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의 자리 - Chair Tells Some Story (2023.3)

혁신의 자리
Chair Tells Some Story

취재 최지은

의자야 말로 가장 많은 변화를 거쳐온 가구가 아닐까. 오래전에는 권위의 상징으로서 특권층에게만 허용되던 가구였지만 현대에 들어서는 일상의 일부라고 할 수 있을 만큼 가까운 존재가 되었다. 이제 우리는 아침에 일어나 집을 나설 준비를 할 때부터 학교나 회사에서, 다시 집에 돌아온 뒤에도 언제나 자리에 앉은 상태로 상당한 시간을 보낸다. 친숙하고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받는 가구이기에 디자이너와 기업의 다채로운 시도가 이루어지는데, 일상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사물과 형태로 실험적인 디자인을 완성하거나 기업의 새로운 가치나 방향성을 제안할 일회성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식이다. 최근에는 기후 변화를 비롯해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이슈가 늘어나면서 디자이너들도 제품을 통해 목소리를 드높이는 모습이 눈에 띈다. 이에 다양한 의견만큼 독창적인 디자인이 등장하고 있으며, 유사한 메시지를 전하는 제품이더라도 디자이너가 중점적으로 탐구한 소재와 전체적인 형태, 사용한 기술 등의 개성이 모두 달라 색다른 매력을 전함과 동시에 사고의 지평까지 넓혀준다. 특히 기술의 발전으로 온라인의 활용도 두드러져 현실의 한계를 뛰어넘은 디자인이 등장하며 이목을 사로잡고 있다.



Fruity

Designer / Frank Jacobus
Photograph / Frank Jacobus

Midjourney라는 AI 엔진을 활용해 만든 가상의 의자. 기술의 발전으로 상상 속에만 있던 모습을 온라인에서 직접 구현할 수 있는 지금, 디자이너는 AI가 서로 다른 특성을 가진 여러 개체를 하나로 융합하는 방법을 실험하기 위해 Fruity를 제작했다. ‘과일이 의자가 된다면?’ 이라는 장난기 섞인 질문에서 시작한 제품으로 과일과 의자의 형태, 질감 등을 면밀히 탐구한 끝에 현실에서는 구현할 수 없는 구조의 의자를 탄생시켰다. 의자의 기능에 충실하되 과즙이 터질 듯한 과일의 상큼함은 간직하도록 바나나, 복숭아, 용과 등 여러 과일의 특징을 재해석한 모습이 인상적이며 친숙하고 낯선 형태가 독보적인 개성을 그린다.



UMT

Designer / Lluís Alexandre Casanovas Blanco, María Luisa Blanco Estébanez
Photograph / Pol Rebaque

건축 역사에서 배제된 여성과 퀴어를 조명하려는 의자로, 스페인 역사상 양성 평등이 가장 퇴보했던 프랑코 독재 기간 중 여성 의무 군사 훈련의 일환이던 보빈 레이스만을 등받이와 좌판에 활용한 모습이 독특하다. 식탁보, 양탄자, 커튼 등 모든 섬유 요소에 쓰이는 스페인 주거의 메인 인테리어 요소임에도 평가 절하되는 보빈 레이스를 권위를 상징하는 가구인 의자의 메인 요소로 활용했다는 데 큰 의미를 가지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고강도 섬유 DynemaaⓇ로 레이스를 만들어 사람이 앉을 만큼의 강도를 확보했다. 또한 레이스가 돋보이도록 의자 다리와 프레임은 최대한 간결한 라인으로 표현하되 직물 짜는 여성에 비유되는 동물인 거미류가 연상되는 형태를 의도했다.



고요

Design / 이예찬
Photograph / 이예찬

전 연령층에 걸쳐 1인 가구의 비중이 늘어나며 고독 관련 문제도 증가했는데, ‘고요’ 는 그 해결책을 제안하는 의자다. 디자이너는 고독감을 건강하게 즐기는 일인 명상을 그 해법으로 생각해 명상에 최적화된 의자를 계획했다. 조용히 편안함에 몰입하도록 티베트 승려들이 명상과 의식을 위해 사용하던 싱잉볼에서 영감을 받아 단풍나무로 만든 라운지 의자 주위로 대형 싱잉볼을 두른 것인데, 덕분에 사용자는 의자에 잠기듯 앉아 외부와 분리된 영역에서 고요함을 누리게 된다. 또한 싱잉볼 안에 은은히 울리는 본인의 맥박과 숨소리에 집중한 채 명상에 빠져들 수 있다.



Lotte chair

Design / ECAL·Sarah Hossli
Production Partner / Girsberger, Customized Furniture
Photograph / Severin Stark(표시된 사진 외), Amy Wolfe

고령자들이 혼자 자유롭게 앉고 일어설 수 있도록 디자인된 제품으로 누구나 일상 생활 중 움직임에 제한을 느끼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제작되었다. 얼핏 평범한 안락의자처럼 보이지만 팔걸이를 등받이 뒤로 둥글게 잇고 좌판 앞으로도 일부 확장시킴으로써 근력이 부족한 고령자들이 의자를 이용할 때 지지대이자 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또한 실제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게 스위스 요양원 거주자들에게 직접 프로토타입을 테스트했으며 의료 및 케어 전문가 확인 역시 마쳐 그 효용을 증명했다.



Rising Chair

Design / Robert van Embricqs
Photograph / Robert van Embricqs

Rising Chair는 어린 시절 스스로를 둘러싼 환경을 탐색하고 이해하려 노력했던 것처럼 성인이 된 사용자들이 호기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의자다. 높이가 2.5㎝ 미만인 나무 패널을 이어 붙여 하나의 판자와 같은 형태를 완성했는데 한 번의 움직임으로 의자 중앙부가 서로 엇갈리듯 접히면서 다리, 팔걸이, 좌판 등 모든 기능을 갖춘 의자가 나타나도록 디자인되었다. 덕분에 사용자에게 즐거운 반전을 선사할 뿐만 아니라 얇은 형태로 보관과 이동이 편리해 호텔, 사무실, 테라스, 주거 등 모든 공간에 다용도로 사용하기 좋고 판매 시 탄소발자국도 최소화할 수 있다. 한편 자연 속 뼈의 구조 및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은 만큼 자연물을 주로 활용했으며 취향에 따라 세 가지 다른 목재 선택이 가능하다.



POP CLOUD

Design / Yuji Tanabe Architects
Photograph / Yuji Tanabe Architects

단순히 앉기 위한 가구를 넘어 일종의 장난감처럼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는 의자. 곤봉 형태의 축을 중심으로 표주박 형태의 부품을 퍼즐처럼 맞추어 사용하며 총 7개의 조각으로 구성된다. 완성된 형태는 구름이 연상될 만큼 독특해 앉는 자세까지도 다채로워지는데 덕분에 사용자가 더욱 흥미를 가지고 의자를 이용하게 된다. 일본에서 편백나무로 유명한 마니와 지역의 원목을 가볍게 다듬어 잔물결처럼 은은히 남은 나뭇결이 자연물의 아름다움도 전한다.



Bloom & Moth

Design / CAVALAB OBJET (JACOPS Planning&Design)
Photograph / CAVALAB OBJET (JACOPS Planning&Design)

아트 오브제 ‘CAVALAB OBJET’는 JACOPS Planning&Design이 디자인한 가구 시리즈로 환상적인 분위기가 특징이다. 그중 'Bloom'과 'Moth'는 각각 꽃과 나방을 재해석해 독특한 조형미를 빚는 암체어이며, 비주얼 아티스트 연여인의 작품 세계관을 빌려 미약한 존재들이 지닌 힘과 생명력을 조명하고자 그 안의 자연물을 가구로 재탄생시켰다. 두 제품 모두 얇은 메탈 프레임에 벨벳, 풍성한 퍼, 편물 등의 패브릭이 조화된 형태를 띠며 은은한 파스텔컬러가 적용되어 동화 속에 들어온 듯 몽환적인 인상을 배가한다.



WEIMAN

Design / JOYSLIVING·Ren Hongfei
Photograph / Xu Xiaodong

산업화를 거치며 가구 제조 방식이 정형적이고 경직된 형태의 가구가 표준으로 자리잡은 것에 대한 디자이너의 생각을 담은 가구 컬렉션. 디자이너는 나무의 기본 형태인 원통형을 기본 디자인 언어로 설정한 뒤 최소한의 가공만을 거쳐 벤치, 스툴 등 네 가지 제품을 완성했다. 자연적 결점과 수작업의 흔적이 고스란히 드러나 감성적인 매력을 배가하며 동양의 절제와 균형이라는 창작 개념을 반영한 실루엣과 가구 전체를 덮은 검은 빛이 현대적이고 정제된 인상을 가미해 색다른 미감을 자아낸다.



Fungi Stool

Design / h220430·Itasaka Satoshi
Photograph / touq.inc

위생에 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 속에서 박테리아와 균류는 제거해야 할 대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곰팡이, 버섯, 세균 등이 각종 폐기물을 분해해 자연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시켜 준다는 측면에 집중했다. 이에 폐기물을 만들어내는 인간의 입장에서 이들의 역할을 재고하고 닮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버섯으로 뒤덮인 스툴을 만들었다. 나무 기둥을 따라 버섯들이 꽃처럼 피어난 형태를 띠며 좌판 부에는 둥근 스테인리스 스틸 조각을 구부려 꽃잎처럼 배치함으로써 편안한 착석감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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