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THE BRAND (2018.5)

LIVING THE BRAND

취재  조민희

브랜드는 여러모로 사람과 많이 닮아 있다. 처음 마주할 때의 인상, 사소한 것으로 인해 생기는 표정, 머금고 있는 풍경 그리고 분위기까지.
우리가 브랜드와 만나는 순간은 날마다 새로운 경험이 된다.

좋은 브랜드의 기준은 무엇일까. 하나의 브랜드를 만들려면 너무나 많은 분야와 사람들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좋은 브랜드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다. 브랜드가 처한 상황이나 관점에 따라 폭넓은 정의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선 브랜드를 사람에 비유했을 때 어떤 성격을 갖고 어떻게 행동하며, 또 어떤 분위기와 이미지를 지니고 있는지 등 인간적인 특성에서 시작해보면 어떨까. 이러한 개성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철학과 이어지며 고객과 맞닿게 되는 순간 전달해야 하는 개념이 된다. 그리고 이 개념을 실체화하는 것이 디자인이다. 좋은 디자인은 브랜드가 추구하는 가치를 온전히 담고 있다. 브랜드의 가치와 성격을 드러내는 디자인 요소 예를 들어 컬러, 글자, 그래픽 등에서 브랜드에 어울리는 것을 담아 표현해야 한다. 이런 것들이 어우러져 브랜드의 ‘스러움’을 완성하고 그것을 소비자가 체험하게 된다. 호감으로 다가온 브랜드는 소비자의 일상을 움직이는 막강한 권력을 지니며, 사람들의 생활을 구성한다. 따라서 브랜드의 디자인을 읽으면 사회적 현상 또한 파악할 수 있다. 디자인을 통해 제품과 브랜드의 가치를 문화적 상징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르 코르뷔지에가 말했던가. ‘디자인은 눈에 보이는 지성이다’ 즉 브랜드를 이해하려면 디자인을 느껴야 한다. 디자인을 느끼려면 브랜드를 이해해야 한다.


A Provocative Youth
CALVIN KLEIN

“세계적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CALVIN KLEIN은 자연스럽고 과장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 현대적이고 세련된 스타일의 대명사다. 심플하고 깔끔한 라인의 클래식한 제품 디자인을 지향하며, 시즌마다 젊고 톡톡 튀는 섹슈얼한 감각이 접목된 강렬하고 도발적인 광고 캠페인으로 주목을 받는다.”

디자인 / Sterling Ruby
위치 / 103 Rue de Grenelle, 75007 Paris
면적 / 15,000㎡
사진 / Elizabeth Felicella

CALVIN KLEIN(이하 캘빈 클라인)의 파리 쇼룸은 브랜드가 밀라노를 넘어 또 다른 유럽의 패션 도시로 확장해 나가는데 큰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면에서 브랜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Raf Simons와 아티스트 Sterling Ruby의 만남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데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Simons는 Ruby에게 하고자 하는 모든 것을 해보라고 권유했으며 Ruby 역시 Simons의 디자인 언어를 유지하고자 노력해 둘의 컬래버레이션은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다.
파리 쇼룸에 들어서면 먼저 아티스트의 머릿속 파편을 무심하게 장식해놓은 듯 불규칙적이고 자유분방하다. 입구부터 공간 중앙에 달린 거대한 장식 술, 창틀, 스테인리스 조각, 쿠션 등은 마치 브랜드 쇼룸을 넘어 현대 설치 미술의 전시관을 연상케 한다. 벽과 천장은 1880년대 건축물을 그대로 살린 데다 스킵플로어 층까지 벽면을 높여 Ruby의 시그니처 핸드 프린팅으로 가득 채웠다. 레드, 블루 컬러 등이 믹스돼 추상적인 바탕을 만들어 형용할 수 없는 팝 아트적인 모습을 연출했는데, 중앙에 달린 거대한 장식 술과 컬러 톤을 맞춰 통일성을 가미했다. 천장과 바닥을 잇는 컬러 믹스의 텍스처는 하나의 기둥처럼 존재감을 빛내는가 하면 스테인리스 실린더 모빌의 자유롭게 흔들리는 모습은 브랜드의 신비로움을 더욱 배가한다.
2층으로 올라가면 브랜드의 액세서리를 만날 수 있는데, 컬러풀한 도형 조각 위 아이템을 예술 작품처럼 올려두어 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쌓여있는 도형 사이 떨어지는 장식 술 역시 모호하고 아티스틱한 면을 강조해 일반적인 생각의 틀을 넘어선 과감한 쇼룸 형식임을 알 수 있다.



The True Beauty
Huxley

“컨템포러리 뷰티 브랜드 Huxley는 진실된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피부 본연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가장 좋은 제품을 진실하게 알려주는 특별한 스킨 케어 브랜드다. 도심 속 유해 요소와 스트레스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고통받는 피부를 위한 솔루션을 제안하며 미지의 원료를 찾아 도전하고 새로운 트렌드를 만드는 콘셉트다.”

Design / Huxley
Location / 서울특별시 강남구 압구정로12길 42-1
Area / 120.7㎡, 15.8㎡(계단실)
Photography / Huxley

피부 본연의 건강함을 지향하는 뷰티 브랜드 Huxley(이하 헉슬리). 모로코 사하라 사막에서 얻은 선인장 시드 오일을 담은 헉슬리의 스킨 케어 전 라인을 온전히 느끼고 경험할 수 있는 첫번째 시그니처 쇼룸을 오픈했다. 미지의 세계를 상징하는 모로코에서 영감을 얻은 아트 스튜디오로 헉슬리의 비주얼 콘텐츠, 시그니처 향과 소리 등을 통해 소비자의 감각을 새롭게 일깨줘 주는 체험 공간이다. 단순히 판매 목적을 넘어 헉슬리의 독보적이고 감각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더욱 밀접하게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내부로 들어가면 부드러운 그레이 컬러가 전체 공간을 채우며 묵직한 콘크리트 기둥을 세워 제품을 오브제처럼 장식했다. 사하라 사막을 상징하는 색 모래 속에 아이템을 꽂아두는가 하면 매끈한 거울 표면 위 제품을 세워 미래지향적 분위기를 한층 돋운다. 울퉁불퉁한 조형적인 매력과 곳곳에 컬러 포인트를 살려 생동감을 가미하는 것 또한 흥미로운 요소다. 깔끔히 매입된 간접 조명은 공간에 미스터리함을 배가하며, 레드 컬러의 플라스틱 선반은 조명을 받아 바닥에 자유로운 사선 형태의 컬러 그림자를 드리워 매력적이다. 또 사막을 상징하는 비주얼 요소 색모래 탑을 아크릴 기둥 속 쌓아 머무는 이에게 영감을 자극하기도 한다.
더불어 독립적인 룸에서는 헉슬리 브랜드 영상을 감상할 수 있는 서라운드 존을 마련해 지정 자리에서 특수 스피커로 체험을 유도한다. 곡선으로 부드럽게 전체 공간을 구성하고, 착석 자리는 마치 지표면의 절단면처럼 레이어드 돼 있어 신비로운 낯선 땅을 연상케 한다. 또 벽면에 푸른 간접 조명을 더해 신비로우면서 여성스러운 느낌을 가미했다. 미지의 세계에서 찾아낸 피부를 위한 천연 재료로 소비자에게 사랑받는 헉슬리의 시그니처 쇼룸은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세상으로 떠나는 여행처럼 몽환적이고 독특한 스타일을 전한다.


All of Simple
MENU

“MENU는 심플하다. 세상이 덜 복잡해질수록 나아진다고 믿는다. 크리에이티브하면서 스칸디나비안 스타일을 보여주는 날카로운 지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떤 사용자에게도 어울리는 세련된 리빙 라이프를 선사하며 키친, 선반, 꽃병 등 다채로운 아이템을 갖췄다. 전 세계의 수공예 장인들과 컬래버레이션을 이루며 최고의 모던 디자인을 완성한다. 유수의 디자이너와 작업한 작품은 현재뿐 아니라 앞으로도 하나의 보석처럼 자리할 것이다.”

Architects / Norm Architects
Location / 2150 Nordhavn, Denmark
Area / 500㎡
Photography / Jonas Bjerre-Poulsen

덴마크 가구 브랜드 MENU Space는 쇼룸과 카페를 겸한 복합적인 공간이다. 클라이언트와의 미팅뿐만 아니라 직원들의 휴게 공간으로 활용하는 쇼룸은 무엇보다 열린 공간 즉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변형이 가능한 스타일로 꾸며졌다. 브랜드 MENU의 커뮤니티 쇼룸으로 역할 하며 다양한 가구 아이템으로 공간을 구현해 영감을 자극한다. 단단하고 거친 콘크리트 마감을 바탕으로 블랙 스틸가구와 조명을 접목해 세련된 인더스트리얼 분위기를 자아내며 존재감 있는 가구들을 선별해 조화롭게 배치한 점이 돋보인다. 브랜드의 다양한 아이템을 감상할 수 있으면서 심플한 스타일링을 시도해 언제 머물러도 편안하다. 입구에 카페 공간은 회색 컬러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픽업 대와 그 위 슬림한 행잉 조명를 달아 대비 효과를 시도했다. 블랙 컬러의 철제 선반은 공간의 느낌을 더욱 모던하게 강조하며 미니멀한 스툴과 조화를 이뤄 매력적인 쇼룸의 첫인상을 전한다. 넓은 창을 통해 드리운 햇볕과 어두운 블랙 컬러의 천장이 대비를 이루도록 의도했으며, 곳곳에 크고 작은 식물로 강약을 조절해 충분한 싱그러움을 가미했다.

MENU 특유의 부드러운 곡선과 미니멀한 스타일이 돋보이는 가구는 깔끔하고 단조로운 분위기에 자연스레 젖어 들어 누구나 부담 없이 공간을 즐길 수 있으며, 가느다란 프레임과 묵직한 솔리드 형태를 반복적으로 배치해 지루하지 않은 느낌을 강조했다. 날렵하고 가벼운 체어의 다리, 조명의 스탠드 실린더와 대조를 이루는 봉긋한 쿠션, 무거운 질감의 대형 콘솔 등 브랜드 제품의 특징을 부각할 수 있도록 공간을 짜임새 있게 디자인한 면이 돋보인다. 또 진중한 인상을 좌우하는 콘크리트 기둥은 마치 하나의 오브제처럼 빈틈을 채우는 동시에 거친 인더스트리얼 분위기의 정석을 보여줘 쇼룸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날것과 정제된 미학의 조화를 멋스럽게 표현한 MENU Space는 브랜드의 미니멀리즘을 최대로 드러내면서 개방적인 스타일링을 살린 효율적인 가구 쇼룸으로 자리한다.


Finding the Perfect Beauty
SHISEIDO

“1백 4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 최대의 화장품 회사. 동양과 서양의 문화융합으로부터 새로운 가치를 창출한다는 기업 철학을 오랫동안 유지해 왔다. 세상 곳곳의 아름다움을 찾고자 노력하고, 연구 개발을 통해 아름다움을 발전시킨다. 대중과의 공감으로부터 영감을 얻으며, 다음 세대에 전해질 지표를 제시하고자 한다.”

Design / nendo
Location / 7-8-10 Ginza, Chuo-city, Tokyo
Area / 1,040㎡
Photography / Takumi Ota, Keta Tamamura

일본에서 가장 큰 화장품 브랜드 SHISEIDO(이하 시세이도)의 플래그십 스토어는 최근 디자인 스튜디오 nendo에 의해 레노베이션 됐다. 총4층 규모로 층마다 다양한 기능과 서비스를 갖춰 전통 있는 뷰티 브랜드 파워를 새삼 실감케 한다. 동백꽃을 상징하는 패턴이 그려진 외관은 조명으로 화사한 빛을 지니면서 어두운 패널로 불규칙한 칸막이를 만들어 강렬한 조형미를 전달한다. 동백꽃 그림은 가까이서 보면 Awaji Musubi라 불리는 일본식 매듭이 이어진 커튼인데 고객과의 끈끈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검은 사이니지에 흰색 브랜드 로고가 박혀 미니멀하면서 날렵한 감성을 자아내며 뿌리째 식물을 디스플레이해 자연 근본에 충실하는 브랜드의 성격을 강조했다.

스킨 케어 제품 전시와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곳인 1층, 포토 스튜디오, 메이크업 살롱 2층, 프라이빗한 뷰티 상담실과 카페는 3, 4층에서 운영한다.
전체 공간은 화이트와 블랙 컬러가 조화롭게 주조를 이루면서 우드로 편안함을 안겨주는데 마치 뷰티 실험실 같은 미래지향적인 스타일링을 의도했다. 브랜드를 상징하는 패턴과 투명하고 매끄러운 질감 표현으로 신비로운 아름다움에 대한 생각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인테리어 시공을 일반적인 메이크업 순서와 비슷하게 맞췄다는 것이 흥미로운데, 먼저 벽과 바닥을 세워 밑바탕을 채우고 도장이나 버프 가공을 통해 표면을 정리하고 가장 위에 탑코트를 입히는 순서다. 브랜드의 제품을 곳곳에 배치하는 것뿐 아니라 뷰티 제품을 인테리어 디자인에 사용해 브랜드의 정체성에 더욱 깊이 있게 접근한 점이 특징이다. 코튼 패드를 얇게 펴서 벽면에 바르고 간접 조명을 비춰 신비한 스타일을 선보이는가 하면, 시세이도의 핵심 성분인 동백 오일을 가공하지 않은 우드 마감재에 발라 시간이 지날수록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했다. 또 일반 화이트 벽 위 아이섀도우로 대리석 마블 효과를 그려 특별한 장식 선반을 만들고, 천장 마감재에 네일 폴리시로 가장자리를 칠해 브랜드만의 독특한 디자인을 시도했다. 더불어 시세이도의 아이콘인 동백꽃 패턴을 공간 전체에 적용해 브랜드 정체성을 확실히 심어줬는데, 벽면 장식뿐 아니라, 천장 패턴, 거울, 서랍 등에 표현해 여성스러운 분위기를 배가했다. 또 일본의 전통 공예품에서 영감을 얻은 형태 역시 공간 전체의 기둥 모양으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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