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은 유행보다 강하다
Beyond Trends, There is Taste
유행은 늘 가장 화려한 자리를 차지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언제 그곳에 있었냐는 듯 자취를 감춘다. 반대로 취향은 조용히, 그러나 완고하게 한 사람의 일상과 공간을 지탱한다. 이번 호에 소개할 네 개의 집은 트렌드로 묶이기보다는 각자 다른 궤도로 움직이는 취향의 궤적에 가깝다. 프로젝트들이 공유하는 것은 특정 스타일이나 브랜드 이름이 아니라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솔직한 대답이다. 누군가는 콘크리트와 목재, 화이트와 블랙의 대비 속에서 생각이 또렷해지는 집을 원하고, 누군가는 조명 온도와 수납 디테일까지 컨트롤하며 일과 휴식의 밀도를 조율하고 싶어 한다. 또 다른 이에게 집은 대형 스크린과 서라운드 사운드, 레벨이 다른 공간들을 오가며 몰입과 해방을 반복하는 극장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창 앞에 앉아 강을 바라보는 시간이 하루를 정렬하는 가장 중요한 의식이 된다. 그래서 이 집들은 모두 비슷한 시기의 아파트와 레지던스이지만 유행하는 마감이나 구성으로 설명되기보다 사용자의 리듬과 집요한 선호, 포기하지 않은 사소한 욕망으로 정의된다.
한 집 안의 두 세계, 블랙과 화이트
DOUBLE HOUSE
블랙하우스의 차분한 어둠과 화이트하우스의 따뜻한 밝기가 위아래로 포개지며, 이 가족만의 리듬을 품은 ‘두 겹의 집’이 완성되었다.

건축가 / (주)스튜디오캔 건축사사무소·나애나, 최정석
시공 / (주)스튜디오캔 건축사사무소
면적 / 363㎡(110평)
마감 / 천장-스페셜 페인트, 패브릭 벽지 I 벽체-스페셜 페인트, 패브릭 벽지, 무늬목 패널, 포셀린 타일 I 바닥-포셀린 타일, 마루, 방진 블록
사진 / 제리그래퍼
더블하우스는 한 세대가 연속된 두 개 층을 나누어 사용하는, 말 그대로 두 채의 집으로 이루어진 아파트다. 윗층 ‘화이트하우스(White House)’는 부부와 자녀의 일상을 담는 따뜻한 거주 공간이고, 아랫층 ‘블랙하우스(Black House)’는 가족의 여가와 취미, 손님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구성된다. 구조는 동일하지만 색감과 용도, 공간의 분위기를 완전히 달리해 같은 집 안에서 편안함과 낯선 감각을 동시에 경험하게 하려는 시도다. 디자이너에게는 ‘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색다른 제안을 할 수 있는 재미있는 프로젝트였다.
블랙하우스는 집 밖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용도를 집안으로 들여온 엔터테인먼트 공간이다. 재택근무에 적합한 서재, 노래와 게임이 가능한 멀티룸, 운동실과 사우나, 홈시어터, 다이닝 바와 게스트룸까지, 일과 휴식, 사적 시간과 손님맞이를 유연하게 오가는 프로그램이 채워져 있다. 러프한 질감의 석재와 진한 그레이 타일, 블랙 계열의 액세서리와 디테일, 반사 재료를 조합해 일반적인 주거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공간의 확장감과 착시 효과를 의도했다.
현관 전실은 바리솔 천장으로 환하게 밝혀져 있으며, 입구 게이트를 지나 바위 조경을 거치면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동굴처럼 어두워지는 시퀀스를 구성해 프라이빗한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시선이 오랫동안 머무는 기다란 복도 끝에는 천장형 수전과 스탠딩 세면대, 전신 거울을 두어 복도를 더욱 깊이 있는 공간으로 연출했다.







화이트하우스에서 거실과 주방은 블랙하우스에서 홈시어터와 다이닝 바의 기능을 하는데, 상대적으로 수납공간이 적어도 되는 블랙하우스는 내력벽을 기둥처럼 보이도록 볼륨을 추가하고 보 라인을 드러내며, 빈 벽체를 세워 구조 부재끼리 조화를 이루도록 하여 집 같지 않은 집의 콘셉트를 유지했다. 일부러 비워둔 공간과 벽에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집주인의 취향이 반영된 소중한 물건들과 아트피스들이 자리 잡을 예정이다.

화이트하우스는 뉴트럴 톤을 바탕으로 한 따뜻하고 아늑한 생활공간이다. 은은한 패턴의 박판 타일과 세라믹, 고급스러운 질감이 살아 있는 스페셜 도장을 기본 베이스로 깔아 절제된 배경 속 우아한 아름다움을 드러내고자 했다. 내력벽 때문에 어긋나 있던 선들을 정리해 시원하게 트인 공간감을 확보하는 동시에 많은 짐들을 깔끔하게 정돈할 수 있는 충분한 수납장을 확보하는 것이 설계의 핵심 과제였다. 거실 수납장은 하부에 가로로 긴 벽난로를 두어 포인트 요소로 활용했다.





전체 톤은 따뜻하고 밝게 유지하되 드레스룸은 훈증 무늬목을 메인 소재로 사용해 분위기를 전환했다. 일상은 편안하지만, 옷을 고르는 순간만큼은 조금 더 농도가 있는 무드가 드리워지도록 한 셈이다. 또한 용도에 비해 지나치게 깊었던 서재는 공간을 분할해 팬트리를 새로 만들고, 안방 욕실은 화장대 영역을 터서 부부가 나눠 쓰기 넉넉한 규모로 확장했다.
더블하우스의 두 층은 모두 집주인의 취향과 선호를 바탕으로 과하게 눈에 띄는 색을 피하고, 오래 보아도 쉽게 질리지 않는 재료와 마감재를 선택했다. 실물에 가까운 CG를 통해 사전에 여러 안을 검토하고, 현장에서의 테스트를 병행한 끝에 두 개의 서로 다른 집이면서 하나의 삶을 담아내는 집이라는 목표에 가까운 결과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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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향은 유행보다 강하다
Beyond Trends, There is Taste
유행은 늘 가장 화려한 자리를 차지하지만,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언제 그곳에 있었냐는 듯 자취를 감춘다. 반대로 취향은 조용히, 그러나 완고하게 한 사람의 일상과 공간을 지탱한다. 이번 호에 소개할 네 개의 집은 트렌드로 묶이기보다는 각자 다른 궤도로 움직이는 취향의 궤적에 가깝다. 프로젝트들이 공유하는 것은 특정 스타일이나 브랜드 이름이 아니라 ‘어떻게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대한 솔직한 대답이다. 누군가는 콘크리트와 목재, 화이트와 블랙의 대비 속에서 생각이 또렷해지는 집을 원하고, 누군가는 조명 온도와 수납 디테일까지 컨트롤하며 일과 휴식의 밀도를 조율하고 싶어 한다. 또 다른 이에게 집은 대형 스크린과 서라운드 사운드, 레벨이 다른 공간들을 오가며 몰입과 해방을 반복하는 극장이 되고, 누군가에게는 창 앞에 앉아 강을 바라보는 시간이 하루를 정렬하는 가장 중요한 의식이 된다. 그래서 이 집들은 모두 비슷한 시기의 아파트와 레지던스이지만 유행하는 마감이나 구성으로 설명되기보다 사용자의 리듬과 집요한 선호, 포기하지 않은 사소한 욕망으로 정의된다.
한 집 안의 두 세계, 블랙과 화이트
DOUBLE HOUSE
블랙하우스의 차분한 어둠과 화이트하우스의 따뜻한 밝기가 위아래로 포개지며, 이 가족만의 리듬을 품은 ‘두 겹의 집’이 완성되었다.
건축가 / (주)스튜디오캔 건축사사무소·나애나, 최정석
시공 / (주)스튜디오캔 건축사사무소
면적 / 363㎡(110평)
마감 / 천장-스페셜 페인트, 패브릭 벽지 I 벽체-스페셜 페인트, 패브릭 벽지, 무늬목 패널, 포셀린 타일 I 바닥-포셀린 타일, 마루, 방진 블록
사진 / 제리그래퍼
더블하우스는 한 세대가 연속된 두 개 층을 나누어 사용하는, 말 그대로 두 채의 집으로 이루어진 아파트다. 윗층 ‘화이트하우스(White House)’는 부부와 자녀의 일상을 담는 따뜻한 거주 공간이고, 아랫층 ‘블랙하우스(Black House)’는 가족의 여가와 취미, 손님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구성된다. 구조는 동일하지만 색감과 용도, 공간의 분위기를 완전히 달리해 같은 집 안에서 편안함과 낯선 감각을 동시에 경험하게 하려는 시도다. 디자이너에게는 ‘집’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색다른 제안을 할 수 있는 재미있는 프로젝트였다.
블랙하우스는 집 밖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용도를 집안으로 들여온 엔터테인먼트 공간이다. 재택근무에 적합한 서재, 노래와 게임이 가능한 멀티룸, 운동실과 사우나, 홈시어터, 다이닝 바와 게스트룸까지, 일과 휴식, 사적 시간과 손님맞이를 유연하게 오가는 프로그램이 채워져 있다. 러프한 질감의 석재와 진한 그레이 타일, 블랙 계열의 액세서리와 디테일, 반사 재료를 조합해 일반적인 주거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공간의 확장감과 착시 효과를 의도했다.
현관 전실은 바리솔 천장으로 환하게 밝혀져 있으며, 입구 게이트를 지나 바위 조경을 거치면서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동굴처럼 어두워지는 시퀀스를 구성해 프라이빗한 긴장감을 극대화한다. 시선이 오랫동안 머무는 기다란 복도 끝에는 천장형 수전과 스탠딩 세면대, 전신 거울을 두어 복도를 더욱 깊이 있는 공간으로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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