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other Space for Kids
아이들의 공간, 우리 모두의 세계
취재 한성옥, 김소연
모든 아이들은 우주를 품고 있다.
아이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그 미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풍요로워진다.
이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아이를 진정으로 위하는 공간을 고민해본다.
아프리카에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아이가 부모의 품 안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마을과 같은 큰 공동체에서 성장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아이들의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작아졌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대신 모니터 앞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고 놀이터나 키즈 카페에서 놀 수도 없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신체적·정서적으로 발달해야 하는 시기인 아이들에게 지금의 상황은 특히 가혹하다. 답답하고 우울한 감정을 야기할 뿐 아니라 필수적인 성장이 저해되기 때문이다. 활동 반경이 좁아지면서 아이들의 미래도 작아지는 건 아닐까. 유례없는 상황에서 아이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은 공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이를 증명하듯 가구·리빙 브랜드의 키즈 제품 판매량이 급증하고 호텔은 앞다투어 키즈룸과 키즈 전용 패키지를 준비하며 쇼핑몰도 아이 특화 공간을 조성한다.
최근에는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을 탈피한 아이 공간이 등장해 눈길을 끄는데, 그 저변에는 어린이에 대한 인식 변화가 깔려 있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불완전한 대상에서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하게 되면서 아이의 특성과 본능을 존중하고 그 눈높이에 맞춘 공간이 탄생하는 것이다. 풍부한 색과 조형으로 인지 능력과 미적 감각 발달을 돕고 상상력을 자극할 뿐 아니라 탐험과 체험 요소를 기반으로 구조를 짜거나 정의되지 않은 영역을 마련해 아이가 주도적으로 공간을 경험하도록 한다. 또한 일방적으로 지켜줘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 안전에만 치중했던 과잉 보호 공간을 거부함으로써 상처 회복력과 자기 통제력을 기르게 하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어른과는 다른 시선과 방식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에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질서를 세우며 새로운 세상을 시작한다.
CULTURE
Hang out in Art
MOKA GARDEN
Design / Jaime Hayon
Location /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순환로 50
Area / 1,653㎡
Photograph / Woori
미술 교육학자 Eisner Elliot은 어린이는 예술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운다고 주장한다. 문화적 체험은 아이들의 내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활동으로 정서적 안정감을 줄 뿐 아니라 표현력과 창의력 향상에도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미술관이나 학원에 보내 인위적으로 예술과 접점을 만들기보다 생활과 놀이 속에서 문화를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국내 최초 갤러리형 아울렛인 현대프리미엄아울렛 SPACE1은 핵심 시설을 키즈 공간으로 특화해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는 MOKA GARDEN(이하 모카 가든)을 제안했다.
세계적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이 담당한 모카 가든은 모카 라이브러리, 하이메 아욘 가든, 모카 플레이로 이뤄진다. 모카 라이브러리는 어린이 특성을 세심하게 반영한 도서관으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낮게 제작한 서재를 뱀처럼 구불구불한 S자로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 오픈형 공간에 자리한 서재는 미로 같은 동선과 아이들이 숨어들 수 있는 포켓 공간을 만들어 흥미를 자극하며, 아이들이 책 사이를 돌아다니며 자연스럽게 책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의도했다. 아울러 공간 전체에 레드, 블루, 옐로 등 강렬한 원색을 매치하고 기둥 겸 좌석을 캐릭터가 천장을 받치고 있는 것처럼 제작하는 등 재미 요소를녹였다.
하이메 아욘 가든은 디자이너가 탄생시킨 상상 속 동물 조각품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실내 공원이다. 저마다의 메시지를 가진 조각품은 FRP로 만든 거대한 형태를 화강암 가루로 마무리해 아티스틱한 분위기를 강조하며, 그 위로 박공형 유리 천장을 시공해 자연광이 들고 탁 트인 공간감을 선사한다.
한편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인 모카 플레이는 생명체의 진화를 알록달록하게 표현한 벽화로 벽면을 둘러싸고, 동물 실루엣의 놀이 기구를 마련해 아이들이 동화적인 놀이 세계에 심취할 수 있도록 했다.
HOSPITAL
Play is Healing
EKH CHILDREN HOSPITAL
Design / Integrated Field Co.,Ltd.
Location / Samut Sakhon, Thailand
Area / 6,000㎡
Photograph / Ketsiree Wongwan
외부 자극에 약해 자주 탈이 나고 주기적으로 예방 접종도 해야 하는 아이들은 병원에 갈 일이 많다. 하지만 소독약 냄새가 진동하고 날카로운 주삿바늘이 기다리는 병원은 아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부모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온갖 거짓말을 하고 의료진은 인형과 사탕을 번갈아 내밀어야 겨우 진료를 마칠 수 있다. 병원이 아이들에게 무서운 장소가 아니라 즐거운 곳이 될 수는 없을까? 태국의 EKH CHILDREN HOSPITAL은 아이 취향에 꼭 맞는 재미 요소에 집중해 아픔 대신 행복한 기억을 안겨주는 아동 병원으로 자리한다.
본능적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어린아이의 성향에 초점을 맞춘 EKH CHILDREN HOSPITAL은 대기실과 입원실 등 공간 전반에 놀이 요소를 배치해 병원이 아니라 놀이공원에 온 듯 한 느낌을 이끌어냈다. 병원을 찾으면 먼저 아치형 창 너머 노란색 나선형 미끄럼틀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놀이 요소를 전면에 드러내 아이가 두려움 대신 흥미를 느끼며 안으로 들어 오도록 한 것이다. 또 다른 창 너머로는 구름 장식과 하늘색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어린이 수영장이 보여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대기실도 놀이 요소를 중심으로 설계했다. 1층과 2층 대기실을 연결하는 대형 미끄럼틀 외에도 장난감과 동화책, 소형 미끄럼틀 등을 구비했으며 마음껏 뛰고 구를 수 있도록 푹신한 쿠션 바닥을 갖춰 다양한 활동을 유도했다. 아울러 목재, 분홍색과 하늘색 등 파스텔 컬러, 아치를 비롯한 곡선으로 바탕을 매만져 아이들의 마음을 편히 보듬는다. 창틀, 출입구, 좌석 등에 두루 적용한 곡선은 완벽한 기하학 형태를 피한 점이 특징으로 조금씩 어그러지고 빗나간 모양을 마주한 아이들은 머릿속에서 계속 곡선을 이어 그리게 된다.
입원실은 동물 콘셉트를 전개해 사랑스러움이 묻어난다. 고래, 거북이, 사자, 토끼를 테마로 실마다 각 동물을 상징하는 파스텔 컬러를 입혔으며 천장에 동물 형상을 딴 별자리를 만들었다. 밤이되어 별자리가 반짝반짝 빛나면 아이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행복한 꿈속으로 빠져든다.
EXPLORATION
Learn from Activities
PLAYWALL
Design / eureka·Annette Chu, Tommy Yeung, Sam Chan, Charis Mok
Location / Kennedy Town, Hong Kong
Area / 1,000㎡
Photograph / Kevin Mak
아이들은 뛰어놀면서 자란다. 그러나 학원과 과외, 집과 학교만 오가는 요즘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 시간을 빼앗겼다. 하지만 신체 활동과 사회적 상호 작용에 투자하는시간이 줄어들수록 면역 질환과 심장질환, 비만, 우울증 등의 질병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 학습적 측면에서도 주입식 교육보다 체험을 동반한 학습이 우뇌를 자극해 더 오래기억에 남는다. 그렇다면 활동과 학습이 적절히 결합된 원더랜드 같은 교육 공간이야말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성장 배경이 아닐까. 홍콩의 PLAYWALL 프로젝트는 교실과 실내 놀이 공간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아이들이 유치원을 돌아다니면서 자유롭게 탐험하고 놀면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완성했다.
주거용 타워 1층과 2층에 자리한 PLAYWALL은 외부의 삭막한 풍경과 상반되는 따스한 미감을 간직한 유치원이다. 전체적으로 밝은 톤의 우드를 사용하고 물방울 모양의PVC 메시 층으로 천장을 제작해 화사하면서도 은은한 빛이 감돈다. 온화한 바탕 위로 공간의 핵심인 목재 구조물 PLAYWALL을 흐르듯 물결형으로 연출했다. 이에 교실, 놀이터, 음악·댄스 스튜디오가 부드럽게 이어지면서도 원활히 전환된다. 구조물 상단에는 터널을 조성해 공간 전체를 연결하며, 하단은 망원경, 말하기 튜브, 전망대, 포켓 플랫폼, 독서 공간 등 36개의 구성을 갖춰 오르고 기어 다니거나 미끄럼틀을 타며 공간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된다. 이 압도적인 공간은 아이들의 흥미를 극대화할 뿐 아니라 신체적 능력을 향상시키고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준다.
NATURE
Class between Garden
My Montessori Garden
Design / HGAA
Location / Ha Long, Viet Nam
Area / 600㎡
Photograph / HGAA·Nguyễn Minh Đức
흩날리는 풀꽃보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이루어진 잿빛 풍경이 더 익숙하고 놀이터에서 노는 대신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즐기는 아이들. 급격한 도시화와 디지털화에 삶은 나날이 자연에서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자연과 어우러져 자랄 때 정서적·신체적으로 가장 건강하다. 어릴 때 흙을 만지고 풀숲을 뛰어다니는 동안 적당한 오염 물질을 접촉하며 자연스럽게 면역력이 형성되고, 다양한 생물과 교감하며 외부와 관계 맺는 법을 배우듯 말이다. 베트남의 My Montessori Garden은 도시아이들이 자연과 더 가까워지도록 정원으로 둘러싼 유치원으로 자연을 통해 자율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이끌어 주목할 만하다.
베트남에서 제일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중 하나인 Ha Long City에 자리한 유치원은 아이들이 자연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감각으로 직접 느끼고 경험하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부지 절반 이상을 초목에 할애해 자연이 주인공이 되는 공간을 창조했으며 커다란 나무와 덩굴식물, 꽃, 풀에 농작물까지 심어 풍성한 식물 경험을 선사한다. 토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설치와 이전이 쉬운 철골 구조를 적용한 교실을 양쪽에 나누어 배치하고 둘레에 초목을 심었으며 정원은 레이어를 겹치듯 2층으로 구성해 한정된 공간에 푸르름을 듬뿍 담았다.
교실 벽체에 통창을 시공해 실내에서도 언제나 식물을 볼 수 있고, 교실 앞에 조성한 텃밭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농작물을 기르며 자연과 깊게 교류한다. 2층은 철골과 철망을 활용한 격자 시스템으로 공중 정원처럼 설계했으며 중앙에 목재로 길을 내 아이들이 공간을 자유롭게 누비도록 했다. 허공을 덮은 철망과 1층에서 이어지는 사다리를 따라 덩굴식물이 무성히 뻗어 나가고 그 사이로 나무가 높이 자라나며 꽃이 활짝 피어난 풍경이 마음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SHOP
Like Alice
Kids Winshare 2.0
Design / PANORAMA Design Group·Horace Pan
Location / Chengdu, China
Area / 2,300㎡
Photograph / GD Media, POPO VISION
대형 쇼핑몰부터 작은 상점까지, 소매 공간은 상품 판매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체험형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상품보다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유아용 물건을 파는 매장 역시 초현실적 풍경과 놀이 요소 등 타겟에 특화한 공간을 조성해 아이들의 발길을 모은다. 청두의 어린이 서점 Kids Winshare 2.0은 소매, 학습, 식사, 오락 기능을 통합해 복합적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책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남기고 다른 서점과 차별화를 꾀했다.
매장 특성을 반영해 ‘Book-scape’ 를 테마로 설정한 서점은 동화책 속 풍경을 추상적으로 그려 압도적인 공간 경험을 선사한다. 구름, 숲, 폭포, 동굴, 호수로 영역화한 서점에 여러 가지 조형 요소와 선명한 원색, 부드러운 파스텔 컬러를 적용해 환상적인 야외 정원을 완성한 것이다. 특히 경험에 집중한 기능 구역에 각기 다른 디자인 테마를 부여해 공간을 탐험하는 재미를 극대화했다. 먼저 소매 구역은 목재를 곡선형으로 풀어내 편안하게 연출하면서도 기하학적 선과 노란색이 어우러진 천장에 꽃잎을 형상화한 조명을 설치해 강렬한 포인트를 심었다. 아치형 문을 통해 이어지는 다목적 교실은 유기적 형태의 천장에 은은한 파스텔 그린을 칠하고 자연광을 충분히 유입해 친밀한 분위기를 이루었다.
화산 표면을 연상시키는 천장이 초현실적 공간감을 자아내는 레스토랑은 대형 책장으로 공간을 양분해 식사 외에도 모임과 파티 등을 진행할 수 있으며, 안쪽 구역은 다각형을 조합한 목재 패널로 동굴처럼 감싸 한결 아늑하다. 레스토랑을 지나면 다목적 놀이 공간이 나타난다. 이곳에는 움푹 파인 형태로 디자인한 원형 무대가 자리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거나 연극과 노래 등 공연을 할 수 있다. 천장에 설치한 돔은 별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 풍경을 담아 몽환적인 심상을 전한다. 부채꼴로 디자인한 터널형 출구도 이채로운데 안을 거울로 마감하고 색색의 LED 조명을 띠 모양으로 심어 동화 속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가는 마지막 여정까지 신비롭게 수놓았다.
PLAY
Enter the Fantasy
Meland Club Flagship Store
Design / X+LIVING
Location / Shenzhen, China
Area / 6,000㎡
Photograph / Shao Feng
어린이에게 놀이는 유희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놀이를 통해 주변 환경에 대해 알아가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며 또래와 상호 작용할 수 있는데, 이에 따라 사회 정서, 인지, 언어, 창의성이 발달한다. 놀이 장소와 환경은 이러한 작용을 억제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심미적이고 다각적인 탐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여러 감각 경험을 전하며 즐거움을 맛보게 하고 신체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Meland Club Flagship Store는 다양한 놀이 시설뿐 아니라 풍부한 기하학적 도형, 다양한 소재와 색상으로 아이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놀이터를 보여준다. Shenzhen Uniwalk Shopping Mall의 2층과 3층에 위치한 Meland Club Flagship Store는 사계절을 콘셉트로 기발하고 놀라운 실내 정원을 조성했다. 체험을 시작하는 리셉션 공간인 중앙 아트리움은 봄의 자연경관을 압도적인 비주얼로 재구성해 방문객을 환영한다. 꽃 구슬, 식물 줄기, 나비, 벌, 무당벌레 등을 해체된 디자인으로 보여줘 상상력을 자극하며, 다양한 그래픽이 가미된 표지판으로 풍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명확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동선을 따라 여름을 상징하는 볼 풀장, 가을을 나타낸 레스토랑, 겨울을 표현한 교실이 이어지며 사계절을 구현하고 불규칙한 기하학 실루엣과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눈앞에 판타지를 구현한다. 이런 조형물들은 심미적 측면뿐 아니라 기능성도 충족하는데 꽃은 휴식을 위한 좌석으로, 식물은 수납장과 선반으로, 공중에 매달려 있는 전구는 조명과 음향 장비를 숨기는 기능을 갖췄다. 또 미끄럼틀, 클라이밍 로프와 같은 흥미로운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설치해 움직임을 촉발하며, 게임 공간, 교실, 레스토랑 등을 배치해 구성이 풍부한 놀이터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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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Space for Kids
아이들의 공간, 우리 모두의 세계
취재 한성옥, 김소연
모든 아이들은 우주를 품고 있다.
아이는 무엇이든 될 수 있고 그 미래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삶은 풍요로워진다.
이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도록 아이를 진정으로 위하는 공간을 고민해본다.
아프리카에는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 는 속담이 있다. 이 말은 아이가 부모의 품 안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마을과 같은 큰 공동체에서 성장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아이들의 세상은 그 어느 때보다도 작아졌다. 학교에서 친구들과 함께 공부하는 대신 모니터 앞에서 수업을 들어야 하고 놀이터나 키즈 카페에서 놀 수도 없다. 다양한 경험을 통해 신체적·정서적으로 발달해야 하는 시기인 아이들에게 지금의 상황은 특히 가혹하다. 답답하고 우울한 감정을 야기할 뿐 아니라 필수적인 성장이 저해되기 때문이다. 활동 반경이 좁아지면서 아이들의 미래도 작아지는 건 아닐까. 유례없는 상황에서 아이가 제대로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싶은 마음은 공간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진다. 이를 증명하듯 가구·리빙 브랜드의 키즈 제품 판매량이 급증하고 호텔은 앞다투어 키즈룸과 키즈 전용 패키지를 준비하며 쇼핑몰도 아이 특화 공간을 조성한다.
최근에는 천편일률적인 디자인을 탈피한 아이 공간이 등장해 눈길을 끄는데, 그 저변에는 어린이에 대한 인식 변화가 깔려 있다.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불완전한 대상에서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존재로 인정하게 되면서 아이의 특성과 본능을 존중하고 그 눈높이에 맞춘 공간이 탄생하는 것이다. 풍부한 색과 조형으로 인지 능력과 미적 감각 발달을 돕고 상상력을 자극할 뿐 아니라 탐험과 체험 요소를 기반으로 구조를 짜거나 정의되지 않은 영역을 마련해 아이가 주도적으로 공간을 경험하도록 한다. 또한 일방적으로 지켜줘야 하는 대상으로 여겨 안전에만 치중했던 과잉 보호 공간을 거부함으로써 상처 회복력과 자기 통제력을 기르게 하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어른과는 다른 시선과 방식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공간에서 아이들은 자신만의 질서를 세우며 새로운 세상을 시작한다.
CULTURE
Hang out in Art
MOKA GARDEN
Design / Jaime Hayon
Location / 경기도 남양주시 다산순환로 50
Area / 1,653㎡
Photograph / Woori
미술 교육학자 Eisner Elliot은 어린이는 예술을 통해서 세상을 보는 법을 배운다고 주장한다. 문화적 체험은 아이들의 내면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활동으로 정서적 안정감을 줄 뿐 아니라 표현력과 창의력 향상에도 효과적이다. 최근에는 미술관이나 학원에 보내 인위적으로 예술과 접점을 만들기보다 생활과 놀이 속에서 문화를 구현하고자 하는 노력이 엿보인다. 국내 최초 갤러리형 아울렛인 현대프리미엄아울렛 SPACE1은 핵심 시설을 키즈 공간으로 특화해 자연스럽게 문화를 접할 수 있는 MOKA GARDEN(이하 모카 가든)을 제안했다.
세계적 디자이너 하이메 아욘(Jaime Hayon)이 담당한 모카 가든은 모카 라이브러리, 하이메 아욘 가든, 모카 플레이로 이뤄진다. 모카 라이브러리는 어린이 특성을 세심하게 반영한 도서관으로,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낮게 제작한 서재를 뱀처럼 구불구불한 S자로 연출한 것이 특징이다. 오픈형 공간에 자리한 서재는 미로 같은 동선과 아이들이 숨어들 수 있는 포켓 공간을 만들어 흥미를 자극하며, 아이들이 책 사이를 돌아다니며 자연스럽게 책에 관심을 기울이도록 의도했다. 아울러 공간 전체에 레드, 블루, 옐로 등 강렬한 원색을 매치하고 기둥 겸 좌석을 캐릭터가 천장을 받치고 있는 것처럼 제작하는 등 재미 요소를녹였다.
하이메 아욘 가든은 디자이너가 탄생시킨 상상 속 동물 조각품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실내 공원이다. 저마다의 메시지를 가진 조각품은 FRP로 만든 거대한 형태를 화강암 가루로 마무리해 아티스틱한 분위기를 강조하며, 그 위로 박공형 유리 천장을 시공해 자연광이 들고 탁 트인 공간감을 선사한다.
한편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놀이터인 모카 플레이는 생명체의 진화를 알록달록하게 표현한 벽화로 벽면을 둘러싸고, 동물 실루엣의 놀이 기구를 마련해 아이들이 동화적인 놀이 세계에 심취할 수 있도록 했다.
HOSPITAL
Play is Healing
EKH CHILDREN HOSPITAL
Design / Integrated Field Co.,Ltd.
Location / Samut Sakhon, Thailand
Area / 6,000㎡
Photograph / Ketsiree Wongwan
외부 자극에 약해 자주 탈이 나고 주기적으로 예방 접종도 해야 하는 아이들은 병원에 갈 일이 많다. 하지만 소독약 냄새가 진동하고 날카로운 주삿바늘이 기다리는 병원은 아이들에게 공포의 대상이다. 부모는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기 위해 온갖 거짓말을 하고 의료진은 인형과 사탕을 번갈아 내밀어야 겨우 진료를 마칠 수 있다. 병원이 아이들에게 무서운 장소가 아니라 즐거운 곳이 될 수는 없을까? 태국의 EKH CHILDREN HOSPITAL은 아이 취향에 꼭 맞는 재미 요소에 집중해 아픔 대신 행복한 기억을 안겨주는 아동 병원으로 자리한다.
본능적으로 재미를 추구하는 어린아이의 성향에 초점을 맞춘 EKH CHILDREN HOSPITAL은 대기실과 입원실 등 공간 전반에 놀이 요소를 배치해 병원이 아니라 놀이공원에 온 듯 한 느낌을 이끌어냈다. 병원을 찾으면 먼저 아치형 창 너머 노란색 나선형 미끄럼틀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놀이 요소를 전면에 드러내 아이가 두려움 대신 흥미를 느끼며 안으로 들어 오도록 한 것이다. 또 다른 창 너머로는 구름 장식과 하늘색으로 아기자기하게 꾸민 어린이 수영장이 보여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다.
대기실도 놀이 요소를 중심으로 설계했다. 1층과 2층 대기실을 연결하는 대형 미끄럼틀 외에도 장난감과 동화책, 소형 미끄럼틀 등을 구비했으며 마음껏 뛰고 구를 수 있도록 푹신한 쿠션 바닥을 갖춰 다양한 활동을 유도했다. 아울러 목재, 분홍색과 하늘색 등 파스텔 컬러, 아치를 비롯한 곡선으로 바탕을 매만져 아이들의 마음을 편히 보듬는다. 창틀, 출입구, 좌석 등에 두루 적용한 곡선은 완벽한 기하학 형태를 피한 점이 특징으로 조금씩 어그러지고 빗나간 모양을 마주한 아이들은 머릿속에서 계속 곡선을 이어 그리게 된다.
입원실은 동물 콘셉트를 전개해 사랑스러움이 묻어난다. 고래, 거북이, 사자, 토끼를 테마로 실마다 각 동물을 상징하는 파스텔 컬러를 입혔으며 천장에 동물 형상을 딴 별자리를 만들었다. 밤이되어 별자리가 반짝반짝 빛나면 아이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행복한 꿈속으로 빠져든다.
EXPLORATION
Learn from Activities
PLAYWALL
Design / eureka·Annette Chu, Tommy Yeung, Sam Chan, Charis Mok
Location / Kennedy Town, Hong Kong
Area / 1,000㎡
Photograph / Kevin Mak
아이들은 뛰어놀면서 자란다. 그러나 학원과 과외, 집과 학교만 오가는 요즘 아이들은 친구들과 어울려 놀 시간을 빼앗겼다. 하지만 신체 활동과 사회적 상호 작용에 투자하는시간이 줄어들수록 면역 질환과 심장질환, 비만, 우울증 등의 질병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 학습적 측면에서도 주입식 교육보다 체험을 동반한 학습이 우뇌를 자극해 더 오래기억에 남는다. 그렇다면 활동과 학습이 적절히 결합된 원더랜드 같은 교육 공간이야말로 아이들에게 필요한 성장 배경이 아닐까. 홍콩의 PLAYWALL 프로젝트는 교실과 실내 놀이 공간 사이의 경계를 허물어 아이들이 유치원을 돌아다니면서 자유롭게 탐험하고 놀면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완성했다.
주거용 타워 1층과 2층에 자리한 PLAYWALL은 외부의 삭막한 풍경과 상반되는 따스한 미감을 간직한 유치원이다. 전체적으로 밝은 톤의 우드를 사용하고 물방울 모양의PVC 메시 층으로 천장을 제작해 화사하면서도 은은한 빛이 감돈다. 온화한 바탕 위로 공간의 핵심인 목재 구조물 PLAYWALL을 흐르듯 물결형으로 연출했다. 이에 교실, 놀이터, 음악·댄스 스튜디오가 부드럽게 이어지면서도 원활히 전환된다. 구조물 상단에는 터널을 조성해 공간 전체를 연결하며, 하단은 망원경, 말하기 튜브, 전망대, 포켓 플랫폼, 독서 공간 등 36개의 구성을 갖춰 오르고 기어 다니거나 미끄럼틀을 타며 공간을 경험하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학습하게 된다. 이 압도적인 공간은 아이들의 흥미를 극대화할 뿐 아니라 신체적 능력을 향상시키고 마음의 안정을 가져다준다.
NATURE
Class between Garden
My Montessori Garden
Design / HGAA
Location / Ha Long, Viet Nam
Area / 600㎡
Photograph / HGAA·Nguyễn Minh Đức
흩날리는 풀꽃보다 콘크리트와 아스팔트로 이루어진 잿빛 풍경이 더 익숙하고 놀이터에서 노는 대신 컴퓨터와 스마트폰을 즐기는 아이들. 급격한 도시화와 디지털화에 삶은 나날이 자연에서 멀어지고 있다. 하지만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기에 자연과 어우러져 자랄 때 정서적·신체적으로 가장 건강하다. 어릴 때 흙을 만지고 풀숲을 뛰어다니는 동안 적당한 오염 물질을 접촉하며 자연스럽게 면역력이 형성되고, 다양한 생물과 교감하며 외부와 관계 맺는 법을 배우듯 말이다. 베트남의 My Montessori Garden은 도시아이들이 자연과 더 가까워지도록 정원으로 둘러싼 유치원으로 자연을 통해 자율적이고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이끌어 주목할 만하다.
베트남에서 제일 빠르게 성장하는 도시 중 하나인 Ha Long City에 자리한 유치원은 아이들이 자연을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자신의 감각으로 직접 느끼고 경험하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했다. 부지 절반 이상을 초목에 할애해 자연이 주인공이 되는 공간을 창조했으며 커다란 나무와 덩굴식물, 꽃, 풀에 농작물까지 심어 풍성한 식물 경험을 선사한다. 토지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설치와 이전이 쉬운 철골 구조를 적용한 교실을 양쪽에 나누어 배치하고 둘레에 초목을 심었으며 정원은 레이어를 겹치듯 2층으로 구성해 한정된 공간에 푸르름을 듬뿍 담았다.
교실 벽체에 통창을 시공해 실내에서도 언제나 식물을 볼 수 있고, 교실 앞에 조성한 텃밭에서는 아이들이 직접 농작물을 기르며 자연과 깊게 교류한다. 2층은 철골과 철망을 활용한 격자 시스템으로 공중 정원처럼 설계했으며 중앙에 목재로 길을 내 아이들이 공간을 자유롭게 누비도록 했다. 허공을 덮은 철망과 1층에서 이어지는 사다리를 따라 덩굴식물이 무성히 뻗어 나가고 그 사이로 나무가 높이 자라나며 꽃이 활짝 피어난 풍경이 마음에 생기를 불어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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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ke Alice
Kids Winshare 2.0
Design / PANORAMA Design Group·Horace Pan
Location / Chengdu, China
Area / 2,300㎡
Photograph / GD Media, POPO VISION
대형 쇼핑몰부터 작은 상점까지, 소매 공간은 상품 판매 이상의 경험을 제공하는 체험형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온라인 서비스가 보편화하면서 고객을 유인하기 위해 상품보다 매력적인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유아용 물건을 파는 매장 역시 초현실적 풍경과 놀이 요소 등 타겟에 특화한 공간을 조성해 아이들의 발길을 모은다. 청두의 어린이 서점 Kids Winshare 2.0은 소매, 학습, 식사, 오락 기능을 통합해 복합적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책에 대한 즐거운 기억을 남기고 다른 서점과 차별화를 꾀했다.
매장 특성을 반영해 ‘Book-scape’ 를 테마로 설정한 서점은 동화책 속 풍경을 추상적으로 그려 압도적인 공간 경험을 선사한다. 구름, 숲, 폭포, 동굴, 호수로 영역화한 서점에 여러 가지 조형 요소와 선명한 원색, 부드러운 파스텔 컬러를 적용해 환상적인 야외 정원을 완성한 것이다. 특히 경험에 집중한 기능 구역에 각기 다른 디자인 테마를 부여해 공간을 탐험하는 재미를 극대화했다. 먼저 소매 구역은 목재를 곡선형으로 풀어내 편안하게 연출하면서도 기하학적 선과 노란색이 어우러진 천장에 꽃잎을 형상화한 조명을 설치해 강렬한 포인트를 심었다. 아치형 문을 통해 이어지는 다목적 교실은 유기적 형태의 천장에 은은한 파스텔 그린을 칠하고 자연광을 충분히 유입해 친밀한 분위기를 이루었다.
화산 표면을 연상시키는 천장이 초현실적 공간감을 자아내는 레스토랑은 대형 책장으로 공간을 양분해 식사 외에도 모임과 파티 등을 진행할 수 있으며, 안쪽 구역은 다각형을 조합한 목재 패널로 동굴처럼 감싸 한결 아늑하다. 레스토랑을 지나면 다목적 놀이 공간이 나타난다. 이곳에는 움푹 파인 형태로 디자인한 원형 무대가 자리해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거나 연극과 노래 등 공연을 할 수 있다. 천장에 설치한 돔은 별이 쏟아질 듯한 밤하늘 풍경을 담아 몽환적인 심상을 전한다. 부채꼴로 디자인한 터널형 출구도 이채로운데 안을 거울로 마감하고 색색의 LED 조명을 띠 모양으로 심어 동화 속 세계에서 현실로 돌아가는 마지막 여정까지 신비롭게 수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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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ter the Fantasy
Meland Club Flagship Store
Design / X+LIVING
Location / Shenzhen, China
Area / 6,000㎡
Photograph / Shao Feng
어린이에게 놀이는 유희 그 이상의 가치를 가진다. 놀이를 통해 주변 환경에 대해 알아가고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며 또래와 상호 작용할 수 있는데, 이에 따라 사회 정서, 인지, 언어, 창의성이 발달한다. 놀이 장소와 환경은 이러한 작용을 억제하고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 심미적이고 다각적인 탐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은 여러 감각 경험을 전하며 즐거움을 맛보게 하고 신체를 적극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Meland Club Flagship Store는 다양한 놀이 시설뿐 아니라 풍부한 기하학적 도형, 다양한 소재와 색상으로 아이들의 오감을 만족시키는 놀이터를 보여준다. Shenzhen Uniwalk Shopping Mall의 2층과 3층에 위치한 Meland Club Flagship Store는 사계절을 콘셉트로 기발하고 놀라운 실내 정원을 조성했다. 체험을 시작하는 리셉션 공간인 중앙 아트리움은 봄의 자연경관을 압도적인 비주얼로 재구성해 방문객을 환영한다. 꽃 구슬, 식물 줄기, 나비, 벌, 무당벌레 등을 해체된 디자인으로 보여줘 상상력을 자극하며, 다양한 그래픽이 가미된 표지판으로 풍경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명확한 가이드를 제공한다.
동선을 따라 여름을 상징하는 볼 풀장, 가을을 나타낸 레스토랑, 겨울을 표현한 교실이 이어지며 사계절을 구현하고 불규칙한 기하학 실루엣과 알록달록한 색상으로 눈앞에 판타지를 구현한다. 이런 조형물들은 심미적 측면뿐 아니라 기능성도 충족하는데 꽃은 휴식을 위한 좌석으로, 식물은 수납장과 선반으로, 공중에 매달려 있는 전구는 조명과 음향 장비를 숨기는 기능을 갖췄다. 또 미끄럼틀, 클라이밍 로프와 같은 흥미로운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설치해 움직임을 촉발하며, 게임 공간, 교실, 레스토랑 등을 배치해 구성이 풍부한 놀이터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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