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Space for Move - 나를 움직이는 공간 (2021.4)

The Space for Move
나를 움직이는 공간

취재 신은지, 한성옥

운동을 할 때 가장 어려운 단계는 마음먹기라는 말이 있다.
일부러 찾아가야 하는 스포츠 클럽, 산이나 공원 같은 야외 대신 우리가 늘 머무르는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일 수 있다면 어떨까.
운동 요소를 유기적으로 결합해 매일을 더 활동적으로 만드는 공간을 소개한다.

문명의 발달은 우리를 정적인 존재로 만들었다. 울창한 숲속으로 파고들어 사냥을 하거나 손수 농사를 지어야 식사를 할 수 있고 다른 도시로 이동하려면 두 발로 걸어 산을 넘어야 했던 옛사람과 달리 우리는 자동차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땅끝까지 갈 수 있고 침대 위에 누워서 손가락만 움직여 장을 보기도 한다. 가뜩이나 신체 활동이 적은 현대인은 팬데믹 사태를 맞닥트리며 더 움츠러들었다. 집 안에만 머물다 보니 몸을 움직일 일도 줄어든 것이다. 그러나 이런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기지개를 켜기 시작했다. 피트니스 클럽에 못 가는 대신 유튜브를 보며 홈트레이닝을 하거나 산을 타러 나서고 런데이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해 동네를 뛰어다닌다. 이 외에도 요가, 필라테스, 댄스, 서핑 등 다양한 운동이 인기를 끌며 홈트레이닝 애플리케이션이 속속 출시되고 애슬레저 룩 시장도 급속히 성장하는 중이다. 건강을 위해 억지로 하는 일처럼 여겨졌던 운동이 즐거운 취미 생활로 변모한 것이다.
신체 단련만 강조했던 과거와 달리 요즘 운동은 몸과 마음을 아울러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활동으로 자리한다. 운동이 몸의 근육만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우울함을 걷어내고 마음을 다스려 정신을 튼튼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스스로를 돌보는 행위를 통해 성취감과 자아존중감을 고취할 수도 있다. 심신의 강화와 자아 성장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운동은 건강한 라이프스타일로 확장해 나간다. 운동의 효능을 일상에서 더 광범위하게 누리도록 공간에 신체 활동 요소를 접목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놀이터에서나 볼 법한 그물을 계단 대신 설치해 타고 올라가게 하고 실내 계단을 정글짐처럼 디자인하며 레벨을 다층적으로 설계해 이동을 유도한다. 싱가포르의 한 쇼핑몰은 중앙에 대형 클라이밍 벽을 세워 이목을 끌었고 Zaha Hadid Architects는 대학 기숙사의 건물들 지붕을 연결해 산책로로 만드는 설계안을 공개하기도 했다. 스포츠 전문 시설이 아닌 일상 공간에 운동 요소를 도입하거나 신체 활동을 이끌어내는 구조를 구현함으로써 삶과 운동의 합일을 추구하는 것이다. 운동 요소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공간이 일상에 활기찬 기운을 불어넣어 삶의 근육을 키운다.



Energetic Daily Life 


Residence OW

Design / ST design studio
Location / Taipei, Taiwan
Area / 45㎡
Photograph / Hey!cheese

집에 있다 보면 나도 모르게 몸이 늘어져 소파나 침대 위에서 하루를 보내는 일이 부지기수다. 하지만 주거가 다기능 공간으로 거듭나면서 집 안에서 운동을 하려는 사람도 늘어나 홈짐을 꾸미거나 요가실을 따로 마련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나타난다. 그러나 한정된 면적에서 영역을 따로 할당하거나 부피가 큰 운동 기구를 들이기 부담스럽다면 공간을 유연하게 구성하고 간단한 운동 요소를 심어보자. 단순한 솔루션이 오히려 몸을 움직이게 만들어 삶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두 사람이 삶을 공유하는 Residence OW는 작은 운동 기구를 설치해 일상에 운동을 녹여낸 집이다. 두 거주자는 각기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지녔지만 운동을 좋아한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이에 디자이너는 거주자가 각자의 삶을 지키면서 공존할 수 있도록 주거 구조를 재편하고 운동 요소를 심었다. 먼저 기존의 벽을 과감히 걷어낸 뒤 중앙에 복합 기능 구조물을 세워 공간을 새롭게 정의했는데, 주거 양쪽을 거실과 침실로 나누고 생활에 관련된 기능을 중앙 구조물에 집약해 효율적으로 구성했다. 진열장, 옷장, 휴식 공간 등을 퍼즐처럼 조합해 하나의 상자로 만든 덕분에 거실 면적이 훨씬 넉넉해졌으며, 널찍한 공간은 거주자가 요가나 맨몸운동 등을 하는 데 활용된다. 거실 천장에 운동 장비를 설치한 점도 주목할 만하다. 손잡이를 장착한 줄을 이용해 관절과 근육을 강화하는 TRX 기구로, TRX 트레이너인 거주자가 일상에서 운동할 수 있게 계획했다. 주방에서 침실로 이어지는 동선에 위치해 운동을 하려고 따로 시간을 내지 않아도 집 안을 오가다 자연스럽게 기구를 사용하게 된다. 더불어 중앙 구조물 입구에도 봉을 설치해 신체 활동을 극대화했다.



Work and Exercise Balance

AKA Fitness

Design / 4 Architecture Studio
Location / Kamranie, Teheran, Iran
Area / 150㎡
Photograph / Peyman Amirghiasvand

현대인은 만성적 운동 부족에 시달린다. 특히 하루에 8시간 이상 일하는 직장인은 운동할 시간을 따로 내기 어려운 데다 온종일 서 있거나 컴퓨터 앞에 앉아 업무를처리하느라 자세가 고정돼 몸에 무리가 오기 쉽다.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면서 직장인 건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기업은 복지의 일환으로 요가 클래스를 진행하거나 피트니스실을 별도로 마련하기도 한다.

AKA Fitness는 운동 장비부터 디자인까지 아우르는 스포츠 클럽 전문 기업 AKA Company의 새 사무실로 회사 특성을 반영해 운동 요소와 공간을 적극적으로 융화한 점이 인상적이다. 개방형 사무실 전반에 걸쳐 업체의 운동 장비를 배치해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운동할 수 있다. 아울러 콘크리트, 나무를 주 소재로 활용하고 색과 장식을 절제해 깔끔하고 차분한 분위기를 다지되 역동적인 파란색을 포인트로 전개해 기업 정체성을 시각화 했다. 사무실은 CEO실, 탕비실을 제외하고 모두 통합된 구조인데, 대기 구역, 사무 구역, 휴식 구역 등을 구성하면서 바닥과 벽의 마감재를 달리하거나 천장 구조물을 덧대 공간을 구획했다. 디자이너는 운동실을 따로 마련하는 대신 운동 요소가 각 구역 사이를 가로지르거나 감싸는 동선을 그리도록 설계해 사무실을 구석구석 누비는 느낌을 자아냈다. 운동이 몸과 마음을 평화롭게 해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는 통로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운동 공간을 길처럼 디자인한 것이다. 또한 힘든 동작을 반복하다 보면 건강과 즐거움 등 긍정적 결과를 얻게 되는 점에 착안해 동선의 시작과 끝을 상이한 분위기로 디자인했는데, 입구 쪽은 얼룩덜룩한 콘크리트와 철망을 강조해 거칠게 표현했으며 안쪽은 도시 전경이 펼쳐지는 창가에 운동 장비를 두고 부드러운 카펫과 싱그러운 식물 등을 구성해 편안한 분위기로 마무리 했다. 동선을 따라 근력 강화 기구, 트레드밀, 스피닝 기구 등을 다양하게 구비해 운동 과정이 더욱 흥미로워졌으며 방문객이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쇼룸 역할도 한다.



Play above the Sky

SUNFLOWER KINDERGARTEN

Design / SUNJIN VIETNAM JOINTVENTURE COMPANY
Location / Hanoi, Vietnam
Area / 2,500㎡
Photograph / Nguyen Duong

쉬지 않고 뛰어다니는 아이들. 아직 조그만 몸집에 얼마나 큰 가능성이 깃들어 있는지, 에너지를 폭발시키듯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며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탐험하는 데 여념이 없다. 이처럼 아이들이 팔다리를 움직이며 뛰어노는 것은 막을 수 없는 본능이자 신체와 정신이 고루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 필수적인 활동이다. 하지만 현대 도시는 자유로운 아이들을 품기에는 너무도 경직돼 있다. 인구가 늘어나 점차 과밀해지는 데다가 복잡하고 협소한 구조로 충분히 활동할 공간을 심기 어렵기 때문이다. SUNFLOWER KINDERGARTEN은 좁은 대지와 엄격한 건축법으로 디자인이 제한된 하노이에서 활동을 극대화할 참신한 구조를 모색한 교육 시설이다. 디자이너는 높은 건물로 둘러싸였을 뿐 아니라 불규칙한 사다리꼴 모양의 사이트를 극복하기 위해 활동 영역을 층층이 쌓아 별도의 타워를 제안했다. 여기에 톡톡 튀는 컬러와 재미 있는 조형 요소를 결합해 아이들의 감각을 다방면으로 자극하도록 했다.

유치원은 간결한 직사각형 매스를 지닌 메인 교육 시설과 역동적인 실루엣이 돋보이는 무브먼트 타워로 구성되며, 두 건물 사이를 다리로 이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구조를 갖췄다. 메인 건물의 교실은 정사각형으로 설계해 보조 공간까지의 거리를 최소화하며 교사가 아이들을 관리하기 편리하다. 교실 사이에는 2개 면이 열린 발코니를 배치해 채광을 극대화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소통하도록 배려했다. 건물 중간에서 뻗어 나가는 다리를 지나면 건물 면적을 3배 가까이 늘려 신체 활동을 증진하는 무브먼트 타워에 닿는다. 이는 중앙을 비운 거대한 나선형 구조물로, 불규칙한 라인을 그리며 하늘을 향해 다이내믹한 감각을 고조한다. 빙글빙글 돌며 올라가는 복도는 50m가 넘는 길이로 설계됐으나 어린아이의 신체 구조를 고려한 경사면과 난간 시스템을 갖춰 안전하다. 복도 안쪽에 겹쳐진 원형 활동 공간은 좌우와 천장이 열려 있어 외부 풍경을 즐기면서 놀 수 있으며 매스를 관통하는 보이드로 한층 활기찬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아울러 층별로 레드, 옐로 등 활동을 자극하는 강렬한 컬러를 입혔으며 난간 역시 비비드한 톤으로 변주를 주어 시각적 즐거움이 가득하다. 이처럼 다양한 컬러가 지상에서 꼭대기 층까지 연속적으로 이어지는데, 풍경과 조형감이 수직적으로 다채롭게 변화해 오감을 극대화한다.



Move Together

NCTU BUS-STOP

Design / CHU-Studio
Location / No. 1001, Daxue Rd., East Dist., Hsinchu City 300, Taiwan (R.O.C.)
Area / 152.5㎡
Photograph / Ivan Chuan

공공 교통 시설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목적지로 향하는 도중 그저 멍하니 앉아 다가올 차를 기다리거나,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스쳐 지나가 버리는 단순한 공간이다. 하지만 의외로 일상을 기운차게 가꿀 기회는 이처럼 사소한 순간에 숨어 있다. 무심결에 흘려보내는 여유 시간을 활용해 계단을 오르내리거나 산책하는 등 가볍게 움직여 몸과 마음을 잠시 환기하는 것이다.

대만 신주에 위치한 대학교 The National Chiao Tung University 인근에는 배움의 길을 더욱 건강하게 가꾸어나갈 수 있는 정류장 NCTU BUS-STOP이 자리한다. 정류장은 녹지가 펼쳐진 체육 시설과 주차장 사이에 위치해 있었는데, 사이트의 맥락을 살리면서 활동 요소를 강조하기 위해 땅에서 비스듬히 솟아오른 넓은 지붕을 마련했다. 복합 구조를 갖춘 지붕은 다양한 휴게 기능을 제공하며, 그 아래 구성한 대기 좌석 역시 보편적 형태에서 벗어나 재미를 더한다. 대기 공간은 가느다란 기둥 여러 개가 지붕을 받쳐 아찔한 볼륨감을 형성하며 정글짐을 연상케 하는 동적 흐름을 내재한다. 특히 지형 변화에 맞춰 각기 다른 높이의 좌석을 제작해 다양한 자세로 머물도록 계획한 점이 독특하다. 아울러 지붕은 잔디를 덮어 언덕처럼 만들고 오르내릴 수 있는 계단 겸 의자와 해먹을 설치해 웰빙을 증진하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플랫폼 형태가 창의적인 대학 문화를 발전시키고 주변 시설과의 연계성을 강화하며, 움직임을 유발하는 구조와 조경을 특화한 반개방형 디자인으로 정류장 그 이상의 역할을 수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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