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ter Will Be Space - 물 위에 세우는 삶 (2022.8)

Water Will Be Space
물 위에 세우는 삶

취재 한성옥

러시아 우주 비행사 유리 가가린이 우주에서 남긴 말을 한 번쯤 들어봤을 것이다. ‘지구는 푸르다.’ 지구가 이처럼 푸른빛을 띠는 이유는 표면의 약 70%가 물로 덮여 있기 때문이다. 망망대해라 할 만큼 아득한 바다, 땅 사이를 가르며 도도히 흐르는 강, 잔잔하지만 깊은 호수. 하지만 인류의 삶은 그 나머지인 약 30%의 육지에서만 이루어져 왔다. 땅이 집을 세우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단단한 영역인 반면 물은 기반을 닦기 어려워 부유하거나 표류할 수밖에 없는 세계이기 때문이다. 간혹 베트남, 태국 등에서 수상 가옥을 짓기도 하지만 이는 일부 열대 지역에 국한된 특수 주거 형태에 불과했다. 그런데 기술이 발전하면서 물이 또 다른 삶의 터전으로 변하고 있다. 도시의 강이나 운하에 배를 띄워 교회, 청년층의 집 등으로 사용하고 강변과 연결된 소형 건물을 세워 주거부터 미술관, 레스토랑, 치과 등 육지와 비슷한 공간 쓰임새를 부여하기도 한다. 과밀화, 주거 비용 상승 등의 문제를 겪는 도시에서 수공간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 바다의 가능성은 더 무궁무진하다. 전시관, 호텔 같은 건물은 물론이고 하나의 도시까지 형성할 수 있어 흥미로운데, 이러한 공간들은 대체로 모듈을 통한 확장성, 이동성 등을 갖춰 환경 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고 지속 가능성까지 충족한다. 강, 바다 등 수면 위로 공간을 확장하려는 노력이 물이라는 비일상적 배경에 대한 호기심, 이색적 환경을 누리려는 심리에 기인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현재 삶의 터전이 망가져 가는 상황에 대응하고자 하는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지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서는 남태평양 섬나라 투발루의 외무장관이 물 속에 들어가 연설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한때 육지였지만 지금은 허벅지까지 물이 차오르는 지역에서 성명을 발표함으로써 기후 변화로 해수면이 급격히 상승해 나라 전체가 수몰될 위기에 처한 상황을 알리고자 한 것이다. 휴양지로 유명한 몰디브 역시 비슷한 상황이며 네덜란드, 중국, 인도 등의 해안 도시나 저지대 도시들 중 다수가 침수될 것으로 예측된다. 부산, 강릉 등 우리나라의 해안 도시도 예외는 아니다. 그만큼 해양에 자리 잡는 공간들은 바다를 가장 가까이서 누리는 즐거움도 강조하지만 자체 에너지 생산 시설을 갖춰 화석 에너지를 배제하거나 자원 순환을 표방하고 해양 생태계 복원 기능을 구현해 내일의 삶을 건강하게 일구고자 한다. 유연하지만 미래로 나아갈 단단한 기반이 되어줄 수상 공간들을 만나보자.




Exhibition
FLOATING FOREST


Design / STEFANO BOERI INTERIORS
Location / Milano, Italy
Photograph / Daniela Di Corleto

MILANO DESIGN WEEK 2022 기간 동안 Navigli 운하의 Darsena 구역 물위에 작은 숲이 띄워졌다. STEFANO BOERI INTERIORS가 아웃도어 브랜드 Timberland와 협업해 수상 숲을 조성한 것이다. 도시에 녹지를 만들어 기후 변화에 대비하고 자연과 인간의 화합을 이끌어내고자 진행한 프로젝트로 작지만 독립적인 생태계를 이루도록 생물 다양성에 집중했다. 총 30종의 식물 610개를 식재했으며 단풍나무, 사과나무 등 각종 나무와 아로니아, 호랑가시나무남천, 해동화 등 관목, 억새, 원추리속, 퍼플 버베나 등 다년생 풀로 구성했다. 목재로 숲을 둘러싸는 구조물과 보행 동선을 형성해 방문객이 식물과 가까이서 교감하게 했으며 구조물 사이사이 Timberland의 지속 가능성 관련 활동, 숲에 대한 설명, 디지털 접근 프로그램 등을 마련해 한층 풍부한 경험을 선사했다. 식물들은 Soulfood Forestfarms Hub Italia에 기부돼 공원 프로젝트, 농업 및 목재 활용 등에 이용될 예정이며 구조물 또한 조립 방식을 채택해 해체 후 재사용이 가능하다.




House
Floating Home


Design / i29 architects
Location / Amsterdam, Netherlands
Area / 160㎡
Photograph / i29 architects·Ewout Huibers

운하의 도시인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46개의 수상 주택으로 이루어진 수상 마을이 등장했다. 운하 지구에 지속 가능한 수상 커뮤니티를 조성하는 Schoonschip 프로젝트로, 이곳의 수상 주택 중 하나인 Floating Home은 차분하면서도 독특한 외형과 전망을 극대화한 설계가 돋보인다. 사각형 볼륨의 지붕을 경사지게 깎아내고 외관 목재를 검은색으로 칠해 개성 있는 모습을 안정감 있게 마무리했으며 곳곳에 거대한 창을 내 자연광과 풍경을 유입한 것이다. 3층 규모의 집에 빛을 퍼뜨리면서 개방감을 주기 위해 한쪽에 직사각형 아트리움을 마련하고 생활 공간을 부드럽게 연결했다. 입구로 들어서면 계단을 통해 운하와 맞닿은 테라스로 나가거나 측면 창 너머 물 흐르는 풍경이 보이는 1층 거실로 향할 수 있다. 지하에는 거실과 다용도실, 샤워실, 침실 등이 자리하며 주방과 식사 공간은 최상층인 2층에 위치한다. 주방은 한쪽 벽면과 천장에 널찍한 통창을 시공해 밝고 경쾌한 분위기로 아울렀으며 맞은편에 테라스도 마련해 여유로운 시간을 선사한다. 2층 테라스는 지붕 절개면을 활용해 야외의 개방감은 유지하면서 외부의 시선을 차단함으로써 거주자의 휴식을 더욱 안락하고 편안하게 이끈다. 도시 생태계 개선을 추구하는 프로젝트인 만큼 운하의 물로 열 에너지를 생산하는 시설과 발전용 태양 전지판을 탑재했으며 스마트 부두로 커뮤니티 내의 주택을 연결해 주민 간 상호 교류를 촉진한다.




Hotel
Eco-Floating Hotel

Design / Hayri Ata k Architect ural Design Studio (HAADS)
Location / Qatar(Variable Locations)
Area / 35,000㎡
Image / Hayri Ata k Architect ural Design Studio (HAADS)

2025년 카타르 바다 위에 완공될 호텔로 바다를 온전히 누릴 수 있어 자연 속 휴양의 즐거움을 극대화할 뿐 아니라 지속 가능성과 이동성 등 공간 혁신까지 보여주는 프로젝트다. 바다의 소용돌이에 착안해 원 형태로 설계했는데 건물 전체가 24시간 동안 한 바퀴 회전하도록 계획한 점에 주목할 만하다. 건물이 천천히 도는 동안 방문객은 다양한 각도에서 풍경을 조망할 수 있으며 회전을 통해 전기를 생산함으로써 친환경적으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다. 나아가 화석 연료를 완전히 배제하고자 수직 축 풍력 터빈을 곳곳에 설치하고 소용돌이를 모티브로 지붕 중앙에 지하로 연결되는 나팔 형태를 구현해 빗물을 수집한다. 음식물 쓰레기는 폐기물 분리 장치를 통해 비료화할 예정이며 자체 폐수처리 시설도 구비해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한다. 호텔은 수상 부두, 보트, 헬리콥터와 드론으로 접근 가능하며 호텔 입구를 세 군데 마련하고 부두는 140°로 제작해 하루 중 어느 때든 외부와 연결된다. 1층 외부에 비치클럽, 미니 골프장 등의 시설을 배치해 바다와 어우러져 여가를 즐길 수 있다. 내부로 들어서면 유리 지붕에서 내려오는 나팔 형태를 축으로 한 로비가 맞이하며 이를 둘러싸듯 층마다 스파, 바, 레스토랑 등 각종 시설과 152개 객실이 배치되어 개방감이 느껴진다. 모든 객실에는 바다를 전망할 수 있는 발코니가 있다.




City
OCEANIX Busan

Design / BIG(Bjarke Ingels Group)·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
Location / 부산광역시
Area / 62,726㎡
Image / BIG(Bjarke Ingels Group)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해안이 급격히 침식되고 기후 난민이 발생하고 있다. 해안 도시와 저지대 도시 중 다수가 침수될 것으로 예측되고 일부 섬나라는 존망 자체가 위태로워 전 국민 이주나 인공 섬 건설 등 다양한 대안을 강구하는 중이다. 부유식 정착지 역시 그 대안 중 하나인데 세계 최초의 수상 도시 시범 모델이 부산에 건설될 예정이어서 주목할 만하다. 부산광역시, UN-Habitat, OCEANIX가 함께 추진하고 BIG와 삼우종합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OCEANIX Busan이 부산 북항의 바다 위에 터를 잡는 것이다. 삼각형 부유식 모듈 플랫폼을 바다 위에 띄우고 각기 다른 역할을 부여해 작은 마을에서 거대한 도시까지 유연하게 확장하는 프로젝트인데, 부산에는 시범적으로 세 개의 플랫폼을 설치하고 각각 주거, 연구, 여행용 숙박 용도로 활용하고자 하며 향후 플랫폼을 20개까지 늘릴 계획이다. 각 플랫폼을 유기적으로 연결하고 육지에서 도보, 자전거, 자율 주행 차량 등으로 진입할 수 있는 두 개의 이동로를 설치해 전체적으로 육각형을 그리도록 계획했는데, 그 안에 부유식 무대를 띄워 공연을 비롯한 다양한 유희, 여가 활동을 펼치도록 했다. OCEANIX Busan은 총 1만 2천 명의 주민과 방문객을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며 그중 주거 플랫폼은 저층부에 테라스, 놀이터, 커뮤니티 센터 등 공공 공간을 넉넉히 마련해 상호 교류를 촉진한다. 또한 지속 가능하고 독립적인 도시가 되도록 폐기물 제로, 순환 시스템, 물 재활용 시스템, 발전용 태양광 패널, 해안 서식지 재생기능 등을 함께 계획했으며 아쿠아포닉, 수직 농업 시스템, 온실 등 도시 농업 설비를 갖춰 자급자족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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