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Play at Home - 즐거운 나의 집 (2022.3)

Let’s Play at Home
즐거운 나의 집

취재 한성옥, 최지은, 이상진

사람들이 어린 시절을 그리워하는 이유는 하루 종일 신나게 뛰어놀던 기억 때문 아닐까.
비록 유년기로 돌아갈 수는 없지만 삶의 터전을 작은 놀이터처럼 가꿀수는 있다. 아이들은 즐겁고 어른들도 동심을 찾는 집을 만나보자.

한창 뛰어놀 시간에 창 앞에 서서 텅 빈 놀이터만 하염없이 내려다보는 아이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려 집 밖으로 나가기 힘들어진 시기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감염병으로 외부 활동이 제한되자 아이들은 놀이를 잃어버렸다. 놀이터, 키즈 카페, 학교 운동장 등 놀 수 있는 장소 대부분이 고요해졌고 집 안에 갇히다시피 한 아이들은 답답함에 몸부림쳤다. 놀지 못한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재미없게 보낸다는 뜻이 아니다. 아이들은 놀이를 통해 신체를 발달시키고 사회적 교류를 배우며 인성과 정서를 형성해 나간다. 그렇기에 놀이의 부재는 교육 기회 상실만큼이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그런데 놀이는 아이들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네덜란드의 문화사학자 요한 하위징아는 인간을 ‘놀이하는 인간’ 이라는 뜻의 ‘호모 루덴스(Homo Ludens)’ 로 정의하며 놀이가 인간의 본성이고 문화와 문명의 토대가 되었다고 주장했다. 갑자기 집에 머물게 된 사람들이 곧바로 달고나 커피 만들기 등 다양한 놀이를 꾀했듯 인간은 본능적으로 유희를 갈망하고 이는 삶을 건강하고 균형 있게 가꿔 나가는 방법이기도 하다. 일상을 잠시 멈추고 노는 동안 일을 하며 소모한 에너지가 재생될 뿐 아니라 창의성과 활력까지 고양해 삶의 원동력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놀이는 비생산적이고 잉여적인 행위로 치부돼 일상과 괴리되어 있었지만 이제 사람들은 유희의 긍정적 효과에 주목하며 놀이 본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와 함께 일상 공간인 집도 놀이의 터전으로 거듭나는 중이다. 놀이를 바깥 세상에서 찾아 ‘나가 놀기’ 보다는 집 안에서 적극적으로 유희를 추구하는 홈루덴스 족이 등장했는데, 집 한복판에 그물을 달거나 미끄럼틀을 설치하고 클라이밍 장비를 시공하는 등 놀이시설을 과감히 도입하는가 하면 오락을 위한 방을 따로 마련하기도 한다. 일상 공간과 유희 요소의 만남이 다소 낯설기도 하지만 집에 머무는 평범한 시간이 놀이로 승화하는 삶은 상상만으로도 신난다. 아이를 위한 놀이부터 어른의 흥을 돋우는 유희까지, 각자의 즐거움을 가득 품은 집은 언제나 신선한 활기가 샘솟는 삶의 원천이 된다.



Home, Become a Playground
PARENT CHILD HOUSE OF TAIPEI

Design / INDOT Interior Design·ARMIN CHENG
Location / Zhonghe Dist., New Taipei City, Taiwan(R.O.C.)
Area / 86㎡
Photograph / Hey!Cheese

How to Play  미끄럼틀과 비밀 통로로 거실, 서재, 안방을 연결해 집을 탐험하듯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로 꾸몄다.

어린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는 놀이터가 아닐까. 시원하게 허공을 가르는 그네부터 높이 올라설 수 있는 정글짐, 친구와 함께 즐기는 시소까지. 놀이기구를 타고 노는 모든 행위가 아이들에게는 엄청난 모험처럼 흥미진진하게 느껴져 집에 돌아간 후에도 항상 아쉬움을 표현한다. 이에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간단한 소품이나 실내용 놀이기구를 사용해 집에서도 즐거움을 이어가고자 노력하고 있다.

대만에 자리한 PARENT CHILD HOUSE OF TAIPEI는 집에서도 활동적인 놀이가 가능하도록 구조를 대대적으로 변경한 프로젝트다. 어린 자녀들을 위한 부모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집을 놀이터처럼 연출했는데 아이들만의 아지트부터 숨겨진 통로까지 어린이가 좋아할 만한 요소를 활용해 거실과 서재, 안방을 장난스럽게 연결했다. 먼저 거실 옆 작은 방을 허물고 낮은 벽과 통창을 세워 서재를 꾸몄는데 한쪽에 게임존을 마련해 아이들의 놀이방 역할까지 부여했다. 높은 층고를 살려 복층 형태를 띠는 게임존은 거실과 통하는 미끄럼틀을 설치하고 반대편에 안방 붙박이장으로 연결되는 문을 달아 아이들이 안방에서 거실까지 비밀스럽게 오갈 수 있다. 게임존 앞에는 놀이 용품 및 전자 오르간을 보관하는 수납장을 두었으며 벽과 연결된 책상을 회청색으로 칠해 활기찬 이미지를 전한다. 벽과 천장을 화이트 톤으로 맞춰 전체적으로 차분한 이미지를 풍기는데 잡동사니를 정리할 수납장을 벽면 가득 설치하고 깔끔한 히든 도어로 마무리했다. 수납공간이 돋보이는 현관은 양옆을 흰색 신발장과 원목 타공벽이 채우고 있으며 각각 거실과 다이닝 룸 벽과 연결된다. 화이트와 우드 컬러가 담백한 인상을 전하는 안방은 거실로 향하는 비밀 통로 외에도 또 다른 구조 변경이 숨어 있다. 아이들을 편하게 돌보게끔 아이 방 쪽 벽을 철거하고 접이식 파티션을 설치해 두 방을 하나의 공간으로 활용하도록 도운 것이다. 안방 중앙에 자리한 커다란 평상형 수납 침대는 일부에만 매트리스를 두어 낮 시간에는 소파처럼 이용할 수 있도록 의도했다.

▲ Play Background. 나만의 비밀 아지트
나무 상자 두 개를 쌓아 올린 듯한 게임존은 거실부터 서재, 안방을 독창적으로 이어 어린 자녀가 상상력을 펼칠 수 있는 바탕이 되어준다. 복층 구조 중 위층은 거실로 향하는 미끄럼틀이, 아래쪽은 안방 붙박이장과 연결된 비밀 통로가 자리하는데 아래 층고를 낮추고 위아래를 잇는 둥근 구멍을 만들어 아이들이 숨겨진 공간을 탐험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안전을 위해 모서리를 모두 둥글게 처리하고 무독성 페인트를 사용했으며 미끄럼틀은 아이가 성장하면 철거할 수 있도록 조립형으로 설계했다.



Party in Home
Apartment ATICOOL

Design / INSAYN DESIGN SOCIETY
Location / Poblesec, Barcelona, Spain
Area / 184㎡
Photograph / Marc Nogué

How to Play  거실에 DJ 부스를 설치해 음악을 연주하고 춤추며 에너지를 공유한다.

활력이 필요할 때 시끌벅적한 공간에서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에너지를 얻게 된다. 힙합, EDM 등 다양한 비트가 흥을 돋우는데, 원하는 분위기에 따라 음악을 선곡하고 연주하는 디제잉으로 일상을 쾌활하게 물들일 수 있다.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Apartment ATICOOL은 DJ 부스가 있는 거실에서 춤을 추고 음악을 감상하며 유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집이다. 클라이언트는 여가시간에 좋아하는 음악을 선곡해 친구들과 함께 듣고 즐기는 것을 좋아했다. 이에 거실을 파티 무대로 꾸몄는데, 먼저 거실 한편에 디제잉용 테이블과 스피커를 배치해 클럽처럼 연출했다. DJ 부스 앞에는 가구를 두지 않고 너른 바탕을 마련해 춤을 추기 좋으며 옆에는 두툼한 소파와 스툴, 안락의자를 두어 자유롭게 앉아 몸을 이완하게 된다. DJ 부스 맞은편의 나선형 계단은 소용돌이치듯 커져 역동적인 이미지를 그려내는데, 계단의 벽 사이사이를 비워 계단 위에서도 거실을 바라볼 수 있다. 더불어 바르셀로나의 에너지를 디자인 요소로 반영해 활기찬 분위기를 심화했다. 스페인 특유의 아치형 천장으로 리듬감을 주었으며 지중해를 닮은 파란색을 여러 톤으로 변주해 포인트 컬러로 활용했다. 주방과 침실의 벽에 파란색 원을 그려 동적인 느낌을 더했으며 계단에는 채도가 높은 파란색을 칠해 시원한 인상을 자아냈다. 2층에 자리한 테라스에서는 화창한 도시의 일상을 오롯이 느낄 수 있다. 햇살이 내리쬐는 공간에 데이 베드와 소파, 바비큐 시설을 마련하고 캐노피 아래에 다이닝 룸을 조성해 파티와 모임을 이끌었다.

▲ Play Background. 디제잉 클럽이 된 거실
취미 공간이자 모임 공간인 거실은 클럽을 닮아 거주자에게 짜릿한 일상을 선사한다. 먼저 벽 한 면에 붙박이장을 매립하고 그 일부를 비워 DJ 부스를 마련했는데, 디제잉용 테이블은 검은색 철제로 호를 그리고 가느다란 다리를 달아 날렵한 인상을 주었다. 부스 위 천장의 매립등, 복도의 레일등을 비롯한 여러 조명이 다채로운 이미지를 더하며 TV 위의 선반에는 LP를 보관할 수 있다.



House Meet Skate Park
Casa Skatehouse 2

Architect / Macu Bulgubure
Construction / Surface Construcciones
Location / Rosario, Argentina
Area / 76㎡
Photograph / Walter Gustavo Salcedo

How to Play  천연 목재로 제작한 테라스의 경사로에서 자연을 느끼며 스케이트를 즐길 수 있다.

스케이트보드나 자전거 등 속도를 즐기는 액티비티는 넓은 공간과 평평한 바닥이 필요해 전용 공간을 활용하는 일이 흔하다. 그런데 집과 가까운 위치에서 알맞은 공간을 찾기 어려워 먼 곳을 찾아가야 하거나 낯선 환경에서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불편함을 겪게 되기도 한다. 아르헨티나의 Casa Skatehouse 2는 가장 편안하고 친근한 공간인 집에서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프로젝트다. 

집은 홍수가 잦은 지역 환경에 따라 지면과 분리되게 설계해 공중에 떠 있는 듯 이색적인 모습을 그린다. 커다란 사각형 매스의 두 면을 밀어 넣어 주거 공간을 둘러싼 넓은 테라스를 완성했는데 그중 한 면을 거주자의 취미 활동인 스케이트를 위한 공간으로 조성했다. 넓은 나무 데크를 둥글게 구부리고 바닥부터 천장까지 이어 스케이트를 탈 수 있는 벽을 만들었는데, 2층 높이의 곡선형 벽은 짜릿함을 선사할 뿐 아니라 남동향에 위치해 여름의 강렬한 햇빛으로부터 내부를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스케이트용 경사로와 더불어 실내외 모두 천연 나무를 주요 소재로 활용해 자연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면서 내외부가 부드럽게 이어진다. 또한 테라스의 반원형 벽과 맞닿은 벽은 모두 막지 않고 가느다란 기둥으로 열어두어 실내에서도 자연을 조망하거나 스케이트 타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실내에는 작은 벽난로가 있는 거실과 주방이 있으며 주방을 통해 연결되는 야외 테라스에는 테이블과 미니 주방을 마련해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도록 했다. 지속 가능성을 고려한 점도 주목할 만한데, 천연 목재를 마감재로 사용하면서 태양 전지판에서 전기 에너지를 생산하고 빗물을 저장해 사용하며 태양열 히터로 물을 데우는 등 친환경 설비를 통해 자연을 보존하기 위해 노력했다.

▲ Play Background. 나만의 스케이트 공원
테라스에 만든 경사로는 스케이트를 더욱 즐겁게 탈 수 있도록 여러 디자인 요소를 부여했다. 먼저 바닥 일부를 디딤판처럼 들어 올려 역동적인 액션을 이끌었으며 와이어로 펜스를 쳐 안전성을 확보했다. 또한 천장까지 이어지는 반원형 벽이 2층 높이의 집을 모두 감싸며 차양 역할을 해 따가운 햇빛을 막아주기도 한다. 캐노피의 절반은 기둥을 듬성듬성하게 나열해 개방감을 주었으며 절반은 평평하게 처리하고 LED 조명을 매립해 밤에도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Visual Amusement Park
Mumbai apartment

Design / The Act of Quad
Location / Mumbai, India
Area / 325㎡
Photograph / The Fishy Project, Ishita Sitwala

How to Play  구, 물결, 아치 등 다채로운 조형 요소와 밝고 부드러운 색을 마음껏 펼친 공간을 눈으로 즐긴다.

인간이 지닌 여러 감각 중 시각은 지각, 감성, 기분에 아주 큰 영향을 미친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처럼 색이나 형태 같은 시각 요소에 따라 맛을 다르게 느끼게 되고 어떤 영상과 함께 나오는지에 따라 음악에 대한 감상이 바뀌기도 하는 것이다. 때로는 공간도 눈으로 즐기는 대상이 된다. 색, 형태, 무늬 등 다양한 시각 요소를 자유롭게 버무린 공간은 보기만 해도 기분이 들뜨고 생기가 돌아 마치 놀이동산을 누비는 듯한 일상 경험을 선사한다.

인도의 Mumbai apartment는 활기찬 색과 율동감 있는 조형 요소로 공간을 수놓아 흥미로운 시각 경험을 선사하는 집이다. 두 아파트를 합쳐 3대의 터전을 마련한 집에 할아버지와 아들의 상반되는 취향을 엮어 아늑하면서도 장난스러운 공간을 완성했다. 엔지니어 아들이 선호하는 차분한 분위기에 만화 작가인 할아버지가 좋아하는 유쾌한 심상을 조합했는데, 무채색과 크림색, 간결한 선, 따스한 나무로 바탕을 잡고 노란색, 주황색 등 생기 넘치면서도 따스한 색상, 구, 아치, 물결 등 곡선에 운율감을 불어넣은 조형 요소를 안배해 조화로운 대조미를 구현했다. 시각적 매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예술적 형태의 가구와 오브제로 내부를 채워 한층 완성도 높은 공간이 탄생했다. 가장 먼저 마주하는 전실에서 독특한 콘셉트를 엿볼 수 있는데 벽을 크림색 템바 보드로 감싸고 물결 형태와 구가 결합한 의자를 두어 비일상적 심상을 담담하게 드러냈다. 주거 중앙에 자리한 가족 공용 영역은 거실과 식당을 통합하고 은은한 색감의 대리석 바닥, 크림색, 목제 가구로 담백한 바탕을 다진 뒤 조형미가 부각되는 조각과 아트 패널, 물결 형태 파티션 등을 더해 예술적 울림을 빚었다.

좌측에 별도로 조성한 가족실은 기하학적 패턴 타일로 바닥을 덮어 대리석의 단조로움에 즐거운 파열음을 냈다. 뿐만 아니라 구체가 공중에 떠 있는 듯한 형태의 콘솔로 초현실적 이미지를 부여하고 원기둥 받침대에 비정형적 곡선 플로어 램프를 올려 갤러리처럼 연출함으로써 테마에 방점을 찍었다. 침실은 휴식 공간인 만큼 흰색, 크림색, 목제 가구로 고요한 분위기를 그렸지만 크기를 과하게 키운 아치나 선명한 주황색을 포인트로 심어 은근하게 감각을 일깨운다. 한편 가족의 종교 활동을 위해 기도실을 마련했는데 실 내부는 새하얗게 칠해 성스러운 느낌을 드리우되 그 앞쪽으로는 기하학 패턴 타일, 주황색 스테인드 글라스를현창처럼 계획한 문, 다리에 노란 구를 끼운 나무 의자 등을 배치해 테마를 살렸다.

▲ Play Background. 색과 도형이 뛰노는 가족의 터전
주거의 중심에 자리한 거실과 식당을 통합해 개방감을 주었다. 크림색 바탕, 부드러운 색과 결의 대리석 바닥이 평온한 분위기를 그리며 간결한 선과 나무를 활용한 가구가 이를 뒷받침한다. 곡선을 풍부하게 써서 운율감을 살린 점이 돋보이는데, 거실 탁자는 중앙의 원을 벤치가 감싸 안은 형태로 계획해 가족이 자유롭게 앉도록 했으며 식탁은 하부를 반구형으로 계획해 풍요로운 느낌을 담았다. 두 영역을 가볍게 나누는 파티션은 유쾌하고 발랄한 심상을 극적으로 드러내는 요소이며 넘실거리는 물결 형태로 제작하고 노란색과 주황색을 그러데이션해 따스한 에너지가 전해진다. 이 외에도 주황색 거울로 마감한 소가구, 구 오브제, 섬세한 양각으로 빛과 그림자가 어우러지는 아트 패널 등을 오밀조밀 배치해 콘셉트의 밀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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