 마련해 실내에서도 해수욕을 즐기는 듯한 기분을 의도했다. 케이브 스위트는 특히 지리적인 특성을 십분 활용한 객실로 크레타 출신 조각가들이 바위 절벽 일부를 조각함으로써 절벽 안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듯한 이색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다른 객실 역시 절벽의 돌과 흙을 닮아 자연스러운 색과 고대 페스토스 대리석 등 천연 소재의 특성을 한껏 살린 마감이 특징이다. 동시에 더욱 고급스러운 휴식 분위기를 위해 현지 장인과 협력, 목재 포인트가 들어간 대리석 가구를 전면 맞춤 제작함으로써 공간의 질을 높여 평안한 휴식을 선물하고자 했다.

공용 공간은 웰빙 라이프스타일을 다방면으로 품고 있다. 크렘노스(Cremnos) 레스토랑과 더 서클(The Circle) 칵테일 바, 스파 공간 배스 하우스(Bath House)까지 주변의 지리적 환경과 전통적 디자인에 영감을 얻어 단순함과 평온함을 테마로 내부를 꾸몄다. 구리 및 목재 마감재와 어스 톤 팔레트, 맞춤형 대리석 식탁과 천연 직물로 담백하고 투박한 자연의 모습을 재현해 내추럴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특히 배스 하우스는 터키식 목욕탕 형태를 본떠 아치형 개구부와 대형 비잔틴 대리석 욕조로 타원형 레이아웃을 빚었는데 물 위에 뜬 징검다리와 조경, 야외 스파 공간 등으로 작은 정원처럼 연출했다. 건강한 삶을 위해 아사나 요가 샬라(Asana Yaga Shala)라는 요가원도 지었다. 대나무로 동굴처럼 둥근 개방형 공간을 빚은 것으로 배스 하우스와 연계해 수련을 끝낸 투숙객이 재충전의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야외 수영장 및 온수 수영장과 연계했다.



자연과 경계를 허물다
sans walls

취재 이석현

자연과 경계가 없이 열려있다는 의미의 산스월즈(sans walls)는 도심 속 휴양지를 꿈꾸는 이들을 위한 오아시스다.
서울, 가평, 춘천을 잇는 도심 속 휴양지 파생 프로젝트 중 하나인 산스월즈는 세부적인 운영계획이 수립되는 대로 본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디자인 / 최중호스튜디오
시공 / 인썸
위치 / 경기도 가평
마감 / 천장-그린 데라코타 데코ㅣ벽체-그린 테라코타 데코ㅣ공용부 바닥-콘크리트 몰탈ㅣ객실 바닥-티크 마루
사진 / 이상필

현대 건축과 아름다운 산, 강이 함께 하며 완벽한 휴식과 공간의 아름다움을 제공하는 산스월즈는 최중호스튜디오가 공간, 가구, 브랜드 디자인을 진행했다. 최중호스튜디오는 사방이 자연에 둘러싸인 만큼 공간과 건축 그리고 자연의 경계가 희미해지도록 기획했으며, 쉴 수 있는 모든 장소에 자연이 통합되도록 설계했다. 자연이 통합되는 것은 단지 외부의 풍경을 이미지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산스월즈 내부 공간에서 이어지는 외부 수영장과 북한강, 신선산의 중첩되는 레이어는 실내에서 활동하는 사용자의 시각이나 행동의 변화에 따라 개개의 감정으로 전환된다. 실내와 수영장, 강, 산 그 어느 중간에서 만나는 개별화된 감정들은 산스월즈를 기억하고 추억하는 상징적인 매개체가 된다.

연계되는 레이어 속 개인의 감정 변화는 실내 공간 안에서도 다양한 요소들을 종합하는 분위기(Mood)의 조절을 통해 색다른 경험을 선사한다. 식당, 주방, 메인 라운지, 복도, 객실, 피트니스로 이어지는 긴 동선 안의 공간들은 영역과 영역 사이 연계된 가구, 집기, 음악, 조명, 컬러 등 다양한 요소들이 만들어 내는 분위기를 통해 순간순간의 장면(Scene)으로 완성된다. 최중호스튜디오는 공간 안의 요소를 각기 제 역할을 하는 곳에 펼쳐놓고 사용자가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최대치를 끌어내고자 했다. 장면이 연속되고 중첩될수록 사람의 감정의 변화는 역동성을 갖는다. 이어지는 실외 풍경의 레이어들은 감정을 증폭시킨다.

산스월즈의 메인 라운지는 탁 트인 북한강의 전경과 신선산의 웅장함까지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전망과 함께 최중호스튜디오가 디자인한 카레클린트(Kaare Klint)의 소파, 테이블, 라이마스(LIMAS)의 ‘벨트 드라이브’ 조명과 20세기 빈티지 가구, 조명들 그리고 산스월즈의 브랜드 컬러인 그린 색감의 예기치 못한 조합이 독특한 대비를 보여준다. 자연을 통합하는 메인 라운지는 넓고 밝으며 개방적이다. 2층이 열린 높은 층고는 건물의 독특한 구조와 형태들이 드러나며 특별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메인 라운지에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있다. 다양한 장르의 LP와 파티를 즐길 수 있는 디제잉 부스가 함께 하고 있어 이 공간이 다양한 목적을 위해 음악과 함께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공간을 감싸는 음악은 공간의 구성 요소들과 만나 감정의 장면들이 영속적으로 영상화되는데 효과적으로 작용한다.

전체 공간에 적용한 녹색 마감의 큰 흐름에 일부로 느껴지는 주방은 두 가지 타입으로 구성된다. 요리를 직접 하면서 대접할 수 있는 오마카세 타입의 주방과 아일랜드 타입의 주방이다. 주방에서 반층 올라가면 경치를 즐기면서 식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된다.
객실은 탁 트인 북한강의 전경과 신선산의 웅장함을 느낄 수 있는 전망을 제공한다. 객실 바닥은 따뜻한 티크 소재의 원목 마루와 다채로운 컬러 조합으로 산스월즈 객실만의 특별한 대비와 독특함을 제공한다. 내부에는 작은 욕조 공간도 제공해 객실에서도 자연과 함께 가장 프라이빗한 휴식을 즐길 수 있다. 객실의 침대는 다양한 기능들이 결합한 디자인으로 블루투스 스피커, 냉장고, 수납 등이 헤드 보드에 구성되어 있다. 기능적 형태에서 오는 독특함은 공간에서 즐거운 시각적 효과를 경험할 수 있다.
객실을 지나는 2층의 복도는 공간 전체의 흐름을 만들어 주는 녹색 컬러의 벽과 천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브랜드 컬러는 건축의 독특한 구조와 다양한 기능, 공간들을 쉽게 연결하는 중요한 요소다. 반 층을 내려가면 자연을 보며 운동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제공된다. 콘크리트 원재료와 내부 공간의 흐름을 만드는 메인 색상 그리고 기능적인 요소의 포인트 컬러를 넣는 최중호스튜디오의 스타일을 보여준다.



기억에 남은 어느 무렵
NYEOK 녘

취재 이석현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높은 바다에 가장 근접한 땅은 역설적으로 새로운 설렘을 주는 장소가 되었다.

디자인 / 지랩 Z lab
시공 / 우우페이퍼
위치 /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조천읍 조천리
용도 / 프라이빗 스테이
대지면적 / 185.2㎡
건축면적 / 57.8㎡
마감 / 천장–합판 위 스테인, 티크 원목 쪽마루ㅣ벽체-합판 위 스테인, 티크 원목 쪽마루ㅣ바닥–티크 원목 모자이크 마루 / 마천석 잔다듬
사진 / 노경
글 / 지랩·노경록

녘은 제주도 조천마을의 가장 깊은 곳에 있다. 도시화와 관광지화가 되는 제주에서 아무도 찾지 않는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높은 바다에 가장 근접한 땅은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새로운 설렘을 주는 장소가 되었다. 조천에서 나고 자란 건축주는 이 대지 앞의 용천수에서 놀던 어린 시절을 생각하며 이 땅을 발견하고 설레하며 지랩과 함께 만들어보기를 제안했다. 검은 현무암 암반 위의 땅에 가장 무감각하면서 가장 현대적인 건물을 상상하며 제주 조천에서의 경험을 녹이며 디자인을 시작했다. 이 건물은 멀리서는 바위에서 솟아난 듯 자연스럽고 주변의 형형색색 건물에 시선을 빼앗겨 그 존재를 알아차리기 힘들다. 하지만 바다 끝 길을 따라 가까이 다가가면 좁은 대지 형태에 맞추어 다듬어진 날카로운 형태와 거친 마감의 건물이 특별한 인상을 준다. 제주 마을이 가진 배치와 규모를 닮은 두 채의 작은 건물은 바라다보이는 바다와 마을, 한라산의 주변 환경을 마주하며 완성되었다.

거친 종석 뜯기 마감 재료는 빛나는 날씨에는 그림자와 질감의 흐름이 함께 하는 면들의 조합이 보이고 비바람이 불고 흐린 날씨에는 종석 특유의 습기를 머금은 어두운 현무암의 색과 덩어리로 읽히는 형태감을 의도하였다. 밀물이 건물의 바로 앞까지 가득 찰 때는 바다 위 하나의 오브제로 느껴지고 썰물이 되어 바다의 현무암들이 드러날 때면 현무암 암석에서 솟아난 알 수 없는 덩어리로 읽히고자 하였다. 날씨와 기후, 조수에 따라 다양한 인상을 표출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바다에서 바라보는 마을에서 주변 환경과 동화되어 스스로를 감추고자 하였다.

실내는 외부와 다른 진득한 분위기와 아늑함이 게스트를 반긴다. 대지의 형상에 의해 깎여나간 사선의 공간은 실내에서 사람들을 감싸주는 공간감으로 표현된다. 적동의 아일랜드 주방은 공간의 무게감을 잡아주며 주방이라기보다 공간의 균형감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각각의 모서리에 창들은 바다와 마을, 용천수 욕탕, 한라산과 돌담 등을 바라보게 하면서 이 땅이 가진 조천마을과 함께한 환경들을 다양하게 보여준다. 기억에 남은 어느 무렵이라는 녘에서의 경험은 녘을 둘러싼 수많은 순간의 기억들 속도가 조금은 느리고 낭만적으로 남을 수 있도록 다양한 장치를 공간에 녹여내었다. 바다를 마주하는 수영장과 진한 위스키 한 잔과 함께 다양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아일랜드 싱크대, 눅진한 음악과 함께 난로에 불을 켜고 마을과 바다를 바라보는 라운지, 건물의 뒤편에 바람과 파도를 만날 수 있는 노천탕 등 녘으로 떠난 하루의 순간이 특별해질 수 있길 바랐다.



예술에 잠기다
London Battersea Art’otel

에디터 최지은

꿈결에서 본 듯 익살맞고 장난스럽지만 동시에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호텔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런던 바터시 아트텔(London Battersea Art’otel)은 독특한 디자인으로 무장한 초현실적인 쉼터다.

Design / hayon studio
Location / 런던, 영국
Photograph / London Battersea Art’otel

누군가에게 취미 혹은 여가 시간을 보내는 방법을 물으면 영화 관람, 음악 감상 등 예술과 문화를 향유하는 일을 답하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문화 예술은 일과에서 잠시 벗어나 쉼을 선사하는 요소이기에 각 호텔들도 머무는 시간이 보다 풍성해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라운지에 전시회를 개최하거나 객실에 특정 예술인의 발자취를 좇을 장치를 마련하고는 한다. 영국의 런던 바터시 아트텔은 저명한 디자이너와 협업해 그의 디자인 세계를 담뿍 담아낸 곳으로 낯선 세계에 들어온 듯한 이색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호텔이다. 스페인의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이 이끄는 아욘 스튜디오(hayon studio)가 디자인을 주도함으로써 공용 아트 갤러리, 스파, 스위트 룸, 작은 조명 하나까지 그의 흔적이 담겨 예술, 제품, 디자인 사이의 경계를 허문 것이다. 덕분에 내부는 호텔 특유의 고급스러운 바탕 위로 장난기 넘치는 동화 속 세상이 펼쳐져 투숙객에게 현실에서 벗어난 듯 초현실적인 경험을 선사한다.

런던의 새로운 문화 구역의 중심에 등장한 런던 바터시 아트텔은 입구부터 확실한 개성을 전한다. 총괄 디자이너인 하이메 아욘은 런던에 완전히 새로운 호텔 경험을 선사하고자 편안함과 현대적 창의성이 조화를 이루도록 디자인했다고 밝혔다. 그 이야기처럼 호텔의 편안함과 우아함을 대변하듯 대리석, 우드 패널이 입구의 벽과 바닥을 차지하는 가운데 연노란색 동상과 빨간색 카운터가 과감한 반전을 빚어 입구부터 익살스러운 분위기를 고조한다. 유선형의 유리창이 있는 나무 문을 열고 본격적인 호텔 내부로 향하면 강렬한 팔레트와 곡선 기반의 디자인, 갖가지 예술 작품이 진열된 메인 로비가 등장한다. 입구와 같은 바탕 위에 파란색 천장과 빨간색 벽장이 대조를 이루는데 빨간 벽장은 일명 호기심 캐비닛으로 하이메 아욘을 비롯한 다양한 예술가들의 작품, 세계 각국의 빈티지 물품들이 가득하다. 내부는 꽃병과 세라믹, 독특한 유리 오브제 등 소재부터 형태까지 다양한 작품이 큐레이션 되었는데 이는 런던의 문화적 다양성을 대표하면서 호텔의 환상적인 분위기를 강조한다.

개성 있는 로비와 짙은 초록빛 복도를 지나면 비로소 침실이 나타난다. 침실은 디자이너의 현대적 표현주의가 완전히 발휘된 공간으로 동화나 만화 같은 요소와 럭셔리한 감각이 공존해 독보적인 분위기를 전한다. 비비드한 파스텔컬러와 짙은 딥 톤이 선명한 경계를 빚는 가운데 몰딩 등의 세부적인 장식은 절제했으며, 각종 가구 및 오브제에는 디자이너의 특색이 드러난 디테일을 세심하게 담아 화려함을 풍긴다. 한층 아래로 내려가면 호텔 1층 레스토랑이자 아트 갤러리로 운영되는 토지 그랜드 카페(Tozi Grand Café)가 연극장처럼 마련되어 있다. 세련되지만 시크한 무대 뒤 의상실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하고자 녹색과 붉은색이 선명한 대비를 이루는 바탕을 먼저 다졌다. 그 위로 디자이너의 태피스트리를 창 근처 좌석 위쪽에 매달아 영역을 분할하고 중앙에는 유명 조각가인 알렉산더 콜더의 작품이 연상되도록 붉은색 기하학 조형을 조명과 연결해 공간에 역동성을 더했다.



일상 위의 휴식
BELLUSTAR TOKYO, A Pan Pacific Hotel

에디터 최지은

일상을 발 아래 둔 채 여유를 즐기는 일이야 말로 이색적이고 색다른 휴식의 경험이지 않을까.
벨루스타 도쿄는 신주쿠의 마천루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휴식에 몰입하도록 돕는 호텔이다.

Design / Keiji Ashizawa Design, Norm Architects
Stylist / Yumi Nakata
Furniture / Karimoku Furniture
Location / 도쿄, 일본
Photograph / Jonas Bjerre-Poulsen, Nacása & Partners Inc.

일상의 바탕인 도시. 문명이 발전하고 삶이 복잡해짐에 따라 휴식을 위해 도시 자체를 벗어나 자연으로의 일탈을 꿈꾸게 된다. 하지만 시각을 조금만 바꾸면 도심 속에서도 해방을 느낄 수 있다. 일본 도쿄 가부키초 타워에 등장한 벨루스타 도쿄, 어 팬 패시픽 호텔(BELLUSTAR TOKYO, A Pan Pacific Hotel, 이하 벨루스타 도쿄)이 대표적인 예시다. 활기차고 강렬한 분위기로 유명한 도쿄의 신주쿠, 그 중심에 위치한 벨루스타 도쿄는 해발 200m에 달하는 마천루 꼭대기에 자리해 모두의 시선은 물론 일상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온전한 휴식의 경험을 극대화하고자 실내 디자인에도 신경 써 전체적으로 도시의 깔끔함을 유지한 채 지역적 특색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담아냈다. 목재, 벽돌, 석재 등 천연 소재 중심의 마감재는 공간에 안락함마저 불어넣으며 장식적 요소를 절제하되 디테일은 섬세하게 매만지고 짙은 갈색 중심으로 팔레트를 구성해 고풍스러운 멋을 풍기는 이색적인 공간 경험을 선물했다.

도심 속 휴식처로서 투숙객에게 오롯한 쉼을 선사하려 한 벨루스타 도쿄. 색다른 공간감을 위해 번잡한 신주쿠 시내와는 달리 고요하고 평화로운 디자인이 공용 공간과 펜트하우스 형식의 스위트 룸 모두에 적용되어 있다. 먼저 세 곳의 식음 공간은 판매하는 음식에 따라 조금씩 다른 분위기를 풍기는데 바와 함께 있는 레스토랑은 그림자처럼 어두운 색상 팔레트를 바탕으로 도시의 밝고 바쁜 순간과 대조되는 풍경을 빚는다. 입구 쪽은 높고 넓은 창과 베이지 톤 타일이 어우러져 차분하지만 밝은 인상을 주며 안쪽으로 향할수록 흑색 벽돌과 짙은 패브릭 바닥재를 사용해 중후하고 고요한 분위기가 고조된다. 이때 입구 근처의 진열장, 파티션 등 주요 가구를 어두운 목재로 제작해 통일감을 주었으며 일본 전통 가옥이 연상되는 요소를 벽, 전등 등에 담아 친숙함과 고즈넉함이 함께 느껴진다. 나머지 두 곳의 레스토랑은 각각 데판야끼와 스시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곳으로 모두 공간의 중심을 바 테이블로 잡은 채 촉각적 자극을 풍부하게 담아 깊은 안정을 전한다. 다만 조도를 낮추고 벽 전체를 벽돌을 비롯한 석재로 촉각적 자극을 풍부하게 담은 데판야끼 전문 레스토랑과는 달리 스시 레스토랑은 목재 중심으로 가구를 짰으며 전체적인 톤을 밝혀 상반되는 이미지를 연출했다. 전통적 이미지가 강조된 스파 공간은 밝은 마감재 위로 짙은 나무 가구를 올리고 템바 보드, 문살 무늬, 다도를 연상시키는 오브제 등을 활용했다.

객실에는 일본 사계절의 아름다움을 담았다. 객실 이름도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뜻하는 사자성어 화조풍월(花鳥風月)에서 따와 하나(花), 토리(鳥), 카제(風). 츠키(月), 소라(空)로 명명했다. 전 객실은 침실과 거실, 전용 셰프가 요리할 수 있는 주방, 다이닝, 도쿄 전경을 감상할 수 있는 7m 넓이의 창문 등 비슷한 구조를 띠며 평안한 감각에 초점을 맞춰 원초적인 자연의 색과 소재로 회귀하는 디자인을 펼쳤다. 팔레트를 부드러운 베이지, 브라운, 그레이로 한정하되 하나, 츠키, 소라는 진중한 톤의 따스하고 친근한 이미지로, 토리와 카제는 개방적이고 밝아 유기적인 순환이 돋보이도록 연출했다. 전체 가구는 디자인에 참여한 Keiji Ashizawa, Norm Architects, Norman Foster가 직접 제작했으며 우드와 패브릭을 주로 사용해 내 집 같은 안락함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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