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감으로 물든 공간
The Magic of Color in Interior Spaces
에디터 이석현, 이은희, 장영남
한동안 아파트 인테리어가 천편일률적으로 화이트로 도배되는 현상이 있었다. 현상이라고 부를 정도로 과한 집착의 결과물들은 사진으로 기록되어 온라인 세상을 장악했다. 열 중 여덟아홉은 화이트 인테리어가 지배하는 집이다. 굳이 원인을 짚자면, 과거 아파트에 적용된 체리색의 우물천장과 몰딩, 방문, 과한 패턴의 벽지, 좁은 폭의 마루, 금속의 성질이 그대로 드러나는 창호 등 결코 선호할 수 없는 취향이 뒤섞인 공간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은 아닐까. 하얀 도화지 같은 인테리어 트렌드가 슬며시 지나가는 사이 색들이 한 편에 자리 잡았다. 색은 인테리어에서 매우 다양한 의도로사용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기획에 따라 전체 또는 부분에 적용되어 공간이 담고 있는 의미를 완성하는 데 일조한다. 의도에 따라 색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인테리어에서 색은 그 역할에 따라 공간에 머무는 사용자들의 감정을 조절한다. 어떤 색상을 어떻게 마주하는가의 결론은 사용자의 개인별 성향에 따라 다른 결과물로 인식된다. 서로 다른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색이 펼쳐지는 공간을 통해 또 다른 변형의 가능성을 상상해 보자.
핑크색으로 물든 은신처
Cozy Bunker
에디터 이석현
Design / WANNA
Location / 마드리드, 스페인
Area / 21㎡
Photographer / ESTUDIOBALLOON·Javier de Paz García
대피소의 역할을 하는 벙커의 이미지에 상반되게 핑크 색감으로 물든 ‘코지 벙커(Cozy Bunker)’는 극한 상황에서 은신처 역할을 하는 지하 피난처를 단절을 위한 은신처로 재해석한 프로젝트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WANNA가 지하 대피소를 재해석해 4월 11일부터 5월 26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59회 카사 데코(Casa Decor)에서 선보였다. 코지 벙커 내부는 상업용 및 주거용 고압 라미네이트 제조 분야의 세계적인 선도 기업인 포미카(Formica) 라미네이트로 욕조, 의자, 티세트, 테이블 램프, 식물 등 전체가 시공되었다.
인류학자이자 작가인 자마이 카시오(Jamais Cascio)가 만든 개념인 ‘바니(BANI)’는 영어 약자로 연약하고 불안하며 비선형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하며, 전 세계 부동산 업계에서 벙커에 관한 관심과 건설이 붐을 일으켰다. 임박한 글로벌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널리 퍼지면서 WANNA는 ‘비상 생활 공간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이 어떤 대응책을 제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WANNA는 벙커에 관한 연구를 통해 디자인 대피소 건설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생각했다. 프로젝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코지 벙커는 웰빙과 생존이라는 이전에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개념을 결합했다. 이 개념적 이중성을 바탕으로 공간은 상반된 개념 간의 대화를 시도한다. 한편으로는 가공하지 않은 재료 그대로가 드러나는 비형식 주의를 표방하는 부르탈리즘(Brutalism)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출입 통로의 견고한 구조와 돌로 된 외관은 보안과 접근 불가능함을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반면에 대피소 내부는 포근한 미니멀리즘과 색채의 따뜻함으로 휴식과 희망을 불러일으키며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추상화할 수 있는 쾌적한 경험을 제공한다. 더불어 포미카의 고압 라미네이트, 호마팔(Homapal)의 메탈릭 라미네이트, 페닉스(FENIX)의 혁신적인 표면을 사용해 디자인, 형상, 볼륨은 물론 풍부한 색상과 마감재 측면에서 다재다능함을 보여준다.
코지 벙커는 4.5m의 공간, 구조적 견고함, 간접 조명, 볼륨을 활용한 높이의 유희와 같은 원칙에서 출발했다. 공간은 새로운 포미카 패턴 컬렉션의 색이 옅은 테라초 문양의 마감재와 폭스 모노리스(Fox Monolith) 라미네이트 덕분에 마치 바위를 깎아낸 듯한 복도를 통해 연결된다. 복도를 따라서는 바깥세상을 연상시키는 매달린 식물, 빛이 투과되는 균열 요소 등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여기에 헤펠레 조명, 바리솔 발광 천장의 조합이 붉은 톤과 차분한 분위기의 포근하고 따뜻한 공간인 벙커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벙커에 들어서면 거실과 휴식 공간이 복합된 미니멀한 공간이 나타난다. 안쪽으로는 지상에서 띄워져 있는 대형 소파와 벽면 테이블, 1인 의자가 거실을 형성하고 벽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침구가 있는 침실이 꾸며져 있다. 옆쪽으로는 매립형 벽난로와 욕조, 수전 등이 설치되어 있다. 벙커를 빠져나오면 사다리가 있어 외부와 연결된다. 전시장에서는 모든 감각적이고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고조하는 음악이 뱅 앤 울룹슨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도록 설계했다.
연보라빛 위안
ANGEL CARE PHARMACY
에디터 이은희
Design / SERGIO MANNINO STUDIO
Location / 필라델피아, 미국
Photograph / SERGIO MANNINO STUDIO
최근 미국 필라델피아에 연보라빛 컬러를 콘셉트로 내부를 꾸며 인상적인 엔젤 케어 약국(Angel Care Pharmacy)이 등장했다. 몇 년간 필라델피아는 진통제인 옥시콘틴과 펜타닐 중독 등 마약 위기를 직접 경험하며 이를 대처하기 위해 경각심을 갖는 분위기가 조성됐는데, 이에 엔젤 케어 약국은 마약 중독을 치료하고 의료용품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콘셉트를 잡아 완성됐다. 사람들이 머물며 편안과 위안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보라빛의 모브(Mauve) 컬러를 기본으로, 화이트와 실버 컬러를 함께 활용해 집처럼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한 보호와 보살핌을 상징하는 천사 날개로 만든 로고와 명함 등을 디자인했으며 플라스틱으로 제품을 포장하지 않고 퇴비로 사용이 가능한 약병과 봉지로 포장하는 등 희망을 주는 장소, 지역 사회를 위한 장소로서의 이미지를 전하도록 맞춰 엔젤 케어 약국 자체를 브랜드화한 점이 돋보인다.
엔젤 케어 약국은 1층짜리 단일 건물에 자리한다. 파사드는 다른 상가 건물들처럼 크게 창을 내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개방감 있는 모습이며 상단에 직사각형 프레임을 만들고 그 위에 로고를 붙인 모브 컬러 간판을 달았다. 원래 두 개의 공간으로 분리되었던 것을 이번에 새롭게 연결해 건물 외부에서도 중앙에 자리한 파티션이 보인다. 내부는 공간 안쪽에 약을 제조하는 공간을 설계했으며 고객들이 개인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상담실도 마련해 개인 정보가 보호된 상태에서 맞춤형 진료가 가능하다.
입구를 지나 바로 보이는 공간 바깥쪽은, 제품과 처방전을 살펴보고 기다리며 대기할 수 있는 소매 공간이다. 소매 공간은 바닥과 벽, 천장을 모브 컬러로 톤 온 톤 변주한 색으로 마감해 편안한 인상을 준 뒤 일부 가구에 채도가 높은 보라색 컬러를 활용해 색이 주는 아름다움을 효과적으로 강조했다. 중앙의 파티션을 따라 소매 공간이 두 곳으로 나뉘는데 양쪽 모두 거울 형태로 동일하게 디자인했다. 중앙에는 낮은 목제 선반을 배치해 제품을 진열했으며 벽에는 높은 선반을 세워 다채롭게 변화를 줬다. 창가 근처에는 휴식 영역을 만든 뒤 아티스틱한 디자인의 보라색 의자와 열대 지방의 식물이 담긴 화분을 함께 배치했다. 톤 온 톤으로 변주된 모브 컬러 사이에 자연의 녹색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휴식 공간의 편안함이 더욱 배가된 모습이다.
차원이 다른 이색적 식사
Ramencraft
에디터 이은희
체코에서 일본 라멘을 판매하는 라멘크레프트(Ramencraft)는 게임 픽셀 그래픽과 일본 전통 이미지를 활용한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새로운 식사 경험을 선사한다.
Design / SOA architekti
Location / 프라하, 체코
Area / 107㎡
Photograph / Studio Flusser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이색적인 레스토랑 라멘크레프트(Ramencraft)가 들어섰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일본의 음식 라멘을 파는 곳인데 일본의 대중문화인 게임과 전통 이미지를 건축 디자인으로 선보인 점이 독특해 눈길을 끈다. 비디오 게임 속 픽셀 그래픽을 현실에 그대로 구현해 벽을 장식하거나 일본 전통 스포츠인 스모 선수 캐릭터가 그려진 액자를 벽에 거는 등 일본 문화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연출했다. 색상은 파란색과 밝은 빨간 색 등 대비가 높은 색 조합을 활용해 역동성과 생동감을 더했다. 좌석은 두 종류로 마련했다. 방해받지 않고 프라이빗하게 식사만 즐기고 떠날 수 있는 1인용 부스를 뒀으며 내부 인테리어를 풍부하게 경험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다인용 좌석도 마련해, 공간을 다양하게 경험하도록 했다.
라멘크레프트는 상가 건물 1층에 자리하며 짙은 녹색 프레임으로 만든 창이 마치 쌍둥이처럼 나란히 있는 모습이다. 창 상단에는 비디오 게임에서 본 듯한 서체로 레스토랑 로고를 각각 칠하고 그 아래에 화이트 컬러 천막으로 만든 캐노피를 설치해 패스트 푸드점 같은 발랄한 분위기를 전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직사각형 내부가 나타나며 바닥과 벽을 네모난 타일로 마감해 픽셀로 가득한 비디오 게임 세계의 이미지를 은은하게 전한다. 입구 정면에는 컨테이너처럼 파란색 프레임으로 미니멀한 디자인의 카운터를 만들어 중앙에 산뜻하게 무게감을 주고 공간을 둘러싼 벽을 따라 1인용 좌석을 배치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1인용 좌석은 테이블과 의자, 가림판 모두 목재로 제작하고 좌석마다 벽에 조명과 일본 문화를 드러내는 그래픽 디자인 포스터를 붙여 혼자서 식사하는 공간이 따뜻하고 즐겁게 느껴지도록 했다. 공간 왼쪽 벽에는 모자이크로 그려낸 커다란 공룡 이미지가 보인다. 푸른 몸통에 긴 꼬리, 등에는 붉은색 뿔을 가진 공룡이 마치 비디오 게임 속 몬스터처럼 보여 마치 게임 안에 들어온 듯한 생동감을 전한다. 공간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통로를 따라 또 다른 공간이 나타난다. 안쪽 공간에는 2인과 6인용 좌석 등을 배치했는데 테이블 위치를 변경함에 따라 여러 사람이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유동성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테이블과 좌석 모두 채도 높은 주황색 컬러로 통일해 카운터와 대조되는 색감을 만들며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벽에 픽셀 몬스터 모양으로 디자인한 네온사인 조명을 달아 비디오 게임의 독특한 이미지를 이어 나간다.
빛, 색으로 환치되다
São Sebastião 123
에디터 장영남
자연채광이 부족할 때, 기댈 수 있는 것이 색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강력한 색 조합으로 활용되는 핑크와 블루 대비를 통해 어두운 공간을 다층적이며 스타일리시하게 이끌었다.
Architects / ALA.rquitectos
Location / 리스본, 포르투칼
Area / 167㎡
Photograph / do mal o menos
20세기 초의 건축물 ‘상 세바스티앙(São Sebastião) 123’ 아파트가 서 있는 곳은 한때 리스본의 중심지였으며, 아파트는 필하모닉 소사이어티의 클래식 공연을 주최하는 곳으로 쓰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오픈 스페이스와 경량 파티션으로 지은 1990년대 스타일의 사무실 개조가 한 차례 더 있었다. 이들을 모두 철거했을 때, 마주한 것은 어둡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옛 건물이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ALA.아키텍토스(ALA.rquitectos)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담한 색상 대비를 기획하고 실내에 자연채광을 제공하는 안뜰을 추가했다. 노후한 건물에 채광을 충분히 유입하는 안뜰을 추가함으로써 후면에 개인 공간을 배치할 수 있었다.
상 세바스티앙 123 아파트의 대표성은 핑크와 블루의 대비가 생성하는 생동감과 역동성이다. 전면에 배치한 공용 공간은 핑크로 페인팅 마감한 두 개의 비정형 벽에 의해 만들어진다. 입구에서 시작하는 이 구조는 사선과 두 개 곡면의 드라마틱한 관계에서 빚어진다. 협곡 같은 좁은 입구를 통과하면 밝고 넓은 공간, 머무르는 공간인 거실이 펼쳐지는 것. 압축과 긴장의 순간이 곧바로 팽창의 확장과 이완으로 전이되는 구조로, 핑크 블록의 부드럽고 달콤한 거실 분위기를 더 효과적으로 조성한다. 핑크 거실과 블루 주방은 두 개의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연결된다. 주방은 집의 중심지로 디자인은 생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주방을 눈에 띄는 블루로 선택한 것은 보색 관계에 있는 핑크와의 대비를 통해 시각적으로 강한 흥미와 에너지를 유발하면서 동시에 공용 공간과의 분할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아파트에 사용한 강한 임팩트의 색감들은 주방 테라초 바닥 타일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다양한 색조의 테라초 골재에서 색을 추출한 뒤 바닥 소재로 사용한 소나무의 따듯한 톤과 대조되는 시원한 색감으로 리터칭했다. 주방 옆에는 오크 식탁과 세 개의 팬던트 조명으로 꾸민 식당이 있다. 한쪽으로 블루 블록의 주방과 일직선을 그리는 수납장과 선반을 신설해 공간의 활용도를 높였다. 식당 옆으로 새롭게 추가된 안뜰은 세라믹 벽타일과 테라초 바닥 타일로 마감했고, 블랙의 강철 가구와 식물들로 장식했다. 안뜰에 접한 침실과 복도의 개구부는 안뜰의 자연빛을 끌어들이는 물리적 사다리 역할을 한다.
시각적 유희 행렬
Moving house
에디터 장영남
마치 1960년대 인테리어 카탈로그를 보는 듯 아득하다. 단순하고 깨끗한 라인, 오픈 플로어, 그리고 밝고 대담한 색상으로 표상되는 ‘미드 센추리 모던(Mid-Century Modern)’ 스타일로 전개된 ‘무빙 하우스(Moving Houses)’는 집주인의 창조적 자기표현을 담아내는 캔버스 같은 것이었다.
Interior Design / SPARK
Location / 싱가포르
Area / 132㎡
Photograph / Khoo Guo Jie
무빙 하우스(Moving House)는 싱가포르의 브루탈리즘 건축물인 셔우드 타워(Sherwood Towers)에 자리 잡고 있다. 집은 쓰리 베드룸으로, 과도하게 분할된 공간이 어두운 복도로 연결되는, 밀도 높은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였고 실제 평형보다 작게 느껴졌다. 리모델링은 이를 벗어난 전체적인 공간 재배치와 색감에 맞춰졌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스파크(SPARK)는 르 코르뷔지에가 <새로운 정신(L’Esprit nouveau)>이라는 잡지를 통해 전파한 미학 개념을 계획에 반영, 시각적 명료함을 추구했다. 평면은 일렬로 이어진 방을 따라 도어가 일직선상으로 배치되는 ‘앙필라드(Enfilade)’ 방식의 오픈형 공간으로 기획됐다. 또 선명한 색상과 도형 패턴의 오브제를 신중하게 배치해 공간을 통과할 때마다 레이어드되는 색체의 벽과 오브제들이 시각적 유희를 유발하도록 했다.
주방과 통합된 거실은 유연성을 강조한다. 간결한 직사각형 형태로 재구성한 거실은 전통적 소파가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 가능한 경량의 느슨한 가구와 카펫으로 구성해 필요에 따라 지속적인 컨트롤이 가능하게 했다. 새롭게 형성된 엔터테인먼트 공간은 대형 미닫이문을 통해 개인 공간과의 완벽한 분리를 구현하는데, 이는 오직 거주에 머물러 있던 기존 집에 대한 개념을 확장한다. 미닫이문을 닫으면 TV가 교묘하게 가려지면서 전시한 예술작품들이 드러나고 동시에 서재, 침실, 욕실 및 드레스룸은 차단됨으로써 엔터테인먼트 공간은 주거 양식을 벗어난다. 오픈형 공간 계획에서는 채광과 경관도 중점적으로 고려되었다. 전면과 후면으로 넓고 길게 확보한 개구부를 통해 싱가포르 숲의 일출과 일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후면은 기존 두꺼운 벽에서 유리로 변환해 주방에 채광을 보충하는데, 저녁에는 온화하고 따뜻한 빛을 밝히는 ‘등불’ 역할을 한다.
집주인의 색상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기하학적 패턴과 빈티지 느낌의 강렬한 색상으로 반영되었다. 각 공간은 특정 색으로 구분된다. 주로 화이트, 베이지, 블랙으로 전개된 엔터테이먼트 공간은 공간의 다목적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또 옐로와 오렌지 주방 카운터는 싱가포르의 습하고 무성한 경관을 반영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블랙 줄눈의 아일랜드는 이탈리아 디자인 그룹 슈퍼 스튜디오(Super studio)의 가구 컬렉션을 연상시켜 공간의 포인트로 작용한다.
엔터테인먼트 공간과 대면하는 침실 한 면은 라이트 옐로의 라미네이트 가구로 채웠다. 드레스룸과 욕실은 각각 터키색과 에메랄드 그린으로 장식했다. 이런 색감들은 각각의 영역에서 주도성을 가지면서, 인접 공간의 색감을 예측 가능하게 하는 힌트로 작동한다. 가령 아일랜드의 옐로는 침실의 옐로로, 거실 미닫이문의 민트는 욕실의 에메랄드 그린으로 이어진다. 무빙 하우스는 베네치아 블라인드에서 만들어지는 움직이는 빛과 그림자, 그 아래의 선명한 색상과 도형 패턴, 장난스러운 가구가 생동감과 흥미로움을 유발하는 낭만적 공간이다. 무빙 하우스의 특별한 리듬감은 갤러리 같은 집으로 변화를 끊임없이 수용한다.
Two Families House
에디터 이은희
Design / ADRIÀ ESCOLANO, DAVID STEEGMANN
Location / 바르셀로나, 스페인
Area / 315.5㎡
Photograph / Jose Hevia
20세기 중반 바르셀로나의 가파른 경사가 있는 토지 위에 지어진 4층 주택 투 패밀리즈 하우스(Two Families House)가 이번에 새롭게 리모델링됐다. 지형의 높낮이가 다른 특성상 주 출입구가 가장 높은 층에, 두 번째 출입구가 가장 낮은 층에 있는 등 독특한 구조를 띠며 내부 형태 또한 균일하지 않고 벽 곳곳에 여러 개의 문이 있어 다른 방과 복잡하게 이어진다. 또한 공간 중앙에 나선형 계단을 설치하는 등 시선을 끄는 조형물이 많은데 내부 천장과 벽, 바닥까지 전부 동일한 분홍색 컬러로 통일해 공간에 배치한 요소들보다 공간 자체가 주는 존재감을 강조한 점이 돋보인다. 건물의 오래된 부분과 새롭게 정돈된 부분들도 구분이 완화되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내부로 들어서면 온 공간이 전부 부드러운 분홍색 컬러로 칠해져 화려한 장식이 없음에도 환상적인 첫인상을 준다. 거실과 부엌, 침실, 다락방 등 주거에 필요한 기본적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간마다 색다른 포인트를 넣어 매력적인 주거를 완성했다. 거실로 들어가면 옛 건물의 특징인 오목한 아치형 구조가 반복되는 천장이 나타난다. 세로로 긴 창을 여러 개 이어 붙여 반복이 주는 미감이 두드러지며 창 중간에 비스듬하게 사선을 넣어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인 변화를 줬다.
벽과 벽이 맞닿는 꼭짓점에는 긴 굴뚝이 자리하며 그 아래 정삼각형 모양으로 공간을 내 벽난로를 만들었다. 벽난로 안은 짙은 벽돌의 재질을 그대로 남겨 대비가 두드러지며 분홍색과 벽돌의 따뜻한 색감이 부드럽게 어울린다. 벽난로 주위로 소파와 의자를 배치했는데, 최신의 트렌디한 형태보다 클래식한 분위기의 가구들을 두어 공간 자체의 온화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했다. 부엌은 화려한 장식 없이 미니멀한 가구만을 배치해 깔끔하게 정돈했다. 개수대 바로 앞에는 창이 있어 바깥 풍경을 감상하며 즐겁게 요리하도록 도우며 한쪽 벽에 삼각뿔 형태의 커다란 후드를 설치해 기하학적 미감을 강조했다. 부엌 옆에는 다이닝 테이블이 나타난다. 다이닝 테이블은 공간과 톤 온 톤으로 통일감을 이루도록 붉은색이 감도는 목재를 사용했으며 천장에는 붉은색 펜던트 조명을 달아 편안한 미감을 갖췄다. 다이닝 테이블 바로 옆에는 다락방으로 올라갈 수 있는 나선 계단이 자리한다. 다락방으로 올라가면, 박공지붕이 나타난다. 오래된 천장 구조에 시선이 가기 쉬운데, 바닥에 녹색 선으로 패턴을 넣은 타일 시공으로 다른 공간과 달리 포인트를 준 점이 돋보인다. 침실은 여러 가족이 한데 모여서 잘 수 있도록 2층 침대를 여러 개 배치해 마치 기숙사와도 같은 분위기다. 침대 프레임과 계단 모두 부드러운 분홍색 컬러로 통일해 신비로운 느낌마저 느껴진다. 침대 앞에는 속이 비치는 얇은 커튼을 설치해 프라이빗한 느낌을 주되 패브릭 재질이 주는 부드러운 질감을 강조했다.
재미있고 아이러니한 경험
Lynk & Co Club Madrid
에디터 이석현
Design / Masquespacio
Location / 마드리드, 스페인
Area / 360㎡
Photographer / Luis Beltran
자동차 브랜드 링크앤코(Lynk & Co)가 스페인 마드리드에 두 번째 클럽을 오픈했다. 마스케스파시오(Masquespacio) 스튜디오와 링크앤코 디자인팀이 협업한 ‘링크앤코 클럽 마드리드’는 도시 중심부에 창의성과 기능성을 갖춘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다. 링크앤코 클럽 마드리드는 단순히 판매 기능을 넘어 업무, 쇼핑, 사교, 이벤트, ‘01’ 모델 시승까지 가능한 개방적이고 복합적인 공간으로 마드리드의 7가지 예술 분야와 상징적인 레퍼런스에서 영감을 받아 구석구석 재미있고 아이러니한 경험을 선사한다.
링크앤코 클럽 마드리드에 들어서면 거울과 색상 조명이 역동적이고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운데 휴식과 교류를 유도하는 노란색 소파가 있는 아늑한 라운지 공간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안쪽으로는 뉴트럴 컬러와 소재를 사용한 브랜드의 상징적인 공간인 바(Bar)가 자리한다. 맞은편에는 금속 블라인드와 유리블록의 대비가 보라색으로 둘러싸인 첫 번째 미팅 공간이 있다. 다른 주요 공간으로 이동하는 길에는 링크앤코 클럽에서 구매할 수 있는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기어 제품도 만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핑크색 큐브는 분해된 형태로 설치되어 있으며 마드리드 최초의 문학적 참고 자료 중 하나가 들어 있다.
화장실은 마드리드에 있는 사르수엘라 극장에서 영감을 얻어 금색 디테일과 은은한 조명으로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연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줄을 당기면 내려오는 형광 커튼으로 디자인된 피팅 룸에서는 17세기 스페인 바로크 예술의 거장 벨라스케스의 그림 ‘시녀들(Las Meninas)’의 치마에서 영감을 받은 또 다른 마드리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뒤에는 차량의 미래적이고 기술적인 콘셉트를 표현하기 위한 환경 속에 링크앤코 01 모델이 전시되어 있다. 한 층 내려가면 한쪽에는 아시아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회의 및 이벤트를 위한 테이블과 좌석이 있는 공간이 있으며, 공간에 또 다른 재미를 불어넣는 팝아트 욕실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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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감으로 물든 공간
The Magic of Color in Interior Spaces
에디터 이석현, 이은희, 장영남
한동안 아파트 인테리어가 천편일률적으로 화이트로 도배되는 현상이 있었다. 현상이라고 부를 정도로 과한 집착의 결과물들은 사진으로 기록되어 온라인 세상을 장악했다. 열 중 여덟아홉은 화이트 인테리어가 지배하는 집이다. 굳이 원인을 짚자면, 과거 아파트에 적용된 체리색의 우물천장과 몰딩, 방문, 과한 패턴의 벽지, 좁은 폭의 마루, 금속의 성질이 그대로 드러나는 창호 등 결코 선호할 수 없는 취향이 뒤섞인 공간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감은 아닐까. 하얀 도화지 같은 인테리어 트렌드가 슬며시 지나가는 사이 색들이 한 편에 자리 잡았다. 색은 인테리어에서 매우 다양한 의도로사용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의 기획에 따라 전체 또는 부분에 적용되어 공간이 담고 있는 의미를 완성하는 데 일조한다. 의도에 따라 색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하며, 때로는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인테리어에서 색은 그 역할에 따라 공간에 머무는 사용자들의 감정을 조절한다. 어떤 색상을 어떻게 마주하는가의 결론은 사용자의 개인별 성향에 따라 다른 결과물로 인식된다. 서로 다른 프로젝트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색이 펼쳐지는 공간을 통해 또 다른 변형의 가능성을 상상해 보자.
핑크색으로 물든 은신처
Cozy Bunker
에디터 이석현
Design / WANNA
Location / 마드리드, 스페인
Area / 21㎡
Photographer / ESTUDIOBALLOON·Javier de Paz García
대피소의 역할을 하는 벙커의 이미지에 상반되게 핑크 색감으로 물든 ‘코지 벙커(Cozy Bunker)’는 극한 상황에서 은신처 역할을 하는 지하 피난처를 단절을 위한 은신처로 재해석한 프로젝트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WANNA가 지하 대피소를 재해석해 4월 11일부터 5월 26일까지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제59회 카사 데코(Casa Decor)에서 선보였다. 코지 벙커 내부는 상업용 및 주거용 고압 라미네이트 제조 분야의 세계적인 선도 기업인 포미카(Formica) 라미네이트로 욕조, 의자, 티세트, 테이블 램프, 식물 등 전체가 시공되었다.
인류학자이자 작가인 자마이 카시오(Jamais Cascio)가 만든 개념인 ‘바니(BANI)’는 영어 약자로 연약하고 불안하며 비선형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것을 의미하며, 전 세계 부동산 업계에서 벙커에 관한 관심과 건설이 붐을 일으켰다. 임박한 글로벌 붕괴에 대비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널리 퍼지면서 WANNA는 ‘비상 생활 공간에서 인테리어 디자인이 어떤 대응책을 제공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다.
WANNA는 벙커에 관한 연구를 통해 디자인 대피소 건설에 미칠 수 있는 긍정적인 영향에 대해 생각했다. 프로젝트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코지 벙커는 웰빙과 생존이라는 이전에는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 개념을 결합했다. 이 개념적 이중성을 바탕으로 공간은 상반된 개념 간의 대화를 시도한다. 한편으로는 가공하지 않은 재료 그대로가 드러나는 비형식 주의를 표방하는 부르탈리즘(Brutalism)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출입 통로의 견고한 구조와 돌로 된 외관은 보안과 접근 불가능함을 직접적으로 전달한다. 반면에 대피소 내부는 포근한 미니멀리즘과 색채의 따뜻함으로 휴식과 희망을 불러일으키며 외부에서 일어나는 일을 추상화할 수 있는 쾌적한 경험을 제공한다. 더불어 포미카의 고압 라미네이트, 호마팔(Homapal)의 메탈릭 라미네이트, 페닉스(FENIX)의 혁신적인 표면을 사용해 디자인, 형상, 볼륨은 물론 풍부한 색상과 마감재 측면에서 다재다능함을 보여준다.
코지 벙커는 4.5m의 공간, 구조적 견고함, 간접 조명, 볼륨을 활용한 높이의 유희와 같은 원칙에서 출발했다. 공간은 새로운 포미카 패턴 컬렉션의 색이 옅은 테라초 문양의 마감재와 폭스 모노리스(Fox Monolith) 라미네이트 덕분에 마치 바위를 깎아낸 듯한 복도를 통해 연결된다. 복도를 따라서는 바깥세상을 연상시키는 매달린 식물, 빛이 투과되는 균열 요소 등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다. 여기에 헤펠레 조명, 바리솔 발광 천장의 조합이 붉은 톤과 차분한 분위기의 포근하고 따뜻한 공간인 벙커까지 안내하는 역할을 한다.
벙커에 들어서면 거실과 휴식 공간이 복합된 미니멀한 공간이 나타난다. 안쪽으로는 지상에서 띄워져 있는 대형 소파와 벽면 테이블, 1인 의자가 거실을 형성하고 벽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면 침구가 있는 침실이 꾸며져 있다. 옆쪽으로는 매립형 벽난로와 욕조, 수전 등이 설치되어 있다. 벙커를 빠져나오면 사다리가 있어 외부와 연결된다. 전시장에서는 모든 감각적이고 몰입감 넘치는 경험을 고조하는 음악이 뱅 앤 울룹슨 스피커를 통해 흘러나오도록 설계했다.
연보라빛 위안
ANGEL CARE PHARMACY
에디터 이은희
Design / SERGIO MANNINO STUDIO
Location / 필라델피아, 미국
Photograph / SERGIO MANNINO STUDIO
최근 미국 필라델피아에 연보라빛 컬러를 콘셉트로 내부를 꾸며 인상적인 엔젤 케어 약국(Angel Care Pharmacy)이 등장했다. 몇 년간 필라델피아는 진통제인 옥시콘틴과 펜타닐 중독 등 마약 위기를 직접 경험하며 이를 대처하기 위해 경각심을 갖는 분위기가 조성됐는데, 이에 엔젤 케어 약국은 마약 중독을 치료하고 의료용품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으로 콘셉트를 잡아 완성됐다. 사람들이 머물며 편안과 위안을 찾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자 보라빛의 모브(Mauve) 컬러를 기본으로, 화이트와 실버 컬러를 함께 활용해 집처럼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또한 보호와 보살핌을 상징하는 천사 날개로 만든 로고와 명함 등을 디자인했으며 플라스틱으로 제품을 포장하지 않고 퇴비로 사용이 가능한 약병과 봉지로 포장하는 등 희망을 주는 장소, 지역 사회를 위한 장소로서의 이미지를 전하도록 맞춰 엔젤 케어 약국 자체를 브랜드화한 점이 돋보인다.
엔젤 케어 약국은 1층짜리 단일 건물에 자리한다. 파사드는 다른 상가 건물들처럼 크게 창을 내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개방감 있는 모습이며 상단에 직사각형 프레임을 만들고 그 위에 로고를 붙인 모브 컬러 간판을 달았다. 원래 두 개의 공간으로 분리되었던 것을 이번에 새롭게 연결해 건물 외부에서도 중앙에 자리한 파티션이 보인다. 내부는 공간 안쪽에 약을 제조하는 공간을 설계했으며 고객들이 개인 상담을 진행할 수 있는 상담실도 마련해 개인 정보가 보호된 상태에서 맞춤형 진료가 가능하다.
입구를 지나 바로 보이는 공간 바깥쪽은, 제품과 처방전을 살펴보고 기다리며 대기할 수 있는 소매 공간이다. 소매 공간은 바닥과 벽, 천장을 모브 컬러로 톤 온 톤 변주한 색으로 마감해 편안한 인상을 준 뒤 일부 가구에 채도가 높은 보라색 컬러를 활용해 색이 주는 아름다움을 효과적으로 강조했다. 중앙의 파티션을 따라 소매 공간이 두 곳으로 나뉘는데 양쪽 모두 거울 형태로 동일하게 디자인했다. 중앙에는 낮은 목제 선반을 배치해 제품을 진열했으며 벽에는 높은 선반을 세워 다채롭게 변화를 줬다. 창가 근처에는 휴식 영역을 만든 뒤 아티스틱한 디자인의 보라색 의자와 열대 지방의 식물이 담긴 화분을 함께 배치했다. 톤 온 톤으로 변주된 모브 컬러 사이에 자연의 녹색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휴식 공간의 편안함이 더욱 배가된 모습이다.
차원이 다른 이색적 식사
Ramencraft
에디터 이은희
체코에서 일본 라멘을 판매하는 라멘크레프트(Ramencraft)는 게임 픽셀 그래픽과 일본 전통 이미지를 활용한 독창적인 디자인으로 새로운 식사 경험을 선사한다.
Design / SOA architekti
Location / 프라하, 체코
Area / 107㎡
Photograph / Studio Flusser
체코의 수도 프라하에 이색적인 레스토랑 라멘크레프트(Ramencraft)가 들어섰다.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 일본의 음식 라멘을 파는 곳인데 일본의 대중문화인 게임과 전통 이미지를 건축 디자인으로 선보인 점이 독특해 눈길을 끈다. 비디오 게임 속 픽셀 그래픽을 현실에 그대로 구현해 벽을 장식하거나 일본 전통 스포츠인 스모 선수 캐릭터가 그려진 액자를 벽에 거는 등 일본 문화를 독창적인 방식으로 연출했다. 색상은 파란색과 밝은 빨간 색 등 대비가 높은 색 조합을 활용해 역동성과 생동감을 더했다. 좌석은 두 종류로 마련했다. 방해받지 않고 프라이빗하게 식사만 즐기고 떠날 수 있는 1인용 부스를 뒀으며 내부 인테리어를 풍부하게 경험하며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다인용 좌석도 마련해, 공간을 다양하게 경험하도록 했다.
라멘크레프트는 상가 건물 1층에 자리하며 짙은 녹색 프레임으로 만든 창이 마치 쌍둥이처럼 나란히 있는 모습이다. 창 상단에는 비디오 게임에서 본 듯한 서체로 레스토랑 로고를 각각 칠하고 그 아래에 화이트 컬러 천막으로 만든 캐노피를 설치해 패스트 푸드점 같은 발랄한 분위기를 전한다. 안으로 들어가면 직사각형 내부가 나타나며 바닥과 벽을 네모난 타일로 마감해 픽셀로 가득한 비디오 게임 세계의 이미지를 은은하게 전한다. 입구 정면에는 컨테이너처럼 파란색 프레임으로 미니멀한 디자인의 카운터를 만들어 중앙에 산뜻하게 무게감을 주고 공간을 둘러싼 벽을 따라 1인용 좌석을 배치해 공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했다.
1인용 좌석은 테이블과 의자, 가림판 모두 목재로 제작하고 좌석마다 벽에 조명과 일본 문화를 드러내는 그래픽 디자인 포스터를 붙여 혼자서 식사하는 공간이 따뜻하고 즐겁게 느껴지도록 했다. 공간 왼쪽 벽에는 모자이크로 그려낸 커다란 공룡 이미지가 보인다. 푸른 몸통에 긴 꼬리, 등에는 붉은색 뿔을 가진 공룡이 마치 비디오 게임 속 몬스터처럼 보여 마치 게임 안에 들어온 듯한 생동감을 전한다. 공간 오른쪽으로 들어가면 통로를 따라 또 다른 공간이 나타난다. 안쪽 공간에는 2인과 6인용 좌석 등을 배치했는데 테이블 위치를 변경함에 따라 여러 사람이 식사를 즐길 수 있도록 유동성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테이블과 좌석 모두 채도 높은 주황색 컬러로 통일해 카운터와 대조되는 색감을 만들며 따뜻한 분위기를 조성했다. 벽에 픽셀 몬스터 모양으로 디자인한 네온사인 조명을 달아 비디오 게임의 독특한 이미지를 이어 나간다.
빛, 색으로 환치되다
São Sebastião 123
에디터 장영남
자연채광이 부족할 때, 기댈 수 있는 것이 색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에서 강력한 색 조합으로 활용되는 핑크와 블루 대비를 통해 어두운 공간을 다층적이며 스타일리시하게 이끌었다.
Architects / ALA.rquitectos
Location / 리스본, 포르투칼
Area / 167㎡
Photograph / do mal o menos
20세기 초의 건축물 ‘상 세바스티앙(São Sebastião) 123’ 아파트가 서 있는 곳은 한때 리스본의 중심지였으며, 아파트는 필하모닉 소사이어티의 클래식 공연을 주최하는 곳으로 쓰이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까지 오픈 스페이스와 경량 파티션으로 지은 1990년대 스타일의 사무실 개조가 한 차례 더 있었다. 이들을 모두 철거했을 때, 마주한 것은 어둡고 환기가 잘 되지 않는 옛 건물이었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ALA.아키텍토스(ALA.rquitectos)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담한 색상 대비를 기획하고 실내에 자연채광을 제공하는 안뜰을 추가했다. 노후한 건물에 채광을 충분히 유입하는 안뜰을 추가함으로써 후면에 개인 공간을 배치할 수 있었다.
상 세바스티앙 123 아파트의 대표성은 핑크와 블루의 대비가 생성하는 생동감과 역동성이다. 전면에 배치한 공용 공간은 핑크로 페인팅 마감한 두 개의 비정형 벽에 의해 만들어진다. 입구에서 시작하는 이 구조는 사선과 두 개 곡면의 드라마틱한 관계에서 빚어진다. 협곡 같은 좁은 입구를 통과하면 밝고 넓은 공간, 머무르는 공간인 거실이 펼쳐지는 것. 압축과 긴장의 순간이 곧바로 팽창의 확장과 이완으로 전이되는 구조로, 핑크 블록의 부드럽고 달콤한 거실 분위기를 더 효과적으로 조성한다. 핑크 거실과 블루 주방은 두 개의 슬라이딩 도어를 통해 연결된다. 주방은 집의 중심지로 디자인은 생기에 초점이 맞춰졌다. 주방을 눈에 띄는 블루로 선택한 것은 보색 관계에 있는 핑크와의 대비를 통해 시각적으로 강한 흥미와 에너지를 유발하면서 동시에 공용 공간과의 분할을 명확히 하기 위해서다.
아파트에 사용한 강한 임팩트의 색감들은 주방 테라초 바닥 타일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다. 다양한 색조의 테라초 골재에서 색을 추출한 뒤 바닥 소재로 사용한 소나무의 따듯한 톤과 대조되는 시원한 색감으로 리터칭했다. 주방 옆에는 오크 식탁과 세 개의 팬던트 조명으로 꾸민 식당이 있다. 한쪽으로 블루 블록의 주방과 일직선을 그리는 수납장과 선반을 신설해 공간의 활용도를 높였다. 식당 옆으로 새롭게 추가된 안뜰은 세라믹 벽타일과 테라초 바닥 타일로 마감했고, 블랙의 강철 가구와 식물들로 장식했다. 안뜰에 접한 침실과 복도의 개구부는 안뜰의 자연빛을 끌어들이는 물리적 사다리 역할을 한다.
시각적 유희 행렬
Moving house
에디터 장영남
마치 1960년대 인테리어 카탈로그를 보는 듯 아득하다. 단순하고 깨끗한 라인, 오픈 플로어, 그리고 밝고 대담한 색상으로 표상되는 ‘미드 센추리 모던(Mid-Century Modern)’ 스타일로 전개된 ‘무빙 하우스(Moving Houses)’는 집주인의 창조적 자기표현을 담아내는 캔버스 같은 것이었다.
Interior Design / SPARK
Location / 싱가포르
Area / 132㎡
Photograph / Khoo Guo Jie
무빙 하우스(Moving House)는 싱가포르의 브루탈리즘 건축물인 셔우드 타워(Sherwood Towers)에 자리 잡고 있다. 집은 쓰리 베드룸으로, 과도하게 분할된 공간이 어두운 복도로 연결되는, 밀도 높은 아파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구조였고 실제 평형보다 작게 느껴졌다. 리모델링은 이를 벗어난 전체적인 공간 재배치와 색감에 맞춰졌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스파크(SPARK)는 르 코르뷔지에가 <새로운 정신(L’Esprit nouveau)>이라는 잡지를 통해 전파한 미학 개념을 계획에 반영, 시각적 명료함을 추구했다. 평면은 일렬로 이어진 방을 따라 도어가 일직선상으로 배치되는 ‘앙필라드(Enfilade)’ 방식의 오픈형 공간으로 기획됐다. 또 선명한 색상과 도형 패턴의 오브제를 신중하게 배치해 공간을 통과할 때마다 레이어드되는 색체의 벽과 오브제들이 시각적 유희를 유발하도록 했다.
주방과 통합된 거실은 유연성을 강조한다. 간결한 직사각형 형태로 재구성한 거실은 전통적 소파가 아닌, 다양한 방식으로 사용 가능한 경량의 느슨한 가구와 카펫으로 구성해 필요에 따라 지속적인 컨트롤이 가능하게 했다. 새롭게 형성된 엔터테인먼트 공간은 대형 미닫이문을 통해 개인 공간과의 완벽한 분리를 구현하는데, 이는 오직 거주에 머물러 있던 기존 집에 대한 개념을 확장한다. 미닫이문을 닫으면 TV가 교묘하게 가려지면서 전시한 예술작품들이 드러나고 동시에 서재, 침실, 욕실 및 드레스룸은 차단됨으로써 엔터테인먼트 공간은 주거 양식을 벗어난다. 오픈형 공간 계획에서는 채광과 경관도 중점적으로 고려되었다. 전면과 후면으로 넓고 길게 확보한 개구부를 통해 싱가포르 숲의 일출과 일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특히 후면은 기존 두꺼운 벽에서 유리로 변환해 주방에 채광을 보충하는데, 저녁에는 온화하고 따뜻한 빛을 밝히는 ‘등불’ 역할을 한다.
집주인의 색상에 대한 각별한 애정은 기하학적 패턴과 빈티지 느낌의 강렬한 색상으로 반영되었다. 각 공간은 특정 색으로 구분된다. 주로 화이트, 베이지, 블랙으로 전개된 엔터테이먼트 공간은 공간의 다목적성을 염두에 둔 것이다. 또 옐로와 오렌지 주방 카운터는 싱가포르의 습하고 무성한 경관을 반영한 것이다. 이런 가운데 블랙 줄눈의 아일랜드는 이탈리아 디자인 그룹 슈퍼 스튜디오(Super studio)의 가구 컬렉션을 연상시켜 공간의 포인트로 작용한다.
엔터테인먼트 공간과 대면하는 침실 한 면은 라이트 옐로의 라미네이트 가구로 채웠다. 드레스룸과 욕실은 각각 터키색과 에메랄드 그린으로 장식했다. 이런 색감들은 각각의 영역에서 주도성을 가지면서, 인접 공간의 색감을 예측 가능하게 하는 힌트로 작동한다. 가령 아일랜드의 옐로는 침실의 옐로로, 거실 미닫이문의 민트는 욕실의 에메랄드 그린으로 이어진다. 무빙 하우스는 베네치아 블라인드에서 만들어지는 움직이는 빛과 그림자, 그 아래의 선명한 색상과 도형 패턴, 장난스러운 가구가 생동감과 흥미로움을 유발하는 낭만적 공간이다. 무빙 하우스의 특별한 리듬감은 갤러리 같은 집으로 변화를 끊임없이 수용한다.
Two Families House
에디터 이은희
Design / ADRIÀ ESCOLANO, DAVID STEEGMANN
Location / 바르셀로나, 스페인
Area / 315.5㎡
Photograph / Jose Hevia
20세기 중반 바르셀로나의 가파른 경사가 있는 토지 위에 지어진 4층 주택 투 패밀리즈 하우스(Two Families House)가 이번에 새롭게 리모델링됐다. 지형의 높낮이가 다른 특성상 주 출입구가 가장 높은 층에, 두 번째 출입구가 가장 낮은 층에 있는 등 독특한 구조를 띠며 내부 형태 또한 균일하지 않고 벽 곳곳에 여러 개의 문이 있어 다른 방과 복잡하게 이어진다. 또한 공간 중앙에 나선형 계단을 설치하는 등 시선을 끄는 조형물이 많은데 내부 천장과 벽, 바닥까지 전부 동일한 분홍색 컬러로 통일해 공간에 배치한 요소들보다 공간 자체가 주는 존재감을 강조한 점이 돋보인다. 건물의 오래된 부분과 새롭게 정돈된 부분들도 구분이 완화되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진다.
내부로 들어서면 온 공간이 전부 부드러운 분홍색 컬러로 칠해져 화려한 장식이 없음에도 환상적인 첫인상을 준다. 거실과 부엌, 침실, 다락방 등 주거에 필요한 기본적인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공간마다 색다른 포인트를 넣어 매력적인 주거를 완성했다. 거실로 들어가면 옛 건물의 특징인 오목한 아치형 구조가 반복되는 천장이 나타난다. 세로로 긴 창을 여러 개 이어 붙여 반복이 주는 미감이 두드러지며 창 중간에 비스듬하게 사선을 넣어 간결하면서도 감각적인 변화를 줬다.
벽과 벽이 맞닿는 꼭짓점에는 긴 굴뚝이 자리하며 그 아래 정삼각형 모양으로 공간을 내 벽난로를 만들었다. 벽난로 안은 짙은 벽돌의 재질을 그대로 남겨 대비가 두드러지며 분홍색과 벽돌의 따뜻한 색감이 부드럽게 어울린다. 벽난로 주위로 소파와 의자를 배치했는데, 최신의 트렌디한 형태보다 클래식한 분위기의 가구들을 두어 공간 자체의 온화한 분위기를 더욱 강조했다. 부엌은 화려한 장식 없이 미니멀한 가구만을 배치해 깔끔하게 정돈했다. 개수대 바로 앞에는 창이 있어 바깥 풍경을 감상하며 즐겁게 요리하도록 도우며 한쪽 벽에 삼각뿔 형태의 커다란 후드를 설치해 기하학적 미감을 강조했다. 부엌 옆에는 다이닝 테이블이 나타난다. 다이닝 테이블은 공간과 톤 온 톤으로 통일감을 이루도록 붉은색이 감도는 목재를 사용했으며 천장에는 붉은색 펜던트 조명을 달아 편안한 미감을 갖췄다. 다이닝 테이블 바로 옆에는 다락방으로 올라갈 수 있는 나선 계단이 자리한다. 다락방으로 올라가면, 박공지붕이 나타난다. 오래된 천장 구조에 시선이 가기 쉬운데, 바닥에 녹색 선으로 패턴을 넣은 타일 시공으로 다른 공간과 달리 포인트를 준 점이 돋보인다. 침실은 여러 가족이 한데 모여서 잘 수 있도록 2층 침대를 여러 개 배치해 마치 기숙사와도 같은 분위기다. 침대 프레임과 계단 모두 부드러운 분홍색 컬러로 통일해 신비로운 느낌마저 느껴진다. 침대 앞에는 속이 비치는 얇은 커튼을 설치해 프라이빗한 느낌을 주되 패브릭 재질이 주는 부드러운 질감을 강조했다.
재미있고 아이러니한 경험
Lynk & Co Club Madrid
에디터 이석현
Design / Masquespacio
Location / 마드리드, 스페인
Area / 360㎡
Photographer / Luis Beltran
자동차 브랜드 링크앤코(Lynk & Co)가 스페인 마드리드에 두 번째 클럽을 오픈했다. 마스케스파시오(Masquespacio) 스튜디오와 링크앤코 디자인팀이 협업한 ‘링크앤코 클럽 마드리드’는 도시 중심부에 창의성과 기능성을 갖춘 오아시스 같은 공간이다. 링크앤코 클럽 마드리드는 단순히 판매 기능을 넘어 업무, 쇼핑, 사교, 이벤트, ‘01’ 모델 시승까지 가능한 개방적이고 복합적인 공간으로 마드리드의 7가지 예술 분야와 상징적인 레퍼런스에서 영감을 받아 구석구석 재미있고 아이러니한 경험을 선사한다.
링크앤코 클럽 마드리드에 들어서면 거울과 색상 조명이 역동적이고 활기찬 분위기를 연출하는 가운데 휴식과 교류를 유도하는 노란색 소파가 있는 아늑한 라운지 공간이 사람들을 맞이한다. 안쪽으로는 뉴트럴 컬러와 소재를 사용한 브랜드의 상징적인 공간인 바(Bar)가 자리한다. 맞은편에는 금속 블라인드와 유리블록의 대비가 보라색으로 둘러싸인 첫 번째 미팅 공간이 있다. 다른 주요 공간으로 이동하는 길에는 링크앤코 클럽에서 구매할 수 있는 지속 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기어 제품도 만날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핑크색 큐브는 분해된 형태로 설치되어 있으며 마드리드 최초의 문학적 참고 자료 중 하나가 들어 있다.
화장실은 마드리드에 있는 사르수엘라 극장에서 영감을 얻어 금색 디테일과 은은한 조명으로 화려하면서도 세련된 연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줄을 당기면 내려오는 형광 커튼으로 디자인된 피팅 룸에서는 17세기 스페인 바로크 예술의 거장 벨라스케스의 그림 ‘시녀들(Las Meninas)’의 치마에서 영감을 받은 또 다른 마드리드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바로 뒤에는 차량의 미래적이고 기술적인 콘셉트를 표현하기 위한 환경 속에 링크앤코 01 모델이 전시되어 있다. 한 층 내려가면 한쪽에는 아시아 영화의 한 장면을 연상시키는 회의 및 이벤트를 위한 테이블과 좌석이 있는 공간이 있으며, 공간에 또 다른 재미를 불어넣는 팝아트 욕실이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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